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창업] 장사의 왕도는 신뢰...온라인 실전창업 사례
[부업창업] 장사의 왕도는 신뢰...온라인 실전창업 사례
  • 아이엠리치
  • 승인 2006.06.14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0년 역사의 유키지루시식품은 한 때 햄과 소시지 등의 일본 내 시장점유율이 80%나 됐었다. 2001년 말 일본에서 광우병 파동이 일어나 매출이 급락하자 유키지루시사는 호주산 쇠고기를 일본산으로 속여 팔았다. 일본산 중에서도 산지 값이 비싼 지역 이름을 내세우며 비싸게 팔았다. 한동안 매출이 회복되는 듯 했지만, 이같은 사실이 들통나면서 유키지루시사는 결국 퇴출되고 말았다.'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온라인에서 중고가전을 판매하는 K씨는 신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신뢰를 지키지 못한 덕에 큰 손해를 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 후, K씨는 ‘물건이 아닌 신뢰를 파는’ 판매자가 됐다.

 

K씨는 온라인으로 중고가전을 팔기 전부터 오프라인에서 같은 일을 해왔다. 중고가전매장을 운영하던 선배 가게에서 일을 도우면서 중고가전 판매에 발을 담근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2002년, K씨를 중고가전업으로 이끌었던 선배가 새로운 제안을 해왔다. 옥션에 물건을 몇 개 올려봤는데 판매가 잘 되더라는 것. 오프라인 매장을 아예 접고 함께 온라인 판매 동업을 하자고 했다. 재고 없이 주문 들어오면 바로 도매상에서 물건을 가져다 파는 식이라 위험부담도 없다는 얘기에 K씨도 OK했다. 

 

선배는 물건 등록과 고객 상담을, K씨는 고객 주문품 사입과 배송을 맡았다. 첫달 매출액이 무려 1억5000만원이 나왔다. 오프라인 매장을 할 때는 꿈도 못 꿔봤던 액수. 당시 옥션에서는 중고가전을 파는 판매자가 거의 없었다. 새로운 분야의 제품을 들고나왔으니, 당연히 관심이 몰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같은 호시절은 그러나 몇 달 가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반품률이 50% 이상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반품이 많아졌나 고민하던 중, 물건 등록과 고객 상담을 맡았던 선배가 불성실하고 신뢰할 수 없는 태도로 고객을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중고제품은 신제품보다도 특히 신뢰가 생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도 아닌 소비자가 알게 뭐야’라는 생각을 했던 선배는 5년 사용한 제품도 12개월 사용한 제품이라고 설명을 올렸다. 가격을 좀 더 비싸게 받고, 소비자들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막상 물건을 받은 후 생각보다 물건이 낡았다거나, 우연히 오래된 생산연도를 알게 되곤 뭔가 속은 느낌에 반품하려는 고객이 늘어났다. 몇 개월 뒤 고장난 제품을 AS받다 오래 사용한 제품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반품 상담 전화를 받은 선배는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반품을 안해주려 했다. 생산연도는 오래됐지만, 한동안 재고로 있다 팔리는 바람에 사용기한은 정말 얼마 안된다, 이전 주인이 좀 험하게 사용해서 그럴 뿐 사용기한이 긴 것은 아니다.

 

구입한지 몇 개월이나 된 제품을 어떻게 바꿔주냐 등등. 그나마 이렇게 전화 연결이 된 고객은 괜찮은 경우였다. 초기 몇 달의 성공에 들떠 점차 일을 게을리하기 시작한 선배가 하루에도 몇번씩 핸드폰을 꺼놓고 자기 일을 보는 바람에 전화연결이 안되는 고객이 훨씬 많았던 것. 이들이 분통을 터뜨리며 고객게시판에 글을 올려도 주인장 반응은 없었다.

 

한명 두명 불만이 쌓인 고객이 늘어가면서 매출액 곡선은 말 그대로 수직하락했다. 도저히 안되겠다 판단한 K씨는 선배와의 동업관계를 청산했다. 처음 몇 달 반짝 번 돈, 반품해주느라 대부분 다 까먹은 상태였다. 그렇게 2003년 초, 혼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한번 실패를 경험한만큼 두 번째는 더욱 철저하게 신뢰 위주로 나갔다. 사용기한과 연식을 정확하게 표기하는 것은 물론, 모든 물건은 보내기 전에 꼼꼼하게 수리하고 3개월간 무상 AS도 약속했다.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이 있으면 무조건 고객이 원하는대로 교환이건 반품이건 해줬다.

 

물건 하자가 아닌 ‘물건이 생각보다 별로다’ ‘막상 받고나니 좀 비싼 것 같다’ 등으로 감정적인 부분을 걸고 넘어져도 성심성의껏 상담하고 소비자 의사에 따라 처리했다. 게시판 답글도 바로바로 달았다. 배달을 하고 와서 아무리 피곤해도, 그 날 올라온 게시판 질문에는 꼭 답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K씨가 고객들로부터 무한대 신뢰를 얻은 것은 정작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다.

 

K씨가 판매하는 제품 중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세탁기다. VTR처럼 조그마한 가전제품은 택배로 보내지만 세탁기는 택배 배송이 쉽지 않다. 택배업체에서 잘 받아주지도 않을뿐더러, 받아준다 해도 설치는 못해주기 때문. 전문가 설치가 필수적인 가전인만큼 K씨가 직접 세탁기를 들고 가 설치를 해준다.

 

요즘은 온라인 상에서 중고가전 판매자들이 많이 늘었지만, K씨처럼 직접 설치해주는 판매자는 찾기 쉽지 않다. 직접 배송을 나가는 시간은 대부분 저녁 시간. 중고세탁기를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주 어려운 계층이거나 자취생 들이다. 낮에는 대부분 일하거나 공부하러 나가기 때문에 설치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들 편한 시간에 맞추기 위해 보통 7시 이후부터 배송을 시작한다.

 

“이들이 사는 집은 옥탑방이나 지하방, 다세대 주택이 대부분이예요. 고객이 사는 곳이 어디든 저는 무거운 세탁기를 혼자 짊어지고 갑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아파트까지 낑낑대며 들고 올라간 적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가서 힘들게 설치를 끝낸 다음에도 그냥 나오지 못하는 때가 많아요. 집이 너무 더러우면 눈에 띄는대로 쓰레기를 치워주고, 가끔 온 집안을 청소하고 나올 때도 있어요. 할 사람이 없어 못하고 있던 망치질을 해주고 나온 경우는 셀 수도 없구요. 힘들게 세탁기를 메고 와 설치해준 것만도 고마운데, 이런 수고까지 해준다며 고마워해주면 피로가 싹 가십니다.”

 

입소문이 널리 퍼졌다. 보통 중고가전 판매자들은 만족도가 50%를 넘기 어려운데, K씨의 경우는 불만율이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언제부턴가 K씨같은 온라인 판매자에게 물건을 대주는 도매상들이 직접 판매 전선에 뛰어들면서 가격을 훨씬 저렴하게 내놓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K씨의 꾸준한 매출 곡선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에서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신뢰를 지켜줘야 한다. 대박을 올릴 욕심에 물건 상태를 부풀려 설명하거나, 눈 앞의 판매대금에 연연해 반품을 안 받으려고 이런저런 핑계를 일삼는 건 쪽박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꼭 기억하시길!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장사의 왕도는 신뢰다. 온라인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