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최정우 시대의 빛과 그림자... 사외이사發 실험, 그 후 1년①
포스코 최정우 시대의 빛과 그림자... 사외이사發 실험, 그 후 1년①
  • 화이트페이퍼 산업팀
  • 승인 2019.04.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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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해부 ① “더 이상 철강 기업 아닙니다”…사외이사들의 정변(政變)

[편집자주] 포스코 권오준 전 회장이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힌 게 1년 전인 2018년 4월18일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퇴진 압력 설은 꾸준히 나왔지만, 갑작스러운 사퇴 의사 표명이었다. 물론 문재인 정부 때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됐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닌 것 같고 정도에 따라서 경영해나가는 게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

사퇴 표명 19일 전인 2018년 3월31일 권 전 회장이 창립 5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회장(CEO) 교체와 관련돼 말한 내용이다.

그러나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고 했지만, 그가 나온 뒤 선임된 포스코 최정우 신임 회장은 내부(사외이사)가 통제해서 나온 회장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해 나가고 있다.

일명 ‘사외이사 製’ 회장이 최초로 탄생한 지 1년이 된 시점에서 포스코의 오늘, 내일의 명암을 짚어본다.

최정우 신임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정우 신임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집중해부 ① “더 이상 철강 기업 아닙니다”…사외이사들의 정변(政變)

[화이트페이퍼=산업팀] 지난 해 포스코 회장 선임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됐던 요소는 ‘非 철강’, ‘글로벌’이었다. 작년 승계카운슬 등 일련의 회장 선임 과정에 참여했던 사외이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본 결과다. 또 하나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철저한 ‘외압 배제’였다. 이를 통해 박태준,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권오준으로 이어지는 회장 계보에서 민영화 이후 선임된 회장 가운데 “최초의 無 외압” 회장으로 최정우 회장이 탄생하게 된다.

지난해 승계카운슬에 참여한 한 사외이사는 “외부 정치인의 손길이든, 내부 원로 입김이든 그 어떤 압력도 철저히 막아냈다”면서 “포스코 역사상 최초의 사례가 아닐까 조심스레 꼽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배구조 혁신과 승계 모범 사례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자화자찬했다.

‘無 외압 회장’은 확인할 길 없지만 ‘사외이사 製 회장’의 탄생은 맞는 셈이다.

■ 외압 배제: 사외이사들의 정변(政變), 사외이사 製 회장의 탄생

1년 전인 2018년 4월18일, 권오준 회장의 ‘급작스러운’ 사퇴 발표날, 승계카운슬 설치 및 운영(수정)안이 이사회를 올라왔다.

“매년 회장과 사외이사가 모여 차기 회장(CEO) 후보군 10명을 평가했습니다. 만약 2명이 후보군에서 탈락하면 다른 두 명을 찾아 넣으면서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했습니다. 그런데 권 전 회장이 갑자기 사의를 밝혀 난감해졌습니다. 중우회 등 OB 의견 청취, 주주사 추천, 서치펌 가동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날 이사회에 참석했던 한 사외이사는 당시 상황이 이렇게 전했다.

포스코 회장이 연임을 한다는 가정 하에 대략 6년, 72개월 동안 5~6번의 CEO 육성 프로그램 검증에서 살아남은 후보군 중에 차기 회장으로 충분한 자질을 가진 인물이 나올 것으로 보고 만든 것이었지만, 갑작스러운 당시 상황에서 이들만으로 뽑기엔 충분하지 못하다는 의견들이 있었다는 말이다.

“첫째, 회의 내용은 마누라에게도 말하지 말기. 둘째, 회의 후에는 다음 일정 바로 정하고 보도자료도 바로 내기 등 원칙을 정했습니다.”

누구에게도 내용을 발설하지 않으려는 보안, 회의 내용을 정제된 언어로 공중에 알려 승계카운슬 스스로 되돌아가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것이 가장 큰 원칙이었다고 또 다른 사외이사는 귀띔했다.

그러나 수 차례에 걸친 승계카운슬 회의를 일관되게 관통한 원칙은 다름 아닌 ‘외압 배제’였다.

“그 해 초에 여당의 유력 인사 ‘손을 잡고’ 청와대 정책 실장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는 분의 소문을 접했습니다. 소문의 당사자가 차기 회장이 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정치권과 연루되었다는 소문만 있어도 후보로 올릴 수 없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청와대 실세가 민다는 후보, 여당의 또 다른 유력 인사가 뒤에 있다는 또 다른 후보 모두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대화를 나눈 사외이사 대부분이 ‘외압 배제’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던 건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설(說)’을 확인한 바는 없었다. 실제로 김주현 당시 승계카운슬 의장은 본인의 SNS에 “정작 정부나 정치권 및 전직 경영자로부터 전화 한 통 받은 바 없는데 소문은 무성했었다”고 적은 바 있다.

