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버는 실전투자법] 금리와 채권형 펀드의 관계
[돈버는 실전투자법] 금리와 채권형 펀드의 관계
  • 아이엠리치
  • 승인 2006.03.23 1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리와 채권형 펀드는 무슨 사이?

2004년 여름, 기자는 서울 목동에 사는 샐러리맨 장 모씨(46)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채권형 펀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기 때문에 소개해 본다.

장 씨는 다짜고짜 따졌다. "금리가 계속 떨어져 온통 난리인데 채권형 펀드가 유망하다고 기사를 쓰면 어떻게 합니까? 독자를 놀리는 겁니까?"

2004년 가장 유행한 단어 중 하나가 '저금리'였다. 은행 금리가 연 3%대까지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저금리 상황에 직면하자 일반인들은 돈을 넣어둘 곳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 다녔다.

기자는 장 씨가 항의하는 이유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금리가 내리면 채권이 지급하는 이자도 줄어들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나빠질 텐데 왜 가입을 유도하냐는 얘기였다. 언뜻 보면 맞는 말 같다. 은행 금리가 내려 예금 가입자들이 실질금리 마이너스라는 사상 초유의 어려움을 겪는 것과 같아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다시 말해서 금리가 떨어질수록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높아진다.
금리와 채권형 펀드 수익률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

채권형 펀드는 일반적으로 펀드 자산 중 6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한다. 결국 투자한 채권의 수익률에 따라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결정된다. 문제의 핵심은 채권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2가지로 나눠진다는 데 있다.
 
투자한 채권의 수익은 크게 이자수익과 자본수익으로 구분된다. 이자수익은 채권 보유자에게 발행기업이 주기로 약속한 것으로 기업이 망하지만 않는다면 만기까지 일정하게 지급된다. 이에 반해 자본수익은 채권가격 상승으로 얻게 되는 수익을 뜻한다. 금리 하락 때문에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상승하는 이유는 채권가격 상승으로 자본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럼 금리가 하락하는데 채권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는 뭘까?

채권은 미래 일정시점(만기)까지 정해진 금액(원금과 이자)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증서다. 채권의 가격은 미래에 받게될 정해진 금액을 금리(시장수익률)로 할인한 값이다. 따라서 금리 하락은 채권의 할인율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뜻하고 이는 채권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아, 그래요? 그럼 지금이라도 빨리 채권형 펀드에 가입해야겠네요?"
기자의 설명을 이해한 장 씨는 자신의 생각을 바꾼 듯 보였다. 일단은 맞는 말이다. 신규 가입자들은 일정 부분 '무임승차(Free Riding)'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는 채권형 펀드 신규 가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는 일도 잊지 않았다. 왜 그럴까?

금리 하락으로 펀드가 편입한 채권가격이 오르면 채권형 펀드 수익률도 상승한다. 반면 추가로 채권을 매입할 경우 채권 수익률은 떨어진 금리 수준에서 결정된다. 결국 금리가 하락하면 기존 채권 보유자는 이익을 보지만 신규 매입자는 채권보유 수익률이 금리 하락폭만큼 떨어진다. 예컨대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하락했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상승했다는 뜻이며 앞으로 채권보유 수익 역시 사상 최저치가 됐다는 말과 같다.

채권형 펀드 수익률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금리가 하락하면 기존 채권형 펀드 가입자는 큰 수익을 얻지만 신규 가입자는 추가적으로 금리가 하락하지 않는 한 기존 펀드 가입자만큼 수익을 얻을 수 없다. 단, 신규 가입자는 기존 가입자의 펀드에 가입함으로써 이미 펀드 내에서 운용 중인 고율의 채권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눠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연 6%짜리 채권으로 운용되는 1000억원 펀드가 있는데 금리가 4%로 떨어진 상황에서 신규로 1000억원의 자금이 들어오면 펀드는 6%와 4% 중간인 5% 수준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즉 신규 가입자는 4%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2004년 금리 하락으로 은행에서 빠져나온 돈이 채권형 펀드로 몰린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기존 고율 채권의 만기가 도래하면 더 낮아진 금리 수준에서 새로운 채권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채권형 펀드에 가입하려고 할 때에는 금리가 하락해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높다는 맹목적인 믿음보다는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질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금리가 하락한 상태에서 추가적인 금리 하락이 힘들다면 이전보다 낮은 수익률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오재현 매일경제신문 펀드-채권 전문기자] 참조 <목돈만들기 적립식펀드가 최고다> (한스미디어. 2006)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