아크람 거셈푸르가 글을 쓰고 나씸 어저디가 그림을 그린 <닐루화르의 미소>(큰나. 2005)를 시작으로 마르전 케셔바르지 어저드의 <사과엄마>(큰나. 2006)까지 총 30권의 대장정을 마친 ‘생각하는 크레파스’는 ‘말’대신 ‘생각’하게 만드는 ‘여백’의 마술을 보여주는 동화다.
획일적인 사고방식을 거부하는 ‘다르게 보기’, 무심코 지나가는 것들을 소중히 돌아보는 ‘다시보기’가 가능한 신비스런 지면들이 한권 한권을 알차게 채운다. 미소를 잃어버린 아이의 얼굴에 환한 미소를 되찾아 주는 것은 아동독자의 몫이다.
앞 못 보는 소녀가 자연의 색을 이해하려 하던 중,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한 새소리를 듣는다는 내용을 담은 <앞 못 보는 소녀와 새>(큰나. 2006), 웃지 않는 거북이가 새로 돋아난 풀을 먹은 후부터 웃음을 멈출 수 없게 된 이야기 <찡그린 거북>(큰나. 2006)등을 통해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적 질문까지도 일상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이야기로 탈바꿈 된다.
고가의 그림책이 요동치는 요즘, 권당 4900원에서 5900원이라는 저렴한 책값도 눈길을 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세상을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다면, ‘생각하는 크레파스’ 몇 권쯤 어떨까. 어른용 명상집으로도 안성맞춤이니 1석2조다.
[북데일리 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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