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 '임박', 애타는 이동걸 산은 회장...KDB생명 매각, 올해도 '무산' 위기
기한 '임박', 애타는 이동걸 산은 회장...KDB생명 매각, 올해도 '무산' 위기
  • 장하은 기자
  • 승인 2020.02.28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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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 산은 덕에 RBC·신용등급 ‘양호’...리스크 관리 여력은 ‘뒷걸음’
초우량 푸르덴셜 등장에 멀어지는 ‘KDB생명’...업계 전문가 "올해도 무산될듯"
KDB생명보험 재무지표 추이. (사진=한국신용평가)
KDB생명보험 재무지표 추이. (사진=한국신용평가)

[화이트페이퍼=장하은기자] 산업은행의 KDB생명보험 매각 시도가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적자행진에서 흑자로 돌아섰지만 재무건전성은 개선될 기미가 여전히 보이고 있지 않은데다 보험업황도 좋지 못해 올해도 건전성이 나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초우량 기업인 푸르덴셜생명 등 생명보험사들이 시장 매물로 줄줄이 나오면서 KDB생명은 인수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세 차례 매각에 실패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고심도 깊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수차례 자금을 수혈하며 KDB생명을 끌어왔으나 이번 매각까지 성사되지 못하면 과징금을 물어야 하고, 다음 매각 진행까지 수년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KDB생명, 산은 덕에 RBC·신용등급 ‘양호’...리스크 관리 여력은 ‘뒷걸음’

28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KDB생명보험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335억원이다. 2016년과 2017년 적자에서 벗어나 2018년(64억원)부터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한 것이다.

KDB생명의 순익은 2년 연속 순항인 반면 재무건전성은 되레 뒷걸음쳤다. 부실자산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안전자산 감소가 지속되면서다. 위험가중자산이익률은 리스크 대비 수익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리스크에 대비할 여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KDB생면의 안전자산비율은 2015년 58.9%에서 2016년 53.7%로 낮아지더니 2017년 54.8%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2018년 47.8%로 8%가량 하락하더니 지난해 상반기 기준 45.3%로 낮아졌다. 작년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전년보다 8.3%나 낮아진 수치이다. 같은 기간 위험가중자산비율은 2015년 0.3%에서 2016년 0.2%로 낮아진 후 작년 상반기까지 같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보험사 건전성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히는 지급여력비율(RBC)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KDB생명의 RBC 수치는 2017년 말 108.5%에서 2018년 215% 올랐고 이어 지난해 6월 기준 232.7%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KDB생명의 자구책으로 인한 효과보다는 산업은행의 유상증자를 통한 처방이 뒷받침 됐다는 평가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RBC비율이 최악으로 하락했던 지난 2017년(108.5%), 동사에 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수혈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KDB생명보험의 신용등급을 기존과 같이 '안정적‘ 등급을 제시했다. 산은의 지속적인 지원가능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산은의 올해로 예정된 추가 유상증자, 경영개선 계획 등 동사에 대한 산은의 지원가능성은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신평은 “산업은행은 2018년 3,000억원의 유상증자에 이어 2020년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예정하고 있어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러한 지원가능성은 KDB생명 신용도에 긍정적인 요소로 반영되어 있다”고 부연했다.

한신평 조성근 선임 연구원은 KDB생명 사업전망에 대해 “저금리로 이차손 부담이 지속되는데다 GA비중 증가, 수술진단담보를 중심으로 한 손해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 개선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대주주의 자본 확충 및 매각 가능성은 동사 신용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시장점유율과 영업채널안정성 등이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KDB생명의 시장점유율은 2016년 3.2%에서 2017년 2.9%, 2018년 2.6%로 두 해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2.6%인 점을 감안하면 작년 점유율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우량 푸르덴셜 등장에 멀어지는 ‘KDB생명’...업계 전문가 "올해도 무산될듯"

산업은행은 지난해 9월 KDB생명의 네 번째 매각공고를 내고 매각절차를 공식적으로 추진했다. KDB생명 지분 92.7%(8800만주)와 경영권을 함께 넘기려하지만 아직까지 인수 후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3월 12일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사모펀드(PEF)와 유한회사(SPC)를 만들어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약 65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2014부터 2016년까지 3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다음 달까지 팔아야 과징금을 물지 않는다. 금융지주사가 아닌 PEF는 금융사를 최대 10년까지 보유할 수 있는 현행 규정 때문이다. KDB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현재 KDB생명의 지주사법 위반 가능성에 대해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생명보험 경영환경이 최악인 상황인데다, 초우량 푸르덴셜생명 매각도 진행되고 있어 KDB생명을 살 곳은 없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9월 기준 자산 약 20조원(업계 11위) 규모로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505%에 달한다. RBC비율은 같은 기간 기준 KDB생명 RBC(225.25%)비율보다 2.24배 가량 높고 업계내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 현재 푸르덴셜생명의 예비입찰에는 KB금융그룹과 국내 1~3위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참여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IB 전문가는 “KDB생명은 이번 매각에서 예비입찰 기간만 두 달 넘게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업계에서 이런 사례는 특이한 케이스”라면서 “푸르덴셜생명하고만 비교해 봐도 매력도가 떨어진다. 기한도 촉박해 산은 입장에선 애를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의 매각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KDB생명 매각과 관련해 “시장이 가격을 맞추면 거기에 따라갈 생각”이라면서 KDB생명 매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주사법 위반 등 관련 법률 검토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 “검토 결과가 곧 나오면 그에 따라 움직일 것이고 현재는 매각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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