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ㆍ공정", 화장품 본사와 가맹점주의 엇갈린 진술...상생은 오리무중
"불공정ㆍ공정", 화장품 본사와 가맹점주의 엇갈린 진술...상생은 오리무중
  • 이재정 기자
  • 승인 2019.03.21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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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화장품 브랜드 가맹점주들, 항의 집회 열고 '불공정' 시정 촉구
본사 "계약 조항 이행할 뿐 불공정 없다" 대응
지난 19일, 5개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 아리따움,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로드숍 가맹점주 50여명이 롯데면세점 앞에서 본사와 국세청을 상대로 “면세점 불법 유통을 근절하고 본사의 불공정한 할인 정산 방식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5개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 아리따움,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로드숍 가맹점주 50여명이 롯데면세점 앞에서 본사와 국세청을 상대로 “면세점 불법 유통을 근절하고 본사의 불공정한 할인 정산 방식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이재정 기자] K뷰티 열풍을 이끈 화장품 로드숍들이 말 그대로 '기로'에 섰다. 오프라인 매장 판매를 맡아온 가맹점주들은 "매출이 줄다 못해 문닫을 지경이 됐다"며 거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가맹점본사와 국세청 등을 상대로 로드숍 폐점을 부추기는 불공정과 불법 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가맹점 본사들도 화장품 내수 침체와 경쟁 과열이라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어 이들과의 상생점을 찾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불공정"ㆍ"공정" 엇갈린 진술 

지난 19일, 5개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 아리따움,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로드숍 가맹점주 50여명이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 롯데면세점 앞에서 본사와 국세청을 상대로 항의 집회에 나섰다. 같은 날 이들은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화가연)를 발족하고 “면세점 불법 유통을 근절하고 본사의 불공정한 할인 정산 방식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가맹점주들은 우선 본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본사가 가맹점을 배제하고 온라인 저가 판매에 주력해 로드숍 매장의 매출이 급감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기 제품을 본사 온라인몰에 우선적으로 입고하는 등의 업태를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저렴한 온라인 판매 채널로 몰려 가맹점 매장은 테스트 매장으로 전락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점주들은 또 본사의 과도한 할인정책과 불공정한 할인분담금에 대해서도 시정을 요구했다. 이니스프리 점주들의 경우 제품 할인 금액의 3분의2 이상을 가맹점주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맹점들은 1년 내내 이어지는 정기 세일, 품목별 할인에 반값 특별 할인까지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화가연은 이와 더불어 시내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즉시 수령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해 조직적 대리·대량구매가 이어지고 있지만 면세점과 관세청이 이를 눈감아주고 있다고 성토했다. 화가연은 이에 대한 조치로 외국인의 면세품 현장 인도를 제한하고 ‘면세품’ 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맹본사와 면세업 관계자들은 화가연의 이같은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이니스프리와 아리따움을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니스프리 가맹점주들과 약정을 맺고 합의 하에 할인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페이스샵을 운영하는 LG생활건강도 세일금액의 80%를 본사가 부담하고, 1+1 행사의 비용은 전액 부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면세점 업체들은 화가연의 주장에 대해 시내 면세점 등에서 대량으로 화장품을 사들이는 주체는 따이궁들이라며 국내 불법 유통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사 사정도 뻔하다? 상생안 외면 시엔 비난 면치 못할 듯 

화가연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지만 로드숍 브랜드 본사들도 당장의 조치는 어려울 전망이다. 토니모리와 미샤 등 한때 k뷰티 시장을 주도한 로드숍들이 대거 적자전환돼서다. 스킨푸드는 지난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기도 했다. 
 
업황 악화는 로드숍이 단일 브랜드 제품만 판매하는 한계로 인해 올리브영 등 일종의 편집숍인 '헬스앤뷰티(H&B)' 스토어와의 경쟁에서 밀린 탓이 크다. 특히 주요 화장품 회사들과 백화점 등이 최근 화장품 편집숍 사업을 확장하면서 단일 브랜드 로드숍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대기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2015년부터 하락추세를 보이다 지난해엔 9%까지 내려가 12년만에 한자리수를 기록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개선을 위해 브랜드와 유통채널 재정비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지난해 6조7475억원(전년동기대비 10.5% 상승), 영업이익 1조393억원(전년동기대비 11.7% 상승)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국내 로드숍에 힘을 뺄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의 일등 공신은 중국 시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궁중화장품 브랜드 ‘후'는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LG생활건강에 사상 최대 실적을 안겨줬다. '후'는 특히 면세점 채널을 통해 중국인들을 상대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최대 실적에도 불구, 최근 LG생활건강은 경영 효율화를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에 철저히 대비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가맹점 본사들이 가맹점들과의 상생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비난을 피하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갈등 없이 가맹점들과 상생을 도모하는 브랜드들이 있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온라인 판매채널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3시간 내 주문 제품을 배송해주는 '오늘드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의 특징은 온라인 채널과 매장을 연계해 양 채널이 윈윈하도록 하는 O2O 서비스라는 점이다. 

고객이 올리브영 온라인몰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 주문한 제품은 고객 주소지에서 가장 가까운 직영점 또는 가맹점 매장에서 출고된다. 온라인 판매가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이 서비스를 향후 전국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2012년 로드숍 대열에 뛰어든 '클리오'의 경우 독자적 대리점 운영 모델로 대대적인 국내외 매장 구조조정을 순조롭게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리오 점주들은 임대료나 판촉비를 부담하는 대신 판매 수입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지급받는다. 제품을 사입하지 않기 때문에 가맹점의 모든 재고는 클리오 본사가 관리한다. 재고 세일을 진행할 경우엔 할인분을 본사와 점주가 절반씩 부담한다.

본사가 가맹점에게 제품 사입을 강행해 당장의 매출을 올리는 데에만 급급하면 결국 가맹점주나 도매상들이 부담을 떠안게 되고 암시장이 형성돼 본사와 가맹점 모두에게 독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제도적인 차이점으로 인해 클리오는 지속적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KFA) 한 관계자는 "가맹점 본사와 점주들 사이에서 가장 큰 효력을 발휘하는 기준은 '계약조항'이기 때문에 업황이 변했다고 한들 경영 효율을 최우선시 하는 본사들이 당장 점주들의 요구대로 어떤 의무 이행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각 회사들이 KGC인삼공사나 한국야쿠르트처럼 먼저 O2O연계 시스템 구축 등 가맹점들과의 상생 고민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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