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야마약장수'가 알려주는 돈버는 법
'토야마약장수'가 알려주는 돈버는 법
  • 아이엠리치
  • 승인 2006.03.31 1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야마약장수'가 알려주는 돈버는 법

 

일본 토야마(富山)현은 에도시대부터 300년 이상에 걸쳐 가정상비약 시스템 뿐만 아니라 제약 및 매약(賣藥)업의 중심지로 유명하다.

 

토야마 2대 번주(오늘날 현의 지사)인 마에다 마사토시(前田正甫)가 오카야마의 한 의사로부터 복통치료제인 '한곤탄(反魂丹:반혼단)'을 받은 일이 있었다.

 

마에다가 참근교대(參勤交代 : 지방 영주들이 교대로 에도로 와 쇼군을 보좌하는 제도로 지방세력 확장 방지가 목적)로 에도성에 들어 갔을 때 복통을 일으킨 다른 한 번주에게 한곤탄을 먹여 쾌유하자 이를 본 다이묘(영주)들이 이 약의 판매를 원해 토야마의 매약업이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후 토야마의 약판매행상인, 이른바 토야마약장수들은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며 토야마산 생약을 팔았다. 당시 토야마현의 수입 15%를 이들 약장수가 벌어들였다.

 

토야마는 이렇게 성장한 매약업을 통해 축적된 자본력을 바탕으로 메이지시대부터 토지개발, 은행업 창설, 매약업의 해외진출에 역점을 두어 이 지역 산업을 부흥시켰던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토야마 약장수들의 독특한 전통마케팅이 매약업의 발달에 큰 몫을 담당했다는 것. 상비약을 채운 약상자를 일단 무료로 가정에 보급하고 약장수가 3~6개월의 기간을 두어 정기적으로 가정을 돌며 약의 사용내역을 확인 보충해 준다.

 

오늘날 남아있는 토야마 약장수의 한 매약장부에는 '메이지 33년 11월15일에 방문, 사용된 매약의 대금이 30전, 작년부터 대금의 거스름돈과 맞춰 46전 9리 중에서 30전을 받음'이라고 적혀있다. 

 

이 장부에는 방문한 일시는 물론 배포한 약의 종류와 수량, 판매금액 등 단골 고객 일가의 정보가 전부 기록되어 있어 대대로 물려받으며 가업을 이을 수 있는 '가보'로서 취급받았다. 그리고 장부에 기재된 거래내역을 근거로 고객은 사용한 약에 해당하는 대금만 지불하면 됐다. 

 

이른바 '선용후리(先用後利)' 시스템으로 물품을 먼저 고객에게 주어 사용하게 하고, 사용한 분량만의 대금을 나중에 회수하여 이익을 내는 매우 선진적인 마케팅 방식이다. 

 

18세기에 토야마 약장수들이 고안한 선용후리 방식을 통해 일본은 '가정비치 상비약' 시장이 형성됐다. 현재 약540억엔에 이르는 비치상비약 시장의 50%는 토야마현의 제약-매약관련 사업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토야마 약장수들의 마케팅 노하우를 현재 비즈니스 모델로 차용한다면 선용후리 시스템을 통해 신규고객을 확보하고 단골 관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애완동물전용 비치상비약 비즈니스에 선용후리 마케팅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하고 있다. 동물응급처지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일본에서 애완동물을 위한 상비약은 주인들에게 생활필수품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애완동물용 의약품세트를 가정에 무료로 보급한 뒤 업자가 정기적으로 순회하면서 사용한 만큼의 약값을 받아내는 '토야마 동물약장수'가 등장하고 있다.  

 

P2P 혹은 B2P, B2B 유통 비스니스모델에서 유용한 '토야마약장수' 마케팅을 보다 확대시키면 애완동물용 비치상비약 뿐 아니라 사무용 소모품 비치서비스, 대형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커피-음료 비치사업, 특정 고급화장품을 선호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세트 비치사업 등으로 분야를 확대할 수 있다.

 

최근 몽골에서는 토야마의 비치상비약 시스템이 유목민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어 그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일본재단이 2004년부터 몽골의 NGO와 함께 유목가정 1만세대에 배포한 상비약은 위장약, 감기약 등 12종으로 사용대금은 의사가 겔(몽골유목민의 천막집)을 순회하면서 받는다. 

 

비즈니스 뿐 아니라 사회복지 모델로도 손색이 없는 '첨단' 마케팅 방법을 개발한 토야마 약장수들에게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다. (사진 = 일본 토야마시 광장에 서있는 '토야마 약장수' 동상)

 

[최영욱 재팬엔조이 대표] www.japanenjoy.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