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의 포문 연 LG삼총사...'구광모 체제' 이후 공방전도 불사
논쟁의 포문 연 LG삼총사...'구광모 체제' 이후 공방전도 불사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9.18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G 주요 계열사들은 분쟁 중...공격적 행보 눈길"
"본격 경영시험대 오른 구광모號, 신사업 선점에 사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6월 29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6월 29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진=LG그룹)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맹공이 심상치 않다. LG전자는 물론이고 LG화학과 LG유플러스까지 잇따라 경쟁사들을 도발하면서 논쟁의 포문을 여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LG로부터 시작된 ‘진흙탕 싸움’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달라진 LG의 경영방침에 주목하고 있다.

■ LG전자·LG화학·LG유플러스 모두 ‘트러블메이커’ 면모 보여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연이어 논쟁의 중심에 섰다.

최근 전자업계에서 최대 이슈는 단연 LG전자와 삼성전자 간의 8K TV 화질 승부다.

이번 논쟁의 선제공격은 LG전자로부터 시작됐다. 이달 초 LG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삼성전자의 QLED 8K TV에 대해 “선명도가 떨어져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저격했다. 이어 지난 17일 ‘8K TV 기술설명회’에서는 삼성전자의 TV를 직접 분해하면서 문제점을 제기, 대놓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삼성전자는 LG전자 ‘올레드 TV’의 약점을 지적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그러자 다시 LG전자가 이를 받아치면서 양사 간 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 역시 이와 비슷한 패턴을 띈다.

이번 분쟁은 LG화학의 소송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을 계획적·조직적으로 빼내 핵심기술을 유출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지난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근거 없는 비난을 계속해온 상황에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맞불을 켰다.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6월 국내에서 제기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미국 ITC와 연방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이처럼 양사의 갈등이 격화되자 급기야 지난 16일에는 CEO 회동까지 열렸다. 이번 사태의 합의를 모색한 자리였으나, 이견만 확인한 채 빈손 회동으로 마무리됐다.

통신업계의 상황도 이와 마찬가지다. LG유플러스의 경쟁사 도발에 바람 잘 날이 없을 정도였다.

지난 6월 말 LG유플러스는 “5G 속도가 이동통신 3사 중 1등”이라며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벌였다. 그러자 곧장 SK텔레콤과 KT는 긴급간담회를 통해 “자체 조사 결과인 만큼 공정하지 않은 측정 결과”라며 LG유플러스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경쟁사의 반발에도 오히려 LG유플러스는 "공개적으로 속도 테스트를 하자"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한 달이 지난 7월 말에는 LG유플러스가 방송통신위원회에 SK텔레콤과 KT를 불법 보조금 살포 혐의로 신고하면서 또 다시 논란을 빚었다.

■ 인화의 LG 확 달라졌다...구광모 체제 이후 ‘공격태세’

이러한 행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업계를 뒤흔들만한 선공을 하는 것은 임원의 재량 밖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세인 CEO더라도 공격적인 도발의 후폭풍을 감내하기가 쉽지 않다.

재계에서는 LG가 동시다발적 분쟁을 일으킨 것을 두고 그룹 자체의 경영방침이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과거 고(故) 구본무 회장 시절 LG는 인화(人和)를 강조해왔다. 화합을 중시하는 경영문화 아래 구본무 회장은 무던히 그룹을 이끌어왔다. 경쟁사와의 논쟁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것도 비교적 적었다.

그러나 올해는 유독 공격적인 행보가 두드러진다. 인화는커녕 오히려 경쟁사와의 불화를 자처하는 모습이다. 이는 ‘구광모 체제’ 이후의 변화다.

여기에다가 그룹 계열사들이 차세대 먹거리에 뛰어든 것도 경영방침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이다.

가전업계는 초고화질 TV 시대, 배터리업계와 이동통신업계는 전기자동차 시대와 5G 시대를 각각 맞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계열사들이 새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맹공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LG의 공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LG 계열사들의 시장 선점과 구광모 체제의 안착이 맞물려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취임 첫해인 작년에 ‘안정 속 변화’를 택했다면, 본격 경영시험대에 오른 올해야말로 존재감을 발휘할 때”라면서 “이 때문에 LG계열사들이 갈등도 불사하고 주도권 잡기에 사활을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