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분양가 누르니 촉각세우는 현금부자...‘로또청약’에 쏠리는 눈
高분양가 누르니 촉각세우는 현금부자...‘로또청약’에 쏠리는 눈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7.03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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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 분양가 통제에...로또아파트 양산 등 부작용 우려"
"현금부자에 밀려 내 집 마련 쉽지않을 듯"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그랑자이'가 평균 42.63대 1의 평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됐다. (사진=GS건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그랑자이'가 평균 42.63대 1의 평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됐다. (사진=GS건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최근 서울 분양시장에서 화두는 단연 ‘로또아파트’다.

지난달 초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심사기준 변경을 통해 고분양가 산정에 제동을 걸자, 일부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으로 선회하면서 로또분양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던 와중 정부가 지난달 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로또아파트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겹겹 규제에 분양가가 낮춰질 공산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올해 마지막 로또라던데’...서초그랑자이, 42대 1 경쟁률로 청약대박

올해 ‘마지막 로또분양’으로 불렸던 ‘서초그랑자이’가 청약흥행에 성공했다.

3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서초그랑자이는 전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174가구 모집에 7418명이 몰리면서 평균 42.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강남에서 분양한 ‘방배그랑자이(13.29대1)’, ‘디에이치 포레센트(16.06대1)’를 훌쩍 뛰어넘은 성적이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100B㎡가 차지했다. 단 1가구 모집에 711명이 몰리면서 711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그 외 1가구를 모집한 84B㎡(586대 1), 100A㎡(426대 1), 119㎡(409대 1) 등도 세 자릿수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서초그랑자이는 분양보증 심사기준 강화 전 분양을 받아 수요자들의 관심을 일찍이 끌어모았다.

서초그랑자이는 지난달 21일 HUG로부터 3.3㎡당 평균 분양가 4687만원에 분양 보증서를 발급받았다. 이는 당월 24일부터 적용되는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분양보증을 받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서초그랑자이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 3.3㎡당 6000만원보다 훨씬 저렴한 데다가, 향후 로또물량이 귀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금부자가 대거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HUG의 분양보증 심사기준을 피하기 위해 후분양으로 선회하는 추세다. 공정률 80% 시점에 후분양을 실시할 경우에는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돼 자유롭게 분양가를 산정할 수 있다.

현재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단지 등이 선분양 대신 후분양을 택하기로 확정했다. 그 외 다수의 단지들이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연내 분양을 앞둔 강남권 단지들이 후분양을 택하면서 ‘로또분양’의 희소성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이 덕택에 규제 강화 전 막차를 탄 서초그랑자이는 ‘올해 마지막 로또’라는 수식어까지 얻게 된 것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서초그랑자이는 주변 시세보다 낮아 2~4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면서 ”더욱 귀해진 로또아파트를 노린 현금부자들이 대거 청약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추가 규제로 분양가상한제 ‘만지작’...로또아파트 양산할까 우려

올해 마지막 로또단지가 서초그랑자이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근 정부가 고분양가에 대한 추가 규제를 내비치면서 ‘로또분양’이 다소 늘어날 공산이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26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 토론회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당시 분양가 상한제 검토 여부에 대한 질문에 김 장관은 “고분양가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HUG를 통한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이는 후분양을 택한 강남 재건축 단지를 겨냥한 발언으로, 고분양가를 끝내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읽힌다.

현행 분양가상한제는 분양 시점과 관계없이 모든 분양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다. 사업자가 후분양을 결정하더라도 공사 중 분양가상한제 대상으로 지정되면 당초 계획했던 분양가를 못 받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정부의 인위적인 규제로 분양가가 더욱 낮아지면서 ‘로또아파트’가  양산된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대출규제에서 로또아파트는 현금부자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시세보다 저렴한 로또단지더라도 현금부자가 아닌 이상 내 집 장만은 버겁다.

이번에 흥행한 서초그랑자이도 이와 마찬가지다. 서초그랑자이의 분양가는 최저 11억1900만원에서 최대 18억9000만원까지로, 중도금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현금 11억원이 마련돼야만 잔금을 치를 수 있다.

게다가 분양가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 수익성 감소로 전체 아파트 공급은 위축될 공산이 커지게 된다. 이는 결국 희소성으로 로또청약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되레 집값 상승을 견인해 ‘규제의 역설’을 낳게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도한 분양가 통제가 오히려 현금부자에게 '로또'의 기회를 안겨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도한 분양가 규제는 로또분양을 부추기고 청약시장을 과열시켜 결국 실수요자의 청약 기회를 줄어들게 한다"면서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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