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열흘안에 선결조건 이행하라"…이스타항공 기로에
제주항공 "열흘안에 선결조건 이행하라"…이스타항공 기로에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07.0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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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스타항공 M&A가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이행하기 어려운 선결 조건을 제시했다. 이로 인해 인수합병(M&A)이 사실상 무산되고 이스타항공이 파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1일 밤 이스타항공에 답변서를 발송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에 기존 요구했던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각종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황을 해명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제주항공은 이날 보낸 답변서에서 ‘10일 이내 선결 조건 이행’을 제시했다. 이스타항공이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지난 3월 이스타항공 M&A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지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M&A 파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요구한 선결 조건은 ▲이스타항공의 태국 현지 총판 타이이스타젯이 항공기를 임차하는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이 채무(3100만 달러·약 373억원)를 지급 보증한 사안을 해소 ▲2~5월 이스타항공 임직원에게 체불한 임금(240억원) 해소 ▲조업료·운영비 등 이스타항공이 연체한 각종 미지급금 등 해소가 포함돼 있다. 이같은 조건을 모두 풀려면 이스타항공은 당장 최소 800억원 이상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관련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답변서를 발송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며 “선결 조건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단시일에 1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스타항공이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유 중이던 현금은 이미 완전히 바닥나 완전자본잠식(1분기 기준) 상태이며 협력사에도 대금을 연체 중이다. 250억원에 달하는 임금 체불도 존재한다.

지난달 24일 노사 간담회에서 이스타항공은 “법정관리 돌입 시 기업 '회생'이 아닌 기업 '청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지난달 29일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M&A가 종결돼야 (이스타항공에) 정책금융이 지원될 것"이라며 "체불 임금 문제가 해결돼야 M&A가 종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금융이 지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열흘 후 이스타항공이 파산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제주항공의 서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스타항공 노사는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조종사 노조)은 2일 오후 1시와 오후 5시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상대책회의를 연다. 원래 조종사 노조는 이날 오후 3시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6차 총력 결의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제주항공 측의 공문 내용이 알려지면서 결의대회를 비상대책회의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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