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우버 등에 업고 脫통신 신화 노린다…‘모빌리티 사업단’ 분사
SK텔레콤, 우버 등에 업고 脫통신 신화 노린다…‘모빌리티 사업단’ 분사
  • 서영광 기자
  • 승인 2020.11.26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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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10월 27일 T팩토리 소개 온라인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10월 27일 T팩토리 소개 온라인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화이트페이퍼=서영광 기자] “전문기업으로 독립했을 때 자유롭고 과감한 꿈을 그릴 수 있다. 전 세계에 없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꿈을 함께 그리고 싶다. 우리의 비전은 집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가는 고객이 우리 플랫폼을 통해 모든 이동 과정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세상이다.”

지난 5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서울 을지로 본사 수펙스홀에서 CEO(최고경영자)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모빌리티 사업부의 독립 소식이 알려지고 사내 구성원들에게 공식적으로 분사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지난 달 16일 SK텔레콤은 T맵 플랫폼, T맵 택시 사업 등을 추진해 온 ‘모빌리티 사업단’을 분할해 ‘티맵모빌리티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임시주주총회는 26일에 진행돼 분할 기일은 다음달 29일 까지다.

행사 참여원들은 모빌리티 관련 구성원으로 50명이 참석했다. 다른 직원들은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미팅을 지켜봤다. 이날 박사장은 회사의 결정에 불안해하는 직원들을 달래며 “더 안정적이고 더 행복할 때 더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모빌리티 기업에 가서 일하다가 SK텔레콤으로 복귀하고 싶은 직원이 있다면 이동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탄탄한 M&A경력으로 ‘꿈’과 ‘행복’을 위한 발걸음

꿈과 행복. 박사장이 신중히 고른 흔적이 보이는 단어다. ‘SK'라는 거물에서 신생회사 직원으로의 새출발을 앞에 둔 직원들에게 불안함은 당연지사다. 최근 LG화학에서 배터리 부문 분사를 놓고 논란이 커진 점도 구성원 사이에 동요를 키운 대목으로 꼽힌다.

박사장의 말에 무게감이 실어진 데에는 1989년 (주)선경입사 이래로 한 번도 그룹을 떠나지 않고 SK맨으로서 그간 그룹과 함께한 역사 때문으로 여겨진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복심이라 여겨졌던 박사장은 SK가 헤지펀드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다툴 당시 최 회장의 비서실장이었다. 소버린이 최 회장에게 퇴진하라며 거센 기세로 몰아 붙일 때에도 박사장이 함께 이겨낸 핵심 측근임을 증명한 바 있다. 이후 박사장은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과 SK C&C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16년 12월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에 임명됐다.

또한 박사장의 발언 후에 사내 여론이 달라진 이유는 그의 M&A경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 회장은 대규모 M&A(인수합병)가 있을 때마다 박 사장을 찾았다. 2012년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 2017년 도시바메모리 인수는 박 사장이 주도한 작품이다. 지난 9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을 인수할 때도 박 사장이 관여했다. 이 때문에 최근 그의 행보에는 최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돼 있다는 해석이 많다. 최 회장은 2018년 반도체·소재, 에너지 신산업, 헬스케어, 차세대 ICT, 미래 모빌리티 등을 5대 육성 분야로 제시한 바 있다.

박사장의 발언에 SK텔레콤 관계자는 “CEO의 발언이 사실 좀 파격적이었다”면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날 CEO가 모빌리티 사업을 더 키우려면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분사하는 것이라고 충분히 설명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구성원 사이에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다. 다만 사업이란 게 혹시 잘못될 수도 있는 건데, 아무래도 안정성에 대한 걱정이 컸다. CEO가 (모빌리티 기업에 가는) 직원들이 SK텔레콤의 다른 사업군에서 일하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말했다. 직원들로서는 가장 크게 우려한 리스크가 없어졌기 때문에 ‘나도 도전해 볼까’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

SK텔레콤은 신설 법인으로 이동하는 직원에게 일정 금액의 보너스와 스톡옵션 등을 지급할 계획이다.

비대한 몸집 버리고 의사결정 효율화…“명백한 호재”

직원들의 우려와 미래의 불확실성에도 탈(脫)통신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의사결정효율화에 있다. 텔레콤 관계자는 “워낙 이동통신의 색채가 강한 회사이고 몸집도 비대해졌기 때문에 모빌리티 사업만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즉 방점은 탈(脫)통신에 찍혀 있다.

SK텔레콤을 포함해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는 2017년 6000만 명(중복 가입자 포함)을 넘었다. 통신비의 경우 민생 이슈에 해당돼 정치권에서 주시하고 있고,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어 고가 요금제를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SK텔레콤이 사명을 변경하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SK T스퀘어’ ‘SK투모로우’ ‘SK하이퍼커넥터’ ‘SK테크놀로지’ 등이 새로운 사명 후보로 알려졌다. 유·무선 네트워크에 의지해 수익을 내던 과거와 과감하게 이별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그간 SK텔레콤은 OTT(웨이브), 앱스토어(원스토어), 음악(플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모빌리티 분사는 탈통신 전략 중에서도 회심의 한 수다. 특히 눈길 끄는 건 세계 최대 모빌리티 기업 우버와 내년 상반기에 조인트벤처를 설립키로 한 점이다. 우버는 조인트벤처에 1억 달러(약 1150억 원) 이상을, 분사되는 티맵 모빌리티에 약 5000만 달러(약 575억 원)를 투자한다.

우버가 티맵 모빌리티에 매력을 느낀 것은 가입자 때문이다. 현재 티맵 모빌리티의 두 축은 가입자 1800만 명인 내비게이션 앱 ‘T맵’과 월 이용자 75만 명인 택시 호출서비스 ‘T맵 택시’다. 여기에 우버의 운영 노하우와 플랫폼 기술이 결합하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또 렌터카, 차량공유, 택시, 단거리 이동수단(전동킥보드·자전거 등), 대리운전, 주차 등을 묶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올인원 MaaS’ 서비스를 구독형 모델로 출시해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텔레콤은 모빌리티 자회사를 SK그룹에서 자율주행자동차 및 공유경제를 주도하는 사업체로 육성할 가능성이 높다. 우버의 지분 참여도 이에 기인한 바가 크다”면서 “명백한 호재”라고 분석했다.

■ ‘플라잉카’와 춘추전국시대

박정호 사장이 우버와의 협업 소식을 발표하면서 꺼낸 표현도 화제가 됐다. 그는 “궁극적으로 ‘플라잉카’로 서울~경기권을 30분 내로 이동하는 시대를 앞당기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미래 사업의 축으로 제시한 현대자동차그룹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기아자동차는 아예 사명에서 자동차를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겠다는 거다.

즉 박 사장의 ‘꿈이 이루어진다’면 SK텔레콤의 경쟁사는 현재의 KT, LG유플러스에서 현대차그룹, 카카오, 네이버 등으로 확장된다. 바야흐로 ‘모빌리티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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