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빛났다'... 반세기 이끈 동원 김재철 회장의 '아름다운 마침표'
'끝까지 빛났다'... 반세기 이끈 동원 김재철 회장의 '아름다운 마침표'
  • 이재정 기자
  • 승인 2019.04.16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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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 회장, 그룹 창립 50주년 맞아 자진 퇴임
한국 해양산업에 쏟은 반세기...이제는 차세대 믿고 응원할 것
16일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84) 회장이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회장직을 내려놨다.(사진=연합뉴스)
16일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84) 회장이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회장직을 내려놨다.(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이재정 기자] 16일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84) 회장이 자진해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김 회장은 이날 오전 경기 이천의 ‘동원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열린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할 것”이라며 회장직을 내려놨다.

김 회장은 전날 오전 매달 한 번씩 열리는 사장단 모임에서 퇴진 의사를 직접 알렸고 갑작스런 퇴진 소식에 그룹 고위 임원들도 깜짝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고위 사장단을 제외하고는 일반 직원들은 몰랐던 상황이라 충격을 받기도 했다"며 "특히 실무진은 전날에서야 알고 (퇴진 이후 절차를) 부랴 부랴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창업주로선 드물게 명예로운 자진 퇴임을 선언하면서 그 배경과 그의 일대기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재철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세대교체 의지를 품고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이미 퇴임을 고민해왔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퇴임 후 재계 원로로서 사회와 그룹에 기여할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동원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전격 퇴진을 선언하면서 "'인생의 짐은 무거울수록 좋다. 그럴수록 인간은 성장하니까'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노력해왔다"며 자신의 반백년 경영 인생을 회상했다.

1969년 8월 동원 최초 어선인 '제31동원호' 출어식에 참석한 김재철 회장(사진=동원그룹)
1969년 8월 동원 최초 어선인 '제31동원호' 출어식에 참석한 김재철 회장(사진=동원그룹)

전남 강진 출신인 김 회장은 국립부산수산대학을 졸업하고 1958년 23세에 우리나라 최초 원양어선인 '지남호'에 실습 항해사 신분으로 몸을 실었다.

그로부터 3년여 만인 1960년 그는 원양어선 지남2호의 선장이 됐고 이로써 '최연소 선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1969년에는 동원산업을 설립하면서 김 회장은 동원그룹 창업주이자 경영자로서 첫발을 뗐다.

해외 원양어업이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김 회장은 큰 파도를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캔참치를 제조해 국내에 유통하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 

동원 참치는 출시 이래 약 40년간 지구 12바퀴 반을 돌 수 있는 양인 62억캔이 넘게 팔렸다.

김 회장은 직접 몸으로 부딪혀 체득한 풍부한 해양 경륜과 지식을 살려 한국의 해향 산업 발전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그는 한국수산회 회장과 원양어업협회 회장 등을 맡았으며 1999∼2006년엔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바다 생활과 사업 경험을 담은 '남태평양에서', '바다의 보고', '거센 파도를 헤치며' 등과 같은 그의 글은 초·중·고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김 회장이 물러난 동원그룹은 그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이 이끈다.

김 회장의 장남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82년 동원그룹이 인수해 운영하던 한신증권을 이후 금산분리한 계열사다.  

김남정 부회장은 부친인 김 회장의 원칙에 따라 생산 공장과 영업 현장까지 발로 뛰며 경영수업을 받은 인물로 알려졌다.

2004년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 2006년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2008년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2009년 동원시스템즈 건설 부문 부본부장 등을 지내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이러한 김 회장의 교육 철학이 지극히 합법적인 상속으로 이어지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김 회장은 1991년 장남인 김남구 부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62억3천800만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자진 납부했다. 국세청이 불법적 증여를 추척했지만 허탕을 치면서 이 사건은 재계의 화제거리가 됐다.

그룹 관계자는 "증여세 자진 납부 당시 김 회장은 다른 기업인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고, 더 많은 지분을 몰래 속여 나눴으리라고 의심한 당국에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며 "이후 탈세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 주변을 머쓱하게 했다"며 김 회장의 대쪽같은 경영 철칙의 단면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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