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혁신보다 협업할 때'... 브레이크 걸린 '타다' vs 엑셀 밟는 '카카오'
'지금은 혁신보다 협업할 때'... 브레이크 걸린 '타다' vs 엑셀 밟는 '카카오'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10.30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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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기로 선 타다, 정부·국회·택시 압박 가세"
"잘 나가는 카카오, 새 모빌리티 서비스 척척"
택시업계가 검찰의 결정을 계기로 타다의 사업장 폐쇄까지 촉구하며 모빌리티 플랫폼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택시업계가 타다의 사업장 폐쇄까지 촉구하며 모빌리티 플랫폼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국내 모빌리티 산업 선두주자인 카카오와 타다의 희비가 엇갈렸다.

카카오는 한때 대립각을 세웠던 택시업계와 손잡고 전방위로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한 반면, 타다는 정부와 택시업계의 총공세에 못 이겨 고사 위기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같은 선상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혁신보단 우군 확보에 흥망성쇠가 갈렸다고 평가한다.

■ '사방이 적' 타다, 정부·정치권·검찰 총공세...모빌리티 혁신 어디에

타다를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게 한 결정타는 검찰의 기소다.

지난 28일 서울중앙지검이 타다를 불법 운영한 혐의로 이재웅 쏘카 대표와 자회사인 VCNC 박재욱 대표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타다가 렌터카가 아닌 사실상 콜택시에 가깝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는 곧바로 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택시업계가 검찰의 결정을 계기로 타다의 사업장 폐쇄까지 촉구하며 모빌리티 플랫폼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인 것이다. 현재 택시업계는 "불법 유상 택시업체들의 위법성이 이번 검찰의 기소로 위법임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다"면서 ‘타다 OUT’을 목놓아 외치고 있다.

타다의 압박에는 정치권도 가세했다. 이미 여당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이른 바 ‘타다 금지법’을 발의하면서 타다와 대립각을 세운 상황이었다.

해당 발의안은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임차하는 때 관광 목적으로 대여 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 또는 반납 장소가 공항이거나 항만인 경우에만 운전자를 알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사실상 타다 금지를 겨냥한 법안이다. 현재 타다의 주력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은 11인승 렌터카에 운전기사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으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중재자인 정부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렇다고 택시산업을 보호하려는 국토교통부 역시 타다의 편은 아닌 듯 보인다. 한때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7일 타다는 정부의 상생안과 대치하는 '1만대 증차' 계획을 발표했으나, 국토부가 즉각 시행령 개정을 통해 타다의 법적 근거를 손볼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예상치 못한 초강수에 타다는 증차 계획을 철회하며 백기를 든 바 있다.

이처럼 수사기관이 압박에다가 당정과 택시업계의 총공세가 이어지면서 타다는 사실상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모빌리티업계는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기존 산업 보호를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규제 족쇄가 채워질까 우려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타다를 통해 드러난 전방위적 압박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질식시키고 있다"면서 "규제 해소의 합리성과 신산업에 대한 '우선 허용, 사후 규제'라는 네거티브 원칙이 이제라도 빠르게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택시와 손잡은 카카오, '독주체제' 이어갈 듯...결국 키는 '기존 산업'

타다에 브레이크가 걸린 사이, 카카오모빌리티는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한때 카카오도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카카오는 작년 10월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카풀 서비스를 철회한 바 있다. 당시 택시업계의 잦은 총파업과 택시기사의 연이은 분신 사태에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를 접게 된 것이었다. 이후 상생을 위해 택시업계와 손잡고 모빌리티 사업의 발을 넓히기로 했다.

그로부터 1년 뒤, 일단 성과는 제법 성공적이다. 카카오가 택시업계와 충돌 없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독주체제’를 이어갈 태세다. 더욱이 합법적인 서비스라는 점도 독주에 힘을 실고 있다.

가장 기대되는 서비스는 대형 택시 서비스 ‘벤티’다. 벤티는 11인승 승합차인 스타렉스와 카니발을 활용한 대형 택시 서비스다. 같은 승합차더라도 카카오는 택시를, 타다는 렌타카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카카오는 내달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벤티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는 카카오가 이미 택시호출서비스 ‘카카오T’로 공고한 입지를 구축한 만큼 운송시장 선점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카카오는 중형택시 '카카오T블루', 고급택시 '카카오T블랙'에다가 대형택시 ‘카카오 벤티’로 다양한 택시 모빌리티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카카오와 타다의 엇갈린 행보에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결국 택시업계와의 협업이 모빌리티 산업의 성패를 좌우했다는 이유에서다.

현실적으로 새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기존 산업과 협력하기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막대한 자본력이 없는 것도 협업에 발목을 잡는 요소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애시당초 당정과 정치권이 혁신의 관점보단 표심에 치우쳐 모빌리티 서비스를 바라봤다”면서 “30만 택시업 종사자를 의식해 사회적 대타협 합의안을 짜다보니, 택시업계가 혁신의 키를 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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