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사랑을 하려거든 목숨 바쳐라
[자기계발]사랑을 하려거든 목숨 바쳐라
  • 아이엠리치
  • 승인 2006.06.12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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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라는 트로트 가요 있죠? 아, 인생의 봄날이 가고 있다는 설움 때문인지 요즘 저도 모르게 그 노래를 흥얼거리더라고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출근하다가 문득 길섶에 핀 동백을 보고 환장할 것 같아 그길로 선운사로 쳐들어갔다는 최영미 시인의 고백도 문득문득 떠오르고…. 어쨌든 아직도 마음은 뭔가에 달떠 환장할 것 같은데 벚꽃은 하염없이 지고, 제 청춘도 그 꽃잎들 따라가는지, 참으로 마음 쓸쓸한 서른 즈음이었어요. 트로트 가사가 마음에 와 닿으면 나이가 들어가는 징후라는데, 아, 저도 어쩔 수 없는 나이를 건너고 있는 건지요….”


하지만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인영씨의 서른은 로맨틱한 삶에의 열망으로 가득한 정원과도 같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특별한 일탈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인생의 봄날에 눈여겨보았던 꽃과 나무, 맑은 햇빛과 밤을 지키는 별자리들, 대나무숲 사이로 눈부시게 출렁거리는 바람과 녹차밭을 굴러다니는 고요한 빗방울 등을 자신의 삶에 오랫동안 들이고 싶을 뿐이다.


“대학원생들과 점심식사를 마친 후 연구실로 다시 올라오는데, 단풍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가을날이었어요. 모두가 날씨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 글쎄 제가 뭐라 했는지 아세요? ‘오늘 빨래 잘 마르겠네, 집에 가서 밀린 빨래나 했으면 좋겠다….’ 순간 참으로 서글퍼지더군요. 아,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비 오는 날에도 빨래 걱정, 맑은 날에도 빨래 걱정…. 그깟 빨래 좀 밀린다고 당장 내일 입을 옷이 없는 것도 아닌데요.”

     

인영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게도 비오는 날의 낭만과 맑은 날의 설레임이 있었음이 문득 떠올랐다. 시험 전날에 너무 화창한 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채 친구들과 놀이공원으로 내뺀 적도 있었고, 격자무늬 창 위로 빗방울이 번져가던 파전집에서 소줏잔을 기울이며 사랑과 청춘, 그리고 미래의 꿈에 취하기도 했다. 아, 나의 낭만도 언제나 추억으로만 떠올려지는 아득한 과거형인가.


“언젠가 서른 넘도록 싱글로 살던 친구가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는 애인이 있다고 했을 때 ‘결혼은 무슨, 그냥 혼자 사는 게 제일 속편해’라고 찬물을 끼얹은 적이 있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 말이 마음에 콱 걸리더군요. 결혼 5년차, 공부하고 살림한다는 핑계로 너무 오랫동안 사랑도, 매혹도, 낭만도 잊고 있었습니다.”


인영씨의 서른은 잊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찾아나섬’의 시간들이다. 그녀는 다시 남편을 위해 특별한 연애를 기획하고, 삶의 정원을 채울 눈부신 매혹들을 발견해 나가느라 분주하다. 박효신 콘서트에서 20대 청년들과 어깨를 건 채 열광하고, 날이 좋아 환장할 것 같을 때는 공부도 살림도 일도 다 걷어치우고 남편과 함께 선운사로 달려가기도 한다. 삶을 방치하는 일탈이 아니라, 삶을 위한 일탈을 꿈꾸는 인영씨의 서른은 그래서 참 아름답다.


“인생의 봄날이 꼭 20대 청춘에만 있는 건 아니더군요. 낭만과 아름다움을 위해 자꾸만 무엇인가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스무 살 시절의 달뜬 충동들을 잘 다스리고 간직하고 키워나가는 사람의 삶은 언제 어디서나 봄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랑에 정해진 ‘때’란 없습니다. 두려움 없이 목숨 바쳐 사랑하는 사람, 그의 삶은 언제나 연분홍 치마 휘날리는 봄날입니다.”  

 

[김현정 커리어디시즌 대표] 참조 <서른살 여자가 스무살 여자에게> (토네이도,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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