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살아 있는 것은 아프다”
류시화 “살아 있는 것은 아프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9.03.26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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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지음 | 더숲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우리는 자신의 고통이 누구의 것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류시화 시인은 ‘살아 있는 것은 아프며 다른 사람들의 슬픔을 알고 나면 나의 슬픔이 작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가 전하는 북인도에서 만난 한 남자 사연이다.

시인은 북인도 한 찻집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났다. 매일 아침 8시 찻집 밖 길에 나타나 찻집 안을 올려다보는 허름한 차림새의 남자다. 찻집 앞 좁은 골목에 서서 사람과 소, 오토바이에 치이면서도 찻집 안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넘도록 나타났다.

사연이 궁금해진 시인은 따뜻한 짜이 한 잔을 들고 남자에게 다가가 날마다 그곳에 오는 이유를 물었다. 남자는 찻집 안 작은 액자에 담긴 그림을 가리켰다. 찻집 주인 동생이 그린 평범한 작품으로 한 여인이 두 팔로 갓난아이를 공중에 들어올리며 사랑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그림이었다.

그림을 응시하는 남자의 눈에 물기가 어려 있었다. 초점 없는 눈처럼 보였던 이유는 그 물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중얼거리며 자신에게도 그림 속 여인 같은 아내와 아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일 년 자동차 사고로 가족을 잃고 그 충격에 떠돌며 살아가다 찻집의 그림을 보고 며칠을 서성였던 것이다.

시집부터 산문집, 여행기, 번역서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작품을 내는 류시화 시인이 신작 에세이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더숲.2019)에 소개된 내용이다. 시인은 누구도 슬픔과 고난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알 때 자신의 행복과 불행에 크게 동요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책은 류시화 시인이 겪은 크고 작은 이야기를 통해 인생을 ‘좋다, 나쁘다’라는 이분법적인 견해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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