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금융뉴스 돌아보기 中] 금융권, '개미’에 웃고 당국 등쌀에 한숨
[2020 금융뉴스 돌아보기 中] 금융권, '개미’에 웃고 당국 등쌀에 한숨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12.30 1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미가 살린 증권사, 그룹에 ‘효자’...은행, 내년엔 웃을까
줄여라→늘려라→또 줄여라...금융권, 관치금융에 바람 잘날 없네
코로나19 등 악재 속에서도 금융지주들의 올해 실적이 당초 업계 기대보다 좋았다. 증권사 등 비은행 계열이 선방한 덕이다. 출처=연합뉴스
코로나19 등 악재 속에서도 금융지주들의 올해 실적이 당초 업계 기대보다 좋았다. 증권사 등 비은행 계열이 선방한 덕이다. 출처=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2020년 금융권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를 토대로 행해진 고강도 금융당국 규제 등 어려움이 많은 해였다. 거대 금융사에 대한 금융소비자 신뢰는 라임자산운용 등 잇달아 터진 사모펀드 환매 중단으로 풍비박산이 났고, 실적 방어는 코로나19 창궐로 더욱 어려웠다. 그럼에도 금융그룹들은 성공적인 실적을 실현했다. 2020년 갈무리에서 올 한해 금융권이 맞이했던 각종 위기와 논란, 그리고 핵심쟁점을 짚어본다.

개미가 살린 증권사 그룹에 ‘효자’...은행, 내년엔 웃을까

코로나19 등 악재 속에서도 금융지주들의 올해 실적은 당초 업계 기대보다 좋았다. 은행권은 부진했으나 비은행 계열이 선방한 덕이다. 우리금융을 제외한 신한·KB·하나·NH농협금융 모두 1~3분기 누적 순이익이 증가했다. 그룹별로 보면 신한금융이 전년보다 1.9% 늘어난 2조9502억원을, KB금융이 3.6% 증가한 2조877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3분기로만 보면 신한금융과(1조1447억원)과 KB금융은(1조1666억원)은 금융권 최초로 당기순이익 1조원 클럽에 나란히 입성하는 기록을 시현했다. 하나금융은 1~3분기 2조1061억원으로 전년보다 3.2% 불어났고 같은 기간 NH농협금융은 1조4608억원으로 4.8% 증가했다. 다만 우리금융은 1조1404억원으로 32% 줄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금융그룹의 실적은 비은행계열이 선전하며 견인했다. 특히 비은행 계열사 중 증시 호황을 맞이한 증권 부문이 크게 성장했다. 연초로 시간을 되돌려보면 증권사들의 올해 실적 전망은 암울하기만 했다. 지난 1분기 코로나19 사태로 증시는 부진했고 주가연계증권(ELS)을 비롯한 유가증권 트레이딩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기간 한국투자증권(-223%)을 비롯한 미래에셋대우(-36.3%), NH투자증권(-81.9%), 삼성증권(-86.9%), 한화투자증권(-223%), SK증권(-148.3%), KTB투자증권(-130%), KB증권(-116.8%), 교보증권(-107.2%), 키움증권(-95.8%), 메리츠증권(-27%) 등 대다수 증권사들이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의 실적잔치는 2분기부터 시작됐다. ‘동학개미’, ‘서학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요동치던 증시를 떠받치며 반등을 이끌어 냈고 이는 3분기까지 이어졌다. 이에 국내외 주식거래대금이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의 수탁수수료 수익도 함께 급증했다. 올해 1∼3분기 증권사 수탁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1.1% 급증한 5조2171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은행권 실적은 부진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0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12조1000억원) 대비 1조8000억원(15.1%) 감소했다. 은행들의 수익 악화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순이자마진(NIM)이 감소와 코로나19 여파를 염두에 둔 대손충당금 증가 등이 영향을 줬다.

시중은행들의 지난 3분기 순이자마진은 1.4%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62%를 기록한 이후 6분기 연속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수익감소 요인의 또 다른 원인은 충당금 적립이었다. 올 9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30.6%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8% 늘었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부실 가능성이 있는 고정이하여신(NPL) 대비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쌓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금융당국은 대손충당금적립률을 100% 이상 쌓도록 권고하고 있다. 대손충당금은 미회수된 매출채권 중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돈을 회사의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미리 설정하는 준비금이다. 부실이 많이 날수록 그만큼 비용(대손상각비)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회사의 이익은 줄어든다.

