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캐리어' 첫 고비…국책은행·국적항공사 vs 사모펀드 쟁점
'메가 캐리어' 첫 고비…국책은행·국적항공사 vs 사모펀드 쟁점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11.25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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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 열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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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의 변수로 등장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이 25일 늦은 오후 열린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산업은행이 주주배정 유상 증자가 아닌 제3자 배정 유상 증자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들의 신주 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메가 캐리어’ 탄생은 무산되고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로 돌아간다. 산업은행·대한항공과 KCGI가 격돌하고 있는 주요 쟁점을 살펴봤다.

양측이 가장 대립하는 사안은 투자 방식이다. 산은은 총 8000억원을 대한항공이 아닌 지주사 한진칼에 투입하는데 이 가운데 5000억원을 제3자 배정 유상 증자로 진행한다. 산은은 이 같은 방식을 선택한 이유로 재편 작업의 한계를 든다. 대한항공에 투자하는 방식으로는 전체적인 항공업 재편이라는 대의명분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한항공도 이에 대해 “주주의 지위에서 회사 경영 감시는 채권자의 지위와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산업은행이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에 4조8000억원의 정책 자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책임 있는 역할 수행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구조 재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이에 더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영구전환사채를 각각 1억8000만원, 5억7000만원을 이미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적 참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진칼에 대한 신규 투자로 항공업 구조 개편 작업의 지원·감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한다. 산은은 이와 함께 제3자 배정 유상 증자는 2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현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KCGI는 이를 두고 산업은행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자청했다고 본다. 부채 비율이 108%에 불과한 한진칼에 투자하는 것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의 우호 지분이 되기 위함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대한항공의 지분 구조는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이 41.4%, 3자 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이 45.23%를 갖고 있다. 제3자 배정 유증이 진행될 경우 산은은 10.6%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은 37%, 3자 연합은 40.4%로 희석된다. 산은과 조 회장이 붙을 경우, KCGI는 최대주주 자리에서 밀리게 된다. KCGI는 유상 증자에 대해서도 상법 418조에 따라 기존 주주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며 지난 5월부터 산은에 4차례 참여 의사를 타진했지만, 묵인 당했다고 언급했다.

급박하게 결정된 점을 두고도 양측의 해석이 갈린다. 양사의 통합 추진은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딜이 불발된 지 2개월여만에 결정됐기 때문이다. 산은은 이와 관련, 계약 불발 조짐이 보이던 7월부터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해 5대 그룹에 인수를 타진했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진이 유일하게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KCGI는 다른 입장이다. 올해 안에 자금을 투입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말 기준 주주 명부에 산은이 포함돼야 내년 3월 열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산은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인력 구조조정도 핵심 사안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은 51년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단 한번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복 노선 통폐합도 없기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대신 시간대 조정, 신규 목적지 취항, 기재 사이즈 조정 등 현재 공급 규모와 인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전날 내놓은 입장문에서도 “겹치는 간접인력 일부는 자연 감소 및 직무 전환 등으로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 23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중복되는 노선과 업무도 많지만, 분산된 경우도 많다. 중복 노선은 시간 간격이나 요일을 조정하면 양사는 물론, 글로벌 경쟁력도 커지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취항하지 않은 노선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항공에는 총 1만8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9000여명의 직원을 고용 중이다. 양사의 중복 인력은 800~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당장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은이 대한항공과 투자합의서를 체결하면서 명시한 7대 의무에 대한 갑론을박도 현재진행형이다. 합의서에 실린 의무 사항에 따르면 ▲한진칼은 산은이 지명한 사외이사 3명과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해야 한다. 산은은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한 사전 협의권과 동의권을 가진다. 다음으로 ▲윤리경영위원회와 경영평가 위원회를 설치해 오너 일가를 감독하고 경영 실적을 평가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인수 후 통합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며 ▲대한항공 주식 등의 담보 제공이나 처분은 제한된다. 마지막으로 한진은 이 같은 조항을 위반하면 5000억원의 위약금과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한진은 이에 “막중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인수·통합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KCGI는 이 같은 7대 의무 조항을 두고 모호하고 두루뭉술하다고 해석한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전날 SBS CNBC에 출연해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올 경우를 보면, 횡령 혹은 배임과 같은 범죄 행위나 고의적 중과실 등 주주가 아닌 채권단으로서도 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주주총회에서 의결해야 할 사항을 양 당사자가 주주 간 합의도 없이 진행한 것은 ‘밀실 야합’이다”라고 강조했다.

한진은 25일 내놓은 입장문을 통해 “가처분이 인용되면 대한민국 항공산업은 붕괴된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연말까지 필요한 6000억원의 자금 조달도 불가능해진다”라고 주장했다. 계약서상에 한진칼의 유상증자 성공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제1 선행조건으로 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측은 이어 “신용등급 하락 및 각종 채무의 연쇄적 기한이익 상실과 함께 관리종목 지정, 면허 취소까지 이어질 경우 대규모 실업 사태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전날에는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KCGI의 주장을 두고 명예 훼손이라면서 그 근거를 밝히라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5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을 연다. 업계에서는 빠르면 27일, 늦어도 12월 1일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제3자 배정 유상 증자 대금 납입일이 12월 2일이기 때문이다. KCGI 관계자는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은 법원의 판단을 봐야겠지만 인용될 것으로 본다”면서 “기각될 경우에도 여러 대비를 하고 있지만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전날 언급한 이면 합의와 관련해서는 “인지하고 있고 아직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짧게 답했다.

강성부 KCGI 대표 (사진=연합뉴스)
강성부 KCGI 대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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