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 후퇴한 분양가상한제, 상승불씨는 여전
일보 후퇴한 분양가상한제, 상승불씨는 여전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10.02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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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느낀 국토부, 관리처분사업장 상한제 6개월 유예"
"근본적 대책 없이는 서울 집값 상승 불가피할 듯"
정부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한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6개월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한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6개월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유예하자 숨가빴던 분양시장은 한숨 돌리게 됐다.

성난 여론을 고려해 분양가상한제를 내년 4월로 미루기로 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어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장 교란의 불쏘시개가 된 분양가상한제 논란이 잠시 잦아들겠지만 불씨는 여전하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 논란의 분양가상한제, 일단 한 발 후퇴...김현미 의지는 여전히 확고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엄포를 놓은 지 석 달만에 ‘유예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한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6개월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재건축·재개발·지역주택조합이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뒤 6개월 안에 입주자 모집공고만 마치면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로써 서울 내 정비사업장은 공급 숨통을 틔우게 됐다. 현재 서울에서 추진 중인 332개 재건축·재개발 사업 중 착공 및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는 135개로, 세대수로는 13만 세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정부가 지난 7월 초 분양가상한제 예고한 이후에도 서울 주택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자, 결국 속도조절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서울 아파트값은 아직 ‘과열’이라고 진단하기는 이르지만, 분양가상한제를 앞두고 1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여기에 만만찮은 분양가상한제 반대여론도 정부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토부가 지난 40일간 주택법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 중 분양가상한제 관련 의견은 4949건이나 쏟아졌다. 분양가상한제 반대 의견이 대다수였고, 기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단지에 대한 '소급 적용‘에 반발하는 의견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9일에는 전국 42개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분양가상한제 소급 적용 저지를 위한 광화문 촛불시위를 개최하기도 했다. 주최 측 추산 1만20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정부는 한 발짝 물러서면서도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 현장에서 "10월 말 분양가상한제 확대를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 즉시 관계기관 협의를 열고 언제라도 지정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원인은 ‘수급불균형’인데 아직도 인위적 가격통제 매달려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유예 조치에도 시장의 불확실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위적인 분양가 통제로는 서울 집값을 끌어내리기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잦은 규제로 내성이 길러진 터라 분양가상한제의 실효성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서울 집값이 뛰는 이유로 ‘수급불균형’을 지목한다. 서울로 밀려드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이 가격 상승을 견인한다는 것이다.

이미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자금은 미중 무역분쟁, 한일관계 경색, 마이너스 물가상승률 등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으로 안전자산인 부동산에 몰리고 있다. 여기에다가 금리 인하, 가을 이사철 수요 등도 매수세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정부는 공급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옥죄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에다가 이번에는 분양가상한제까지 꺼내들면서 공급 축소를 부추기고 있다.

이대로라면 공급 희소성만 높아져 서울 집값의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의 유예로 후폭풍이 뒤로 밀렸을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건설사들의 물량 밀어내기로 공급물량이 다 소진되면 그다음부터가 문제다”라면서 “분양가상한제로 공급 위축이 현실화되면서 시장 불안정으로 더 큰 왜곡을 부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당분간은 괜찮지만, 분양가상한제 유예 기간이 끝나는 내년 4월 이후 다시 집값이 오를 여지가 생기게 된다”면서 “인위적인 가격 통제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공급 불안정에 집값만 밀어올리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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