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따라잡기] 선동렬의 높은음자리는 '자신감'
[성공따라잡기] 선동렬의 높은음자리는 '자신감'
  • 아이엠리치
  • 승인 2006.03.31 1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있어야 할 그곳은 높은음자리

 

'무등산 폭격기', '국보 투수', '나고야의 태양'ㆍㆍㆍ. 언제나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던 선수 생활을 마감한 데 이어, 사령탑에 오른 첫해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삼성 감독 선동렬.

 

그의 성공 요인은 선수로서는 탁월한 기량, 감독으로서는 뛰어난 용병술과 조련술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판단력'이라는 것을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그는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 해야 할 말을 안다. 이곳저곳에서 그를 부르지만, 거기에 현혹되지 않고 자기에게 가장 알맞은 자리를 보는 눈이 있다는 얘기다.

 

그의 뛰어난 포지셔닝은 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으로 활약한 2002년과 2003년에 돋보인다. 슈퍼스타 출신인 그를 감독으로 영입하려는 각 구단의 움직임은 집요했다.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회장인 두산을 비롯해 SK. LG, 삼성, 기아 등이 적극성을 보였다. 실제로 2003년 말 두산 구단은 선동열의 영입을 기정 사실화하기 위해 김인식 감독을 아웃시키기까지 했다.

 

한편 SK나 LG, 삼성 등도 최후의 베팅을 준비했다. 그러나 선동열은 감독이 아닌 수석 코치로 해태 타이거즈 시절 은사인 삼성 김응용 감독의 품에 안겼다.

 

당장 감독에 대한 미련도 많았으나 광주 출신으로 대구에서 지도자를 하는 것이 지역 통합이라는 대의 명분에도 맞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로서, 지역 경쟁 심리 구도로 형성된 프로야구를 지역 화합의 단계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실천한 것이다. 물론 김응용 감독의 뒤를 잇는다는 것과 삼성 구단의 풍부한 물질적 지원도 계산에 넣었을 것이다.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명성을 잇고 있는 선동열. 사실 스타 출신 선수가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는 힘들다. 그것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는 수많은 명장을 배출했지만, 현역 시절의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한 스타 감독은 찾아보기 힘들다.

 

스타 선수가 스타 지도자가 되기 어려운 데에는 그들이 일반 선수들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절대적이다.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선수들을 지도하기 때문이다. 또 주로 접대를 받는 데 익숙해 남을 배려하는 것이 몸에 익지 않은 것도 원인이다.

 

그러나 선동열은 달랐다. 2004 시즌 삼성의 수석 코치로 지도자 생활에 발을 들려놓은 그는, 그 해 5월 초까지는 팀 방어율 꼴찌라는 기록을 내며 적잖은 상처를 받았다. 거기에 투수진의 붕괴 문제가 맞물리면서 삼성은 팀 최다 패인 10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7월로 들어서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팀 방어율을 1위로 끌어올리며 삼성을 출범 이후 처음으로 '투수 왕국'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선동열은 선수가 팀을 이끈다고 본다. 감독이나 코치의 포지션은 뒤에서 표나지 않게 다독거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지금 그는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선수의 능력을 끌어내는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가 선수나 코치에게 하는 말은 단순하다.

 

"열심히 하자"

 

결국 위치에 충실한 역할 수행과 해야 할 말을 분명히 하는 성격이 그를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주 스포츠전문기자] 참조 <이 경기장에선 내가 최고다 참조> (대교베텔스만. 2006)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