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켜진 르노삼성 공장...노조 독주에 파업이탈로 답한 조합원
불 켜진 르노삼성 공장...노조 독주에 파업이탈로 답한 조합원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6.07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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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파업에도 근로자 66% 정상출근...이례적인 사태"
"벼랑 끝 위기에서 노조 내부 갈라서...파업참가율이 변수될 듯"
르노삼성 노조가 전면파업을 시작한 지 이틀째, 르노삼성 주간 조 근무 출석률은 66%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르노삼성 노조가 전면파업을 시작한 지 이틀째, 르노삼성 주간 조 근무 출석률은 66%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1년 가까이 르노삼성자동차의 노사분규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은 노동조합 내부 분위기가 심상찮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의 노조 집행부가 무기한 전면파업 지침을 내렸지만, 조합원들의 절반 이상은 정상출근을 택했다. 사실상 노조원의 상당수가 집행부의 결정에 반기를 들면서 노노(勞-勞) 분열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됐다.

■ 흔들리는 파업 동력...‘무리한 요구’ 노노분열에 불 댕겨

르노삼성 노조가 전면파업을 시작한 지 이틀째, 식어있어야 할 부산공장은 정상가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7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전체 르노삼성 주간 조 근무 출석률은 66%를 기록했다. 노조원 1091명 중 725명이 정상 출근하면서 정오부터 생산라인을 가동하게 됐다.

노조의 전면파업 선언에도 저조한 파업률을 보고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이례적인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앞서, 노조는 최근 임단협 재협상을 두고 사측과 실무급 축소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지난 5일 오후 5시45분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사실상 ‘초강수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당시 재협상 협의 과정에서 노조는 처음부터 임금과 관련한 요구안을 들고나왔다. 노조는 먼저 파업 기간 무노동에 대한 100% 임금보전을 요구했다.

여기에다가 노조원과 비노조원 간 임단협 타결 격려금을 차등 지급할 것과 노조원 안에서도 파업참가 횟수에 따라 타결 격려금을 차등 지급해 줄 것을 주장했다.

해당 요구안은 노조가 내부 결속 강화를 위해 사측에 요구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노조 측 요구대로라면 같은 직원이라도 노조원이 비노조원보다 임단협 타결 격려금을 더 많이 받게 되고, 같은 노조원이라도 파업참가 횟수가 많은 노조원이 더 많은 타결 격려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자칫 노조원 내부 갈등까지 유발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노조 내부에서도 ‘무리한 요구’라면서 의견이 분분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이미 생산절벽의 위기가 엄습하는 상황 속에서 노조 집행부의 투쟁에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 ‘강성노조가 답인가’...위기 속 파업 이탈 늘어날 듯

최근 르노삼성은 노사분규에다가 노노갈등까지 겪으면서 악화일로의 상황을 걷게 됐다.

업계에서는 사측에게 무리한 요구를 거부당하자 곧바로 파업 카드를 꺼내든 노조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협상 타결의 의지가 있는지도 의구심이 드는 부문이다.

노사상생 모범생으로 꼽혔던 르노삼성은 작년 12월 새 노조위원장이 당선되면서 강경노선을 타게 됐다. 취임 이후에는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며 강경투쟁을 주도했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총 65차례 부분 파업했다. 이로 인해 약 2800억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노조의 투쟁은 강성노조로 분류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떠올리게 한다. 현 노조집행부는 선거 당시 공약으로 임기 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가입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현재 노조는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하기 위해 조합원 찬반 투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반쪽자리 파업에 노조집행부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민주노총 가입이 사실상 순탄치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전면파업 역시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노조원들은 파업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한 상태다. 연초 90%에 육박했던 파업참가율은 4월 초 70%로 내리앉더니, 이후 열흘 만에 50% 밑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파업 시행에도 노조원들의 절반 이상이 정상출근한 것은 국내 완성차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라면서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노조가 전면파업까지 선언했지만, 초반부터 동참률이 저조해 파업이 장기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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