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카페 운영비, 나올 곳은 소비자 지갑 뿐? 커피업계 가격인상 도미노 여전
높아진 카페 운영비, 나올 곳은 소비자 지갑 뿐? 커피업계 가격인상 도미노 여전
  • 이재정 기자
  • 승인 2019.03.0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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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들의 일관된 가격 인상 이유는 '원자재ㆍ인건비ㆍ임차료' 인상...소비자는 물음표
지난달 25일부터 SPC그룹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 파스쿠찌가 9개 제품 가격을 평균 7.1%인상하는 등 커피 업계의 도미노 가격인상이 이어졌다. 원재료, 인건비, 임차료 등의 인상 여파에 따라 부득이하다는 업계 주장과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인상이라는 소비자단체의 주장이 상충되고 있다.(사진=SPC그룹)
지난달 25일부터 SPC그룹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 파스쿠찌가 9개 제품 가격을 평균 7.1%인상하는 등 커피 업계의 도미노 가격인상이 이어졌다. 원재료, 인건비, 임차료 등의 인상 여파에 따라 부득이하다는 업계 주장과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인상이라는 소비자단체의 주장이 상충되고 있다.(사진=SPC그룹)

[화이트페이퍼=이재정 기자] 직장인 A씨는 이번달 생활비 카드 결제 금액을 확인하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보다 액수는 커졌는데 특별히 지출을 늘린 기억이 없어서다. 꼼꼼히 살펴보니 마트, 식당, 카페에서 결제한 금액이 늘었다. 특히 출근하며 한잔, 점심식사 후 후식으로 한 잔, 나른한 오후에 한잔씩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값이 늘었다. 이유는 두가지였다. 최근 이직하면서 자주 찾는 카페가 달라졌다. 얼마 전 커피값이 오른 카페다.

■ "안 오른 곳이 별로 없다" 끝나지 않은 커피 전문점 가격 인상 도미노

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한국의 ‘식료품·비주류음료(이하 식품)’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1%나 급등했다.

특히 커피 전문점들이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해 소비자 체감물가지수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1일 SPC그룹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 파스쿠치가 9종 메뉴 가격을 평균 7.1%인상했다. 레귤러 사이즈 기준으로 아메리카노는 4000원에서 4300원으로, 카페라떼는 45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됐다.

지난 12월엔 롯데지알에스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엔제리너스가 일부 메뉴의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따라 아메리카노는 스몰 사이즈 기준으로 4100원에서 4300원으로 4.9%올랐고 카페라떼는 4600원에서 4800원으로 4.3%올랐다.

이로써 두 업체의 기본 커피 메뉴 가격은 업계 1위인 스타벅스커피코리아보다 비싸졌다. 스타벅스는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를 각각 톨사이즈 기준 4100원, 4600원에 판매중이다.

같은 달 이디야커피도 총 70개 음료메뉴 중 14개 가격을 평균 10% 올렸다. 아메리카노는 2800원에서 3200원으로 14.3% 올랐다.

기존 커피 메뉴 값은 동결했지만 그 외 메뉴를 인상한 업체들도 있다. 탐앤탐스의 경우 지난 1일 커피를 제외한 블렌딩 음료, 베이커리류 등 75개 품목의 가격을 인상했다. 스무디, 탐앤치노 등 블렌딩 음료는 200원씩, 빵·케이크 등 베이커리류는 500원씩 가격을 올렸다.

스타벅스도 기존 커피값은 동결했지만 업그레이드 제품을 내면서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19일부터 내놓은 업그레이드 메뉴인 '슈 크림 크런치 라떼'는 6100원으로 기존 '슈 크림 라떼'(5800원) 대비 300원 인상했다. '슈 크림 크런치 프라푸치노'(톨 사이즈 기준)도 6500원으로 기존 제품 대비 200원 인상됐다. 

같은 메뉴 제품이 가장 비싼 브랜드는 일명 '콩다방'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타던 ‘커피빈’이다. 지난해 초 커피 가격을 인상하면서 커피빈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4800원으로 올라 스타벅스의 카페라떼(4600원)보다 200원이나 비싸졌다.

■한결같은 인상 이유 '원자재ㆍ인건비ㆍ임차료 인상' 소비자들은 물음표 

지난달 21일 파스쿠찌는 임차료와 원부자재, 인건비 등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가맹점 수익성이 악화돼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롯데지알에스 역시 인상 배경으로 가맹점 수익율 악화를 들었다. 운영비용 인상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제품 가격 인상 없이는 가맹점 부담을 줄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리뉴얼 제품의 가격인상에 대해 "재료값이나 음료개발 비용 등이 추가되면서 가격이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재료는 줄줄이 인상되는 추세다. 지난해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은 각각 우유소매가를 3.6%, 4.5%인상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점유율 1위사인 CJ제일제당은 최근 도매상에 납품하는 설탕 가격 할인율을 약 5% 줄였다. 이에 따라 업소용 포대 설탕(15kg) 납품 가격이 820원~850원 올랐다. 흑설탕(15kg) 역시 100원~200원 올랐다.

그러나 최근 수익률 악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한 업체도 있지만 운영비용 증가에 따른 업체별 매출 저하의 상관관계는 아직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엔제리너스를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의 경우 2017년 연결기준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3.1% 줄어든 1조896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해 76억 원의 손실을 냈다. 엔제리너스 점포 수도 매년 줄어 2014년 927개 점에서 올해 650개 점으로 대폭 줄었다. 지난달에만 엔제리너스 매장 11곳을 폐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제리너스의 가격 인상은 더이상의 운영 악화를 막기 위한 조치로 관측된다.

그러나 제품 인상 업체에는 국내 커피 전문점 매출 1위인 스타벅스도 포함돼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국내 매출 1조5224억원, 영업이익 1428억원을 냈다. 물론 스타벅스 측에도 이유는 있다. 스타벅스 미주지역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이 20%대인데 반해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경우 한자리수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도 9.38%에 그쳤다.  

업계 등은 주요 원인은 높은 임대료를 지적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들어서면 대부분의 임차인들이 임대료를 올려받는 게 관례처럼 굳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스타벅스는 전점이 정규직 직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어 인건비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커피 가격 인상의 당위성에 대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기업과 다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달 25일 식품 가격을 수시로 인상하는 업계의 행태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고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커피업계에 대해서는 이디야와 탐앤탐스 등이 커피 원가 하락분 효과를 누리면서도 업계의 인상 흐름에 편승해 가격을 인상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디야는 광고선전비 지출이 2013년 약 7억 6000만 원에서 2017년 72억 5000만 원으로 4년 새 무려 9.5배나 급증했다며 감시센터는 “가맹점 수익성 개선을 고민한다면 소비자 가격 인상보다는 광고선전비 절감을 우선 고려하는게 타당하다”고 꼬집었다.

협의회는 성명서에서 “기업들은 너도나도 원가상승, 가맹점 수익성 부진 등을 앞세워 가격 인상에 동조하지만 소비자에게 가격 적정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여파 등이 제품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업계 상위 기업들도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여기는 적절한 선을 고민하지 않으면 위축된 소비 심리가 결국 저가 브랜드를 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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