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흙탕물 뒤집어 쓴 KTㆍ황창규, 이참에 구시대 '공기업'에서 '공공의 기업'되길
[기자수첩] 흙탕물 뒤집어 쓴 KTㆍ황창규, 이참에 구시대 '공기업'에서 '공공의 기업'되길
  • 이재정 기자
  • 승인 2019.03.19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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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지사 화재사건 끄기도 전에 채용 비리에 휘말려
국내 대표 이동통신업체 KT가 아현지사 화재사건에 이어 '채용비리' 사건에 휘말려 구시대적 이미지를 벗어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기조연설에서 KT 황창규 회장이 '핏360'을 착용하고 5G 시대 콘텐츠 공유의 확장성에 대해 소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국내 대표 이동통신업체 KT가 아현지사 화재사건에 이어 '채용비리' 사건에 휘말려 구시대적 이미지를 벗어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기조연설에서 KT 황창규 회장이 '핏360'을 착용하고 5G 시대 콘텐츠 공유의 확장성에 대해 소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이재정 기자] 5G상용화 시대를 앞두고 KT가 구시대 공기업의 부패정체 이미지를 벗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 있었던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건이 가라앉기도 전, 또 다시 채용비리 사건에 연루되면서 진흙탕까지 뒤집어쓴 형국이다. 지난 18일 KT새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검찰에 유력 정치인 자녀 채용비리 문제 수사를 촉구했다. 채용 청탁자가 6명 더 있다는 진술까지 나오면서 검찰의 수사 칼끝이 점차 윗선을 향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KT가 운영중인 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 확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전직' 공기업 KT가 정경유착지라는 오명과 '유사 공기업'이라는 굴레를 벗고 이동통신업계 선도기업으로 '공익'을 추구하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T가 2012년 하반기 공채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딸을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과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인사 담당 임원은 구속됐다. 김의원에 이어 한국당 대표 황교안의 아들까지 특혜 채용 의혹을 받게된데다 채용 청탁 인사가 더 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KT 황창규 회장은 내달 4일 아현지사 화재사고와 관련해 국회 청문회에 설 예정이다. 지난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의견을 모은 결과다. 해당 부처는 지난 1월 황창규 KT 회장이 전체회의에서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불성실한 답변, 통신재난상태의 안일한 인식을 가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해당 위원회가 청문회를 더 미루지 못한 것에 대해 'KT가 관련 의원들을 대상으로 로비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을 일축하기 위한 조치로 읽고 있다. 

KT는 지난해 11월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사건 이후 통신인프라 점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주요 국사에 대한 안전점검을 일제히 펼치는 등 대책마련을 수립하고 있다. 

또 KT는 화재로 인한 피해 보상에도 나름대로 힘쓰며 실추된 이미지 회복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화재로 인한 1차 피해는 물론 2차 피해까지 보상한 선례는 없었다"는 자사의 표현대로 대대적인 피해 접수 독려까지 하며 책임감있는 대기업의 면모를 보이고자 힘썼다. 소상공인연합회와 민생경제연구소 등 단체의 요구에 따라 마포구 등 피해지역 주요상권에 안내 현수막 113개를 설치한 데 이어 피해지역 인터넷·유선전화 고객의 2, 3월 요금명세서에 피해사실 신청·접수를 안내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와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보상액 결정에선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4일 상생보상협의체가 5번째 회의를 열고 피해보상 규모에 대해 논의했지만 실리 앞에 서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1월 KT는 유선 방송 딜라이브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구시대 '공기업'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통사 업계의 인수합병 흐름에 따라 KT는 49.99% 지분을 보유한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를 인수하려 했다. 이에 국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공공성 확보에 문제를 제기했다. KT스카이라이프의 설립 목적이 난시청 해소와 통일 대비라는 이유에서 였다. 

KT는 결국 두손을 들었다. 지난 2월 국회에 제출한 문건에서 인수를 하더라도 모회사인 KT를 통해 할 것이며 스카이라이프에는 중립적 사외이사 1명을 추가 로 선임해 공공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외이사 한 명을 추가 선임하는 것으로는 KT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과 투명성 제고가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KT의 가장 큰 문제점은 최첨단을 달리는 이동통신기업으로서 아직도 구시대적 '정치' 이슈 한복판에 있다는 점이다. 낙하산 인사, 정치권 싸움의 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공기업에게나 요구될법한 멍에를 쓴 채 KT는 무한경쟁 시장에서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꿈꾸고 있다.  

황창규 회장은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2019에서 ‘마침내 5G와 차세대 지능형 플랫폼을 실현하다’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맡았다. 황 회장은 “5G를 인류공영과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사람 품격을 높이는 기술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KT는 최근 상반기 공개 채용에서 '스펙(서류에 기록되는 업적)'을 밝히지 않고 직무 전문성과 경험을 5분간 자유롭게 표현하는 오디션 방식의 채용방식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지역쿼터제를 통해서는 전체 채용 인원의 20% 이상을 비수도권 지역의 인재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이 기회가 아닐까. 공평한 채용 기회를 제공하고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려는 KT와 황회장의 바람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KT와 정부, 정치권이 함께 구시대 공기업 유물을 청산하고 공익을 추구하는 한국 대표 기업을 만드는 쇄신의 기회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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