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신이 내린 선물' 나의 달란트를 찾아라
[자기계발]'신이 내린 선물' 나의 달란트를 찾아라
  • 아이엠리치
  • 승인 2006.06.26 14: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능이 없었어요. 자리만 국으로 지키고 있으면 꼬박꼬박 월급 나오고, 은퇴하면 연금 나오는데 뭐가 불만이냐고 이죽거리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정말이지 저는 공무원 생활에 좀체 적응할 수가 없었습니다. 공무원을 그저 노는 한량쯤으로 생각하는 비비꼬인 사회 편견은 못들은 척하면 그만이지만 업무가 내게 맞지 않는 점은 배겨낼 재간이 없더군요.”

 

김하은(가명)씨의 서른은 뜻밖의 결심으로 찾아왔다. 대학 졸업 후 고시원에 몇 년을 틀어박혀 두터운 법전들과 씨름했다. 그리고 모진 청춘을 바쳐 마침내 공무원 시험에 합격, 자타가 공인하는 일등 신붓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채 1년도 못 채우고 그녀는 사직서를 던졌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죠. 그냥 다른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니까 따라간 어리석음의 대가예요. 공무원이 왜 되어야 하는지, 어떤 사명감이 있어야 하는지 전혀 생각 않고 무작정 덤벼들었던 시간들이 참으로 아까웠어요.”

 

교사와 공무원. 이 두 가지 직업을 빼놓고 여자가 과연 이 사회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이 몇 개나 될까. 하지만 하은씨는 미련이 없었다. 잘못된 길을 걸었다는 느낌이 들던 그 순간, 고민과 망설임보다 포기를 선택했다. 더 이상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았다. 그러자 식전 댓바람부터 줄을 서던 혼처들도 뚝 끊겼다.

 

하은씨의 서른은 200자 원고지 1매당 1,000원을 받는 출판 교정원고와의 씨름 속에서 해가 뜨고, 지고 있다.

 

“책읽기를 너무 좋아해서 국문과에 진학했어요. 그리고 언젠가 근사한 편집장이 되는 게 제 꿈이었어요. 그랬던 제가 왜 공무원이 되려고 그토록 아무 생각 없이 매달렸는지 이해가 잘 안 가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니까요. 뭔가에 홀린 듯한 느낌이랄까요. 어쨌든 호적 파가라는 아버지의 쌀쌀한 시선을 피해 다시 고시원으로 쫓겨나다시피 들어왔지만, 참 좋아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그것 참 좋아요.”

 

달란트. 유대인의 화폐단위였던 달란트는 요즘 '타고난 재능과 소명'을 뜻한다. 신은 누구에게나 달란트를 선물했다. 그 달란트를 평생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언젠가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과도 같은 삶의 여정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가 사금砂金처럼 빛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하은씨는 자신의 달란트를 서른의 어느 날, 출근길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시간이 일찍은 탓에 승객이 별로 없는 한적한 전동차 안에서 웬 여자가 프린트된 복사물에 빨간 플러스펜으로 연신 줄과 동그라미를 쳐가며 코를 박고 있더라고요. 흘깃 곁눈질로 들여다보니 다름 아닌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의 번역 초고본이었어요. 그녀는 내가 꿈꾸던 세계에 살고 있는 소박한 편집자였죠. 순간 머릿속이 아득해지면서 마치 신탁(神託)을 받든 성직자처럼 마음이 경건해지더군요. 아, 왜 나는 나의 오랜 꿈을 오랫동안 잊어왔는가. 저 톨스토이의 문장과 문장 사이로 들어가야겠다는 결심을 굳히는 순간, 몸과 마음에 밝은 빛들이 밀려들어왔습니다.”

 

하은씨 앞에서 플러스펜을 쥐고 있던 편집자. 어쩌면 그녀 또한 하은씨를 곁눈질하면서 편집자로서의 삶이 아니라 언젠가는 공무원이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 그 길을 당당하게 걷는 하은씨의 서른은 싱싱하고 청초한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삶이란 ‘살아있으라’는 계시잖아요. 어떤 성취감과 보람도 없이 아침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매월 꼬박꼬박 통장에 입금되는 월급을 위안으로 삼는 삶은 그저 사육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스무 살 시절에 제게 주어진 달란트를 발견했다면, 제 서른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빛나는 걸음들로 채워져 있었겠죠. 하지만 중요한 건 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동안의 방황과 시련과 고통이 없었다면 저는 여전히 제 달란트를 찾지 못하고 있었을 거예요. 다시 시작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살아있습니다. 살아있어, 행복합니다.”

 

[김현정 커리어디시즌 대표] 참조 <서른살 여자가 스무살 여자에게> (토네이도,2006)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