은행들의 내년 수익성은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올해 두차례 기준금리 인하로 0.5%라는 역대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기준금리가 더 내려갈 가능성은 희박한 가운데 올해 급증한 대출잔액의 이자이익이 내년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출원금 만기 및 이자유예 조치가 내년 이후에도 지속될지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으나 일단 현재 내년 3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예정대로 이때부터 그간 유예됐던 대출금과 이자 상환이 시작된다면 올해 대출이 급성장한 만큼 은행의 이자이익은 불어난다.

다만 이는 유예조치가 종료됐을 때 대출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가능한 얘기다. 차주들의 상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상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은행의 연체율 수치는 높아지고 부실채권은 상승한다. 업계의 우려대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올해 대거 쌓아둔 대손충당금(수익에서 떼어 낸 회사돈)으로 상계할 수준만 돼도 안심이지만 이를 넘어설 경우엔 내년 은행권의 수익성은 또다시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뒷받침된다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부실과 관련 은행권의 우려는 기우로 그치지만 현재로서는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줄여라→늘려라→또 줄여라...금융권, 관치금융에 바람 잘날 없네

2020년은 금융권이 전례없는 대규모 환매 중단 사모펀드 사태와 코로나19 위기 외에도 금융당국의 고강도 간섭으로 몸살을 앓았던 해였다.

부동산 투기 방지, 건전성 제고 등의 명목으로 최근 몇 년간 고강도로 은행의 대출을 규제하던 당국은 코로나19가 창궐하자 ‘무조건 대출하라’식으로 대출 완화 압박을 가했다. 당국 수장이 직접 현장점검을 하고 일부 시중은행의 완화된 여신 심사 지침을 다른 은행들에 소개하며 대출 확대를 부추겼다. 이에 은행들은 여신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소상공인 대출 등과 관련해 신용등급을 3단계 상향조정한 수준으로 금리와 한도를 결정했다.

당국의 지침대로 은행이 문을 두드리는 자들에게 열심히 돈을 빌려준 결과 신용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매분기 역대치를 기록하던 가계대출은 연말이 되자 역대급으로 폭증했다. 한국은행의 ‘2020년 11월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를 보면, 정책모기지론을 포함한 11월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1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3조6000억원이 늘었다. 가계대출이 폭증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빚을 내 투자), 코로나발(發) 생계자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금융당국은 이같은 현상이 은행권의 과도한 대출실적 경쟁 때문인지 점검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은행권에 다시 대출을 조일 것을 주문했다. 신용대출 급증이 대출 수요가 늘어서가 아닌 은행권의 ‘대출 퍼주기’ 때문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는 지속적으로 행해진 간섭에도 고분고분 말 잘 듣던 은행권 내부에서 반발이 나온 지점이었다. 고신용자 고객에 대한 금리 우대와 한도 축소 등 은행의 고유권한에까지 간섭할 때만 해도 말을 아끼던 관계자들은 “은행이 고객에게 필요하지 않은 대출을 받으라 꼬드기지 않는다. 돈이 필요해진 고객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와 빌려 간다”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도 은행은 당국기조에 맞춰 고강도 대출 죄기에 들어갔다.

아울러 당국의 간섭은 금융권의 영업행태를 넘어 배당에까지 작용했다. 당국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금융사들이 손실흡수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배당을 자제하고 충당금을 더 많이 적립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를 두고 관치금융 논란은 계속되지만 당국은 국가 재난 상황에서 금융사가 총대를 메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말 배당 시즌이 되면 더욱 각광을 받는 금융주는 당국의 배당축소 이슈에 하락세를 탔다. 최근 코스피가 코로나19 팬데믹 초반보다 25% 가까이 급등하는 동안 신한금융 등 4대 금융지주 주가는 25%까지 주저앉았다. 금융당국과 결산 배당을 축소하는 방안을 두고 협의에 들어간 금융권은 당국의 압박과 주주가치 훼손, 그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를 조이거나 풀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하는 것은 분명한 금융당국의 역할이자 의무이다. 금융권 일각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폐단을 막기 위해. 다만 거기엔 분명 현상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현업의 소리에 대한 청취, 그리고 당국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금만기 및 이자유예가 한 차례 연장될 때 온 금융권이 ‘안 괜찮다’를 외쳤지만 ‘아직 괜찮다’는 당국의 판단으로 현장을 묵살하는 행태를 일삼는 것은 최고의 관치로 평가된다. 국가 재난 상황에서 금융사가 무조건 총대를 메라고 내모는 것에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는 비판이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000년 이후 올해만큼 당국의 고강도 규제와 간섭이 심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면서 “금융사가 민간기업이라 해도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당국에서 내려오는 압박을 무시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당국은 간섭을 하더라도 업계의 애로사항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