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을 마지막으로 뉴딜펀드 완판...국민적 흥행에도 전문가는 '우려'
IBK기업은행을 마지막으로 뉴딜펀드 완판...국민적 흥행에도 전문가는 '우려'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1.04.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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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출시 후 5영업일 만에 '품절 대란'
"정부 20%·운용사 1.5% 손실보전 매력 상당"
경제학자들 "정부 입장에서 굉장히 위험" 지적
IBK기업은행이 5일 오전 10시경 총 220억원 한도로 판매한 국민참여 뉴딜펀드를 판매 개시 5영업일 만에 완료했다.  (사진=화이트페이퍼)
IBK기업은행이 5일 오전 10시경 총 220억원 한도로 판매한 국민참여 뉴딜펀드를 판매 개시 5영업일 만에 완료했다.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국민참여정책형 뉴딜펀드(이하 국민참여 뉴딜펀드)가 IBK기업은행의 한도 소진을 끝으로 조기 완판에 성공했다. 출시 5영업일 만에 세운 대흥행 기록이다. 일반 투자자 참여지분이 약 1370억원에 달했던 이 펀드는 지난달 29일 이후 은행과 증권사 총 15곳 창구를 통해 날개를 단 듯 팔려나갔다. 다만 이런 흥행에도 시장질서 왜곡 문제에 정부의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IBK기업은행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의 국민참여 뉴딜펀드 물량은 이날 오전 10시경 전부 소진됐다. 이 은행은 펀드 출시 4일 만인 지난 2일까지 총 배정물량 220억원 중 198억원 어치를 판매했다가, 이날 영업 개시 약 1시간 만에 완판 대열에 합류했다.

국민참여 뉴딜펀드는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된 판매 규모가 1370억원, 총규모는 2000억원으로 조성된 국민참여정책형 펀드다. 뉴딜분야 관련 상장 기업 주식이나 비상장 기업의 주식, 메자닌 증권(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등에 주로 투자하는 사모집합투자기구(사모펀드)에 투자한다. 

지난달 29일부터 은행 7곳과 함께 증권사 8곳 창구를 통해 판매됐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투자자들의 손실 일부를 정책자금으로 보장해준다는 조건이 가장 큰 매력이었던 것으로 진단했다. 

최소가입액 5만원으로 낮춘 IBK기업은행은...완판 행진 '종지부'  

이 펀드는 판매사별로 100~200억원 내외 물량을 가져갔다. 증권가에서는 출시 첫 주인 지난주 초반부터 일찍이 완판 소식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140억원)과 유안타증권(90억원), 하나금융투자(90억원), 한국포스증권(90억원) 등은 출시 당일인 지난달 29일 초고속으로 물량을 해치웠다. 증권사들의 최소 가입금액 조건은 제각각이었다. 이 중 한 증권사는 최소 가입금액이 1000만원이었고, 가입 한도에 아예 제한을 두지 않았던 증권사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권의 경우 배정물량은 KB국민(226억원)과 IBK기업은행(220억원), 신한(110억원)·하나(155억원)·우리(70억원)·NH농협은행(150억원)과 KDB산업은행(10억원) 순이었다. 은행별로도 최소 및 최대 가입금액 기준 등 조건이 조금씩 달랐다. 이 중 IBK기업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이 지난 2일까지 모든 물량을 소진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판매 속도가 가장 더뎠다. 배정물량이 비교적 넉넉했던 것에 반해 최소 가입금액은 5만원 가장 낮았던 영향이다. 최대 가입금액은 개인이 7억원, 법인이 30억원이었다. 지난주 완판 대열에 합류한 한 은행의 가입금액 조건은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 또 다른 은행은 최소 3000만원~최대 5억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IBK국민참여형 뉴딜펀드는 일반투자자(전문투자자포함) 누구든지 투자성향에 따라 가입할 수 있는 국민참여형의 공모펀드라는 취지를 최대한 감안했다"라며 "이에 최소 가입금액을 기존의 공모펀드와 같이 5만원으로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런 펀드는 존재하지 않았다'...금소법 소동에도 '조기 완판' 

