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기초한 재무설계에서 제일 먼저 할 일은 내 삶에 대해 정의하는 것이다. 앞 절에서 성공과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행복과 성공을 느끼는 방법은 각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개별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런 주관적인 평가 기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부의 크기로 평가한다.
이렇게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는가 하는 한 가지의 기준으로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은 옳지 않다.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돈이 많아야만 성공했다고 생각을 한다면 성공해서 행복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방향을 달리하면 누구나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동화에 팔려 가는 당나귀 이야기가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장터에 당나귀를 팔러 갔다. 당나귀를 앞장 세우고 뒤따라 가는 부자를 보고 마을 아낙네들은 당나귀를 타고 가지 않고 걸어간다면서 멍청한 사람들이라고 놀려댔다.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아들을 당나귀에 태우고 걸어가는데 아버지 친구들이 걸어오면서 이 모습을 보았다. 아이를 당나귀에 태우고 아버지가 걸어가다니 그렇게 키우면 버릇이 없다며 아이를 걷게 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아들을 내리게 하고 자기가 올라탔다. 그러자 다음 마을을 지나갈 때 아낙들이 또 흉을 보았다. 어린아이는 걷게 하고 어른이 탔다고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탔다. 한꺼번에 두 사람이 탔기 때문에 당나귀는 지칠 대로 지쳤다. 이것을 본 신부님이 당나귀를 메고 가라고 했다. 당나귀를 멘 아버지와 아들은 땀을 뻘뻘 흘리고 비틀거렸다. 게다가 당나귀는 잎에서 거품을 뿜으면서 날뛰기 시작했다.
“이 당나귀 놈아, 얌전히 있지 못해!”
야단을 쳤지만 당나귀는 오히려 더 심하게 날뛰었고 그 바람에 장대가 뚝 부러지며 당나귀는 곤두박질을 치며 냇물에 빠졌다. 아버지와 아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갈팡질팡하였고 그 사이에 당나귀는 떠내려갔다.
“아이고 이 일을 어쩐담. 남의 말만 듣다가 이 지경이 되었구나.”
당나귀의 주인인 부자는 아무 의지 없이 남의 얘기만 듣다가 결국은 자신들의 소중한 당나귀를 팔지도 못하고 떠내려 보내는 실수를 범했다. 이 부자가 당나귀를 끌고 길을 나선 목적은 장에 가서 당나귀를 파는 것이었다. 그 목적에 충실해서 당초에 어떤 길로 어떻게 당나귀를 끌고 갈지를 결정해서 길을 떠났다면 아들이 타고 가던 아버지가 타고 가던 아니면 끌고 가던 도중에 누구를 만나서 어떤 얘기를 들었던 간에 장터에서 당나귀를 팔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부자(父子)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와 판단만으로 행동하였고, 그 결과 떠내려 간 당나귀는 누구에게 보상받을 것인가?
우리에게 주어진 삶도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타인들의 평가나 지시대로 살아간다면 그러다가 놓쳐버린 내 인생의 당나귀를 누구에게 하소연하여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따라서 우리에게 주어진 한번의 인생을 남이 아닌 자신 스스로의 삶에 기초해서 자신의 방식대로 인생의 가치를 평가한다면 모든 이들이 매일매일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에 기초한 재무설계란 우리 인생에서 삶의 가치와 재무적인 성과를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즉, 돈을 많이 벌면 인생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하는 일반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 삶의 가치를 우선 측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재무적인 성과를 측정하는 우선순위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재테크나 투자에서 많이 쓰던 방식은 금액 위주였다. 투자금액이 얼마고 기간은 어느 정도이며 예상수익률은 얼마인지 등을 정하면 그만인 방법이었다. 때문에 투자를 하는데 인생의 목적이나 사랑을, 그것도 이타적인 사랑을 논한다는 것이 매우 생소하고 엉뚱할 수 있겠으나, 목적 없이 투자한 금액은 단지 의미 없는 금액상의 돈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목적이 분명한 돈을 투자하고 운영해서 얻은 수익 혹은 원리금으로 목적에 맞게 활용한다면 이 금액은 단순한 돈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원리를 설명하면서 뜨거운 난로 위에 손을 얹어 놓은 시간은 잠깐이지만 길게 느껴지고, 아름다운 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진다고 한 것처럼 투자한 돈도 그 용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정의해야 하며 그 삶의 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서 돈을 정의해야 할 것이다.
[전기보 교보생명 상무] 참조 <최고의 인생 최고의 계획> (한스미디어. 2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