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총수 급히 한 곳에’...文정부 불편한 소통에 재계는 ‘분통’
‘30대그룹 총수 급히 한 곳에’...文정부 불편한 소통에 재계는 ‘분통’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7.10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日수출규제 해결방안 모색…30대 그룹 기업인 총출동"
"민관 소통체제 구축 나서...재계 목소리 제 때 반영되나"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30대 기업을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30대 기업을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사태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30대 그룹 총수들과 만났지만, 어째 재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10일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총자산 10조원 이상의 국내 대기업 30개사 기업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묘수’ 없이 바쁜 그룹 총수들을 불러모으는 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오히려 ‘정치적 보복’으로 수출입 활로가 막힌 상태에서 기업인들은 공개 회담이 불편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라니’...총수들 불러놓고 타개책 모색 나서

이번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들과의 회동을 두고 ‘보여주기 식’ 소통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이자, 정부가 부랴부랴 기업들과의 타개책 강구에 나섰다.

이날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파장과 향후 대책에 대해 소개한 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응하고 타개해갈지 여러분의 말씀을 경청하고자 한다"며 "정부와 기업 간 허심탄회하게 의견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먼저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 LG, SK, 삼성부터 입을 열었다. 이후 국내 부품·소재 생산업체인 금호아시아나, 코오롱, 현대차, 효성 등의 순으로 발언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업인의 발언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대부분의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삼자며 중장기적으로 대처하자는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번 간담회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이번 사태를 자초한 정부를 마주한 상황에서 가감 없이 쓴소리를 내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소신있는 발언’도 기업으로썬 부담스러운 부문이어서다.

게다가 정치적 이슈에서 불거진 경제 보복이기 때문에 기업인들에게 해법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기업들은 정치와 경제가 연합해 일본 수출규제에 공동대응하는 것처럼 비춰질까 우려하는 기색이다.

■ 기존 경제단체도 제쳐놓았는데...‘민관 소통창구’ 제 역할하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장기전이 될 것을 우려해 민관 소통창구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인 만큼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이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민관 비상 대응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와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이 상시 소통체제를 구축하고, 장·차관급 범정부지원체제를 운영해 단기적 대책과 근본적 대책을 함께 세우고 협력해나가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정부와 재계 간 소통창구이자, 민간외교의 주축이었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힘을 잃으면서 재계에는 마땅한 구심점이 없는 상태다. 미중 무역분쟁, 중동 국가들과 미국 간 갈등, 일본 수출규제 등 대내외적 악재가 발생해도 기업인 각자가 직접 ‘민간외교관’ 역할을 맡게 될 상황에 이르렀다.

게다가 정부의 잦은 호출도 총수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후문이 들려오는 가운데, 새 소통체제가 만들어지는 데 재계도 공감하는 눈치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 다수와 함께 꾸려진 민관 비상 대응체제가 재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귀담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주요 경제단체가 유명무실해진 상태여서 이러한 의문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현재 전경련을 비롯해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의 경제단체들은 사실상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지 오래다. 그나마 대한상공회의소가 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이 다수 포함돼있어 재계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할 순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외적 이슈를 두고 정부와 기업 총수들이 집결하는 것이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라면서 “정경분리를 원칙으로 현안에 대응해야 하지만, 조심스럽기는커녕 어정쩡한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