만약 그 ‘설(說)’이 마타도어였다면, 선량한 피해자도 발생할 수 있는 구조였던 셈이다. “확인할 수도 없고, 만약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승계카운슬 멤버였던 한 사외이사는 항변했다.

사외이사 發 포스코 실험이 소위 ‘국민 기업’의 지배구조에 이정표를 제시한 것은 틀림없지만,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 非 철강, 서울대 금속공학과 토벌 작전?

“이제 포스코는 철강 기업이 아닙니다”

포스코 사외이사들은 최정우 호 출범의 의의를 ‘非 철강’과 ‘글로벌’에서 찾았다. 우선 ‘非 철강’이라는 의의부터 살펴보자.

현재 65조 원에 매출 가운데 절반이 ‘非 철강’이니 철강 전문가만 포스코 회장을 하라는 법은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철강 전문가가 아니어야 포스코의 미래를 담당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매출 비중은 거의 정확히 철강 대 비 철강이 50대 50 수준이다.
(표1)매출 비중은 거의 정확히 철강 대 비 철강이 50대 50 수준이다.

그는 이어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들이 사실 이제까지 포스코를 좌지우지했지만, 이들은 철강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신 사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등 포스코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엔 한계가 느껴졌다”고 주장했다.

최정우 회장 내정 당시의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의 낙점의 변이다.

“철강 공급과잉, 무역규제 심화 등으로 철강업계 전체가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 非 철강 사업에서도 획기적 도약이 시급한 실정이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에 혁신적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정우 내정자는 포스코 사상 최초의 非 엔지니어 출신 내부 회장 후보다. 경영관리 분야의 경험과 非 철강 분야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포스코가 ‘철강 그 이상의(Steel and Beyond)’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역할을 해내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포스코 임원 출신 한 퇴직자는 “非 철강의 매출 비중이 50%를 넘어섰다는 이유로 철강 전문가가 밀려나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시각”이라면서 “철강에 대한 혜안이 없는 사외이사들이 모여 자신들 시각에서 바라보며 생긴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 전직 임원은 그룹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탄식했다.

“포항제철에서 시작된 그룹이니만큼 철강 주도일 수밖에 없다. 매출은 어떨지 몰라도 자산이나 이익은 여전히 철강이 압도적이다.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는 사외이사들의 진심은 이해하지만, 너무 순진한 접근이었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철강 부문의 영업이익은 80% 이상의 압도적인 비중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퇴직 임원은 “금피아(포스코 내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는 없다”고 단언하며 “기술 중심의 포스코를 이해하지 못한 사외이사들의 ‘실투(失投)’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최정우 회장 후보 추천에 찬성 표를 던진 7명의 사외이사 모두가 경영, 경제, 법학 등을 전공한 사람들이었다.

(표2)설비 투자가 많아서인지 자산 비중은 철강이 점차 커지며 70%에 육박하고 있다
(표2)설비 투자가 많아서인지 자산 비중은 철강이 점차 커지며 70%에 육박하고 있다

 

(표3)이익은 철강에서 대부분 나온다
(표3)이익은 철강에서 대부분 나온다

이런 배경 속에서 취임해서인지 최정우 회장은 신 사업 추진에 도전적이다.

취임 5개월만인 지난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신 성장 부문을 만들어 2차 전지 소재사업 등 성장 동력 발굴과 육성에 나섰다.

포스코조직도
포스코조직변화

이를 위해 외부 인사를 수혈하는 등 뿌리 깊은 포스코의 순혈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

신성장부문장은 오규석 전 대림산업 사장, 신성장 부문 산하 산학연협력실장은 박성진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은 산업연구원 출신의 장윤종 박사를 모셨다.

최정우 회장의 ‘혁신’이 제대로 포스코에 뿌리를 내려 성공하기를 많이 이들이 기원하고 있지만 선임 과정에서의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느 한 포스코 회장 시절 사외이사들을 선임했다고 해서 그 사외이사에 대한 포스코 회장의 입김,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생각일 뿐이다. 모두 사회적으로 대단한 성취를 했던 분들 아닌가”라며 “그렇지만 그래도 외부인일 수밖에 없는 사외이사들에 의해 포스코의 운명이 결정되는 구조는 위태로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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