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발행 10주년 단독인터뷰] '신사임당' 영정 새긴 이종상 화백 "돈에 담긴 마음 알아야"
[5만원권 발행 10주년 단독인터뷰] '신사임당' 영정 새긴 이종상 화백 "돈에 담긴 마음 알아야"
  • 박재찬 기자
  • 승인 2019.06.21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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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원권 ‘율곡 이이’부터 5만원권 ‘신사임당’까지... ‘최초’, ‘유일’ 영정화폐 화가
‘지폐의 가치가 물질만 생각하는 것 아니라 위인들의 역사적 삶과 혼도 되새기길’
5만원권 속의 신사임당 영정은 일랑(一浪) 이종상(81) 화백이 작품이다. 그는 ‘돈에 담긴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종상 화백)

[화이트페이퍼=박재찬 기자] 오는 23일 5만원권 발행 10주년을 맞이한다. 발행 10년만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권종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5만원권에 그려진 신사임당의 영정을 그린 화가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5만원권 속의 신사임당 영정은 일랑(一浪) 이종상(81) 화백의 작품이다.

5만원권 발행 10주년을 맞이해 이 화백을 만났다. 무엇보다 그는 ‘돈에 담긴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화 영토 확장에 평생 바친 ‘실천하는 화가’

이 화백은 5만원권에 앞서 지난 1978년 발행된 5000원권의 율곡 이이의 영정을 먼저 그렸다. 그의 나이는 당시 37세에 불과했다. 이후 지난 2009년 74세의 나이로 율곡 이이의 모친 신사임당의 영정을 5만원권에 그려 넣었다.

이 화백은 살아있는 국내 유일의 영정 화가이자, 두 번이나 화폐 영정을 남긴 우리나라 최초의 화가다. 그에 앞서 23세의 나이로 최연소 국전 추천작가 반열에 입성, 재능을 뽐냈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서 화폐 영정 제작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 화백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실천하는 화가로서 문화 영토를 확장하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1960년대에는 최초로 고구려벽화 연구를 통한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아 나섰다. 또한 1970년대에는 세계 최초로 독도에서 그림을 그린 화가로 활동하며 ‘독도문화 심기 운동’ 등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데 앞장 섰다. 

특히 1997년에는 프랑스 문부성 초대로 5개월간 루브루 미술관에서 ‘까르젤 설치벽화’ 개인전을 열었다.

이 화백은 “세 차례 앙코르 요청과 무려 127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고 회고했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대목.

당시 루브르 측에서 작품을 사서 영구전시하겠다는 제안이 왔는데 이 화백은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달라는 조건을 걸었으나 거래가 성사되진 못했다고 한다. 

이 화백은 살아있는 국내 유일의 영정 화가이자, 두 번이나 화폐 영정을 남긴 우리나라의 최초의 화가다. (사진=화이트페이퍼)

■ ‘지폐 영정엔 위인의 삷과 혼이 담겼다’

다시 지폐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퇴계 이황부터 율곡 이이, 세종대왕, 신사임당 등 지폐속 위인의 그림은 사실 초상화가 아닌 ‘영정’이다.

이 화백은 “초상화는 이름, 성을 몰라도 실제와 똑같이 그릴 수 있지만, 영정은 다르다”며 “영정은 그림자 영(影) 자에 족자 정(幀) 자를 사용하는데, 즉 그분의 혼을 액자 속에 모시는 것이며, 영정을 그리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혼과 대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5000원권 율곡 이이는 원래는 순종 어진을 그리신 조선의 마지막 화원 이당(以堂) 김은호(1892~1979) 선생께서 그리기로 돼 있었다”며 “그러나 이당 선생님이 병환으로 그릴 수 없게 되자 수많은 원로를 뒤로하고 불과 36세의 청년 작가인 나를 추천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율곡의 영정을 그린 지 꼭 31년 만에 모친인 신사임당을 그렸다. 그는 “전 세계에서 화폐에 모자를 그린 건 유일하다”며 "더 없는 영예다"라고 밝혔다.

그는 “신사임당은 뛰어난 시인이자 화가였고, 아들을 잘 키원낸 훌륭한 어머니 였다”며 “이런 분이 최고액권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의 높은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화백은 “돈의 액수도 중요하지만 돈에 담긴 마음이 더 중요하다”며 “지폐 속에 역사적 위인들의 혼이 돈에 들어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지폐를 보고 물질만 생각하지 말고  그 속에 담긴 위인들의 역사적 사실과 위대한 삶을 되새겨 보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5만원권 속의 신사임당 영정은 일랑(一浪) 이종상(81) 화백이 작품이다. 그는 ‘돈에 담긴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5만원권 발행 10주년을 맞이해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이 화백을 만났다. (사진=화이트페이퍼)

<이종상 화백 프로필>

1938년 충남 예산 출생

대전고등학교 졸업

서울대 미대 회화과 졸업

동국대 대학원 철학박사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 교수

서울대 미술관·박물관 관장

서울대 명예교수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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