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역대 최저’라지만...은행권, 대출 죄고 리스크 대비 ‘사활’
부실채권 ‘역대 최저’라지만...은행권, 대출 죄고 리스크 대비 ‘사활’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11.26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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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일주일 새 1.5조↑..증가 규모, ‘이미’ 작년의 두 배
고액대출 죄고 충당금 늘리고..시중은행 ‘코로나 폭탄’ 대비
시중은행이 고액 신용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부실채권을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이 고액 신용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부실채권을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시행되기 전이지만 은행권에선 자체적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규제 시행일을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선제적 관리에 들어간 것. 또 가계대출 부실로 발생할 수 있는 자산건전성 악화 등 리스크 관리에도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은 고액 신용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신용대출 규모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부터 소득과 관계없이 1억원이 넘거나 연 소득 200%를 초과한 신용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신용대출이 1억원 이상인 차주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내 규제를 적용했다.

NH농협은행도 대출 한도와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지난 18일부터 우량 신용대출과 일반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각 0.2%포인트, 0.3%포인트 줄였고 20일부턴 연봉이 8000만원 넘는 고객의 신용대출 가능 한도를 연 소득의 200% 내로 축소했다.

우리은행은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를 전산 시스템 개발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번주 중 실행할 예정이다.

당초 정부는 오는 30일부터 적용되는 규제에서 연소득 8000만원이 넘는 차주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해서만 ‘DSR 40%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규제 시행일 보다 앞서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규제 시행일을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신용대출 규모가 폭증하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지난 13일 당국의 신용대출 규제 발표 이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은 7일 새 1조 5301억원가량 불어났다. 지난달 한 달간 은행권 신용대출이 3조2000억원 증가한 걸 감안하면 규제 시행을 앞둔 막차 타기 현상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들의 신용대출 증가 규모는 벌써 작년 한 해 증가액의 두 배를 웃돌았다. 10월 말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총 128조843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8조9323억원 늘었다. 작년 말 기준 개인 신용대출은 101조9332억원에서 109조9108억원으로 2018년보다 7조9776억원 증가했다.

대출은 가파르게 상승하지만 저금리 장기화로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어 자산건전성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전날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아직 초기 단계인 경제회복을 지지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고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저금리 기조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은행권의 순이자마진과 수익성을 압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더딘 경제회복과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할 때 내년 이후 상당한 기간까지 한국의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며 “여신 성장 전망도 제한적이고 경제 여건이 둔화해 자산건전성이 악화할 리스크도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의 이같은 지적은 당초 코로나19 대출 원금·이자 상환유예 정책 시행 초기부터 은행권에서 나오는 우려였다. 금융지원으로 당장은 연체율과 부실채권 수치가 안정적인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란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부터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은행권은 유예기한이 끝나면 부실대출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며 손실 흡수 역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은행권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30.6%로 전분기말 121.2%보다 9.4%포인트, 지난해 같은달(109.8%)에 비해서는 20.8%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현재 부실화된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을 대비한 총대손충당금잔액 비율을 말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 코로나 대출이란 ‘코로나 폭탄’이나 마찬가지다. 유예 기한이 끝났을 때 상환이 제대로 된다면 문제가 안 되지만 경제 상황을 볼 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며 “우선은 부실 대비를 위해 충당금관리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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