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개척 나선 현대·기아차 vs 해묵은 갈등에 묶인 GM·르노·쌍용
미래 개척 나선 현대·기아차 vs 해묵은 갈등에 묶인 GM·르노·쌍용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10.2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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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통 큰 투자로 미래車 대비 나서"
"GM·르노·쌍용, 극심한 경영난에 투자 여력도 없어"
올해 3분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내수 판매 점유율은 역대 최고인 81.7%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3분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내수 판매 점유율은 역대 최고인 81.7%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에 양극화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지만, 대비책부터 극명하게 차이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이어나가는 반면, 한국GM·르노삼성자동차·쌍용자동차는 연구 개발은커녕 눈앞의 과제조차 해결할 여력이 없다.

업계에서는 다가오는 패러다임에 제 때 적응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 현대·기아차는 미래차시대 한창 대비 중...정의선의 통 큰 ‘승부수’

최근 현대·기아차는 최대 이슈는 단연 ‘미래 모빌리티’다. 단순히 정통 자동차 제조업체에 머물지 않고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통 큰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와 수소차에 이어 자율주행차 시장까지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달 말 글로벌 자율주행업체 앱티브와 함께 4조8000억원 규모의 합작사를 세우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현대·기아차가 조(兆) 단위 투자에 나선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더욱이 단순히 지분 투자와 협업하는 것을 넘어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올 들어 현대·기아차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활발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인도 1위 카헤일링 기업 올라(Ola)에 3억 달러를 투자했고, 미국과 호주의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인 '미고', '카넥스트도어'에도 전략적 투자를 했다. 고성능 레이더 전문 개발 미국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이스라엘의 라이다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옵시스', 미국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등에도 투자했다.

이 중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있다. 정 부회장은 "미래에는 자동차가 50%가 되고 30%는 PAV,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미래차 주도권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현대·기아차는 고질적인 문제를 정면돌파하고 있다. 일단 해묵은 과제를 털어내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에서다.

잠재적 리스크였던 ‘세타2 엔진’ 문제도 4년 만에 종결지었으며, 해마다 골치 아팠던 노조의 임금 및 단체협상도 무사히 마무리 지었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현대·기아차의 지향점이 명확해졌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방향키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쥔 뒤로부터 현대·기아차가 미래차 경영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면서 “과감한 투자와 통 큰 결단으로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 GM-르노-쌍용, 각종 악재로 나란히 휘청...'외국계 완성차의 한계'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외국계 3사는 미래차 개발은커녕 노사 갈등과 구조조정으로 허덕이는 모습이다.

한국GM은 올해 유독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5월 전북 군산공장의 문 닫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이후, 노사가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노조가 임단협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던지면서 올해 임단협은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노사 분규에 GM본사가 약속한 신차 2종 배정이 다른 해외공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일단 한국GM은 내년 신차가 배정될 때까지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트래버스와 콜로라도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르노삼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물량 배정 문제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최근 르노삼성은 추진 중이던 캐시카이 후속 모델 생산이 최종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생산절벽에 경고등이 켜지게 됐다.

앞서, 르노삼성이 르노 본사로부터 XM3 물량을 따내긴 했지만, 생산량이 2~3만대 수준에 불과해 로그의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로그는 내년 초 생산이 완전히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올해 임단협 협상도 녹록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량 급감으로 구조조정이 유력해지면서 노사 갈등이 예고돼서다.

쌍용차도 깊은 수렁에 빠진 상태다. 올해 최대 과제였던 흑자 전환은 물 건너갔다.

쌍용차는 올해 야심차게 신차 3종을 내놓았지만, 아쉬운 판매 실적으로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의 늪에 빠지면서 내년 예정된 신차 개발 및 양산 계획마저 연기하기로 했다.

이미 고강도 쇄신책은 진행 중이다. 지난달 신차 개발 비용 등을 확보하기 위해 임원을 20% 줄이고, 급여를 10%나 삭감했다. 안식년제 도입, 복지 축소를 담은 경영정상화 자구책도 나왔다.

이러한 상황 속 모기업인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에 미래차 연구개발에 활로를 열어줄지도 미지수다. 올 초 마힌드라로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의 자금을 조달받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완성차 3사가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미래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와 달리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는 외국계 자본으로 운영돼 과감한 투자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노사 관계와 생산력 부문 등에서 경쟁력을 얻지 못하면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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