국민참여 뉴딜펀드에는 정부 정책자금 400억원(전체의 20%)과 자산운용사 고유자금 30억원(1.5%)이 투입된다. 사실상 선순위 투자자인 일반 투자자들의 손실 최대 21.5%가 보전되는 이례적인 조건이다. 또 수익률이 0~20%면 일반 투자자와 정부 등이 출자 비율에 맞춰 수익 배분이 이뤄진다. 20%를 넘는 초과 수익분은 일반 투자자와 후순위 투자자가 4대6 비율로 나누게 된다.

판매사들은 정부의 손실 방어 지원 등에 힘입은 한국판 뉴딜펀드의 인기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판매사였던 B증권사 관계자는 "최근에 사모펀드 사태 때문에 시장에 마땅한 금융상품이 많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정부가 주도로 사실상 원금보장을 해주는데 거의 최초 사례고 하방으로 20% 이상이 빠지지 않는 이상 손실이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객들이 괜찮게 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지난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여파로 영업 일선이 다소 혼란스러워 일찌감치 완판 행보를 보인 증권사들보다는 판매 속도가 더뎠지만, 정책자금이 후순위로 출자돼 손실을 방어해준다는 측면에서 흥행 요인이 충분했다고 봤다. 

판매사로 참여한 A은행 관계자는 "어느 정도 원금이 보장되는 펀드라서 그게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 같은데 (금소법 시행 여파에도) 얼마나 인기가 있었나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 한다"라며 "(투자처가) 미래가 보이는 사업이고 정부가 주도한다는 측면에서 물론 만기 4년이 길다는 점은 있지만 여유자금이 있는 경우 좋은 기회라고 판단한 소비자들이 많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뉴딜펀드판매 창구를 방문, 펀드판매 직원을 격려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뉴딜펀드판매 창구를 방문, 펀드판매 직원을 격려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증시 활황인데 굳이 왜?...질서 왜곡·불확실성 등 쏟아지는 전문가 우려   

이런 가운데 경제학계 교수 등 전문가들은 국민참여 뉴딜펀드에 대한 높은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정부는 이번 펀드가 자본시장을 통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고 그 결실을 다수의 국민과 함께 공유한다는 취지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업 자체의 연속성 등 측면에서 리스크가 내재하는데다 사업 실패 시 담보 재원이 국민 세금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뉴딜정책 관련 정부가 원하는 대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많은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라며 "만약 잘 안되는 경우 정부가 투자자 손실까지 마련해야 하는데 이 경우 원래 잘못된 것보다 더 많은 지출이 생길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도 굉장히 위험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이미 증시가 활황인데 정부가 번짓수를 잘못 찾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미국에서 뉴딜사업 추진 당시에는 미국 증시가 전부 붕괴됐던, 투자 심리가 상당히 위축됐던 상황"이라며 "지금 한국 증시는 활황장이 이어지고 있고 미래산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정부는 증시보다는 첨단, 미래산업에 대한 규제완화에 주력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직접투자 선호가 증가한 가운데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겹쳐 위축된 시장 활성화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지만, 실제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흥행이 펀드 시장 활성화 등 효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고 했다. 애초에 타깃하는 수요층이 달라서다. 이 펀드는 투자상품 위험등급이 1~2등급(초고위험~고위험)으로 높지만 만기도 2025년으로 긴 편이다. 폐쇄형 구조로 가입 후 4년간 중도 해지나 환매는 불가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뉴딜펀드는 저금리 기조니까 안정성을 추구하는 분들이 포트폴리오 구성 차원에서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물론 사모펀드 사태 때문에 펀드에 대한 인식이나 시장 축소가 우려되고 있지만 최근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단기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공격형 투자성향이어서 뉴딜펀드 흥행이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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