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주가 방어로 '두마리 토끼' 잡은 정의선
'위기를 기회로'...주가 방어로 '두마리 토끼' 잡은 정의선
  • 김예솔 기자
  • 승인 2020.03.30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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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반토막난 자사주 870억원어치 사들여
책임경영 강화·지배력 강화 기회까지 모두 잡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월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월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의 주식이 하락하자, 자사주를 대거 매입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몸소 실천한 한편 지배구조 개편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주가 방어하자’...정의선, 현대차·모비스 ‘자사주 매입’ 러시

최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주가 방어 차원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총 817억원어치 매입했다.

정 부회장은 이달 19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현대차 주식 405억7000만원, 현대모비스 주식 411억원어치를 장내 매수했다. 현대차는 58만1333주, 현대모비스는 30만3759주다.

이로써 정 부회장의 지분이 현대차는 2.62%로 0.27%포인트 확대됐고, 현대모비스는 0%에서 0.32%로 커졌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양사의 주식이 요동치자,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식 매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때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주식은 ‘반 토막’ 났었다. 정 부회장이 직접 주가 방어에 나서자 급락을 거듭하던 주가는 현재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국내외 정책당국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 대책 발표도 주가 반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 12만1000원으로 시작한 현대차 주가는 이달 19일 종가 기준 6만5900원까지 저점을 찍었다가, 현재는 8500원 선을 회복했다. 현대모비스 주가 역시 같은 기간 25만4500원에서 12만9000원까지 떨어졌다가, 현재는 16500원 안팎까지 올랐다.

이처럼 낮은 가격에 사들인 주식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정 부회장의 주식 재산도 불어나게 됐다. 양사 주식 매입 이후, 주가가 반등하면서 200억원에 가까운 평가차익을 얻은 셈이 됐다.

■ '핵심은 현대모비스'...주춤했던 지배구조 개편 탄력받나

재계 일각에서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주식을 대거 매입한 것을 두고 지배구조 개편에 대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정 부회장이 현대차 주식을 매입한 것은 2015년 11월 이후 4년4개월 만이지만,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8년 3월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삼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부문을 인적분할한 후 현대글로비스와 분할·합병하는 방식이 주요 골자다.

정 부회장을 포함한 대주주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 현대제철 등이 갖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과 맞교환하면, 이를 통해 기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다는 구상이었다. 당시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 만만찮다는 점이 장애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러한 와중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리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되는 효과를 얻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취득한 주식비율이 지배구조 개편에 영향력을 끼칠 만큼은 아니지만, 잠재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정 부회장의 주식 매입과 관련해 책임경영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 책임경영 의지를 밝힌 것으로, 지배구조와는 무관한 결정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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