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ICT기업답게”...청바지 입은 정의선, 조직문화 쇄신 ‘시동’
“더 ICT기업답게”...청바지 입은 정의선, 조직문화 쇄신 ‘시동’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2.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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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조직혁신 '가속'...자율복장제·상시공채 전면 도입"
"새 패러다임의 자동차산업...현대차, 글로벌 ICT기업 따라잡기"
지난 2017년 6월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코나 출시 행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2017년 6월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코나 출시 행사에서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산업의 새 패러다임을 맞아 조직문화 쇄신에 나선다.

다음 달부터 현대차가 자율복장을 전면 도입한다. 양재동 본사 임직원들은 1967년 회사 창립 52년 만에 넥타이를 풀고 청바지와 운동화를 입게 된다.

이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한 미래 모빌리티 시대가 다가오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조직혁신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해석이다.

■ 현대차, 넥타이 풀고 청바지 입는다...“보수적인 조직문화 타파”

현대차가 이르면 3월부터 서울 양재동 본사 등 임직원을 대상으로 근무 복장을 완전 자율화할 예정이다.

넥타이를 풀고 재킷을 착용하는 비즈니스 캐주얼 수준이 아니라 매일 티셔츠와 청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근무해도 될 정도로 복장 규정을 대폭 완화한다.

이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ICT 기업에서 보이던 풍경이다. 이들 기업들은 일찍이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아래 기업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현대차가 복장자율화를 도입한 것은 업무 효율성은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획일화된 조직문화를 타파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급변하는 자동차 패러다임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보수적이고 경직된 기업문화는 통용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현대차는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삼성을 비롯한 LG, SK가 비즈니스 캐주얼 근무제를 도입했을 때에도 현대차는 연구소와 일부 부서 제외하곤 모두 정장 차림을 고수했다. 여름철 삼성전자가 반바지를 허용했을 때도 현대차는 온통 넥타이 부대였다.

업계에서는 남성적인 사내 문화가 강했던 현대차가 전면 자율복장 도입하는 것을 두고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를 비롯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도 복장 자율화가 확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조직문화 쇄신이 ‘청바지 입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직문화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이전의 대기업들이 자율복장 뿐 아니라 호칭 등을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늬만 혁신’이었다는 지적도 있어왔다”며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는 복장 뿐 아니라 의사결정 시스템 자체를 대폭 손봐야한다”고 말했다.

■ '일하는 방식의 혁신' 외친 정의선, ICT기업 따라잡기

이처럼 현대차가 파격적으로 근무복장을 자율화한 것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자동차산업이 새 패러다임을 맞이하면서 전통적인 조직에 새로운 혁신과 변화가 요구되어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2017년 6월 코나 출시 행사에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연상하는 듯한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는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으며, "현대차그룹이 살 길은 ICT기업보다 더 ICT 기업답게 변화해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론을 토대로 정 수석부회장의 조직혁신은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10대 대기업 최초로 현대차의 정기공채를 상시공채로 전환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는 연간 2차례 고정된 시기에 공채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제조업과 ICT가 융·복합하는 산업 환경에 맞는 인재를 제때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서다.

지난해 말 대대적인 쇄신 인사를 단행한 이후로는 네이버, KT 등 ICT 기업들의 인력을 영입하면서 새 인재 확보에 힘쓰는 모습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직속 조직인 전략기술본부의 수장으로 삼성전자 출신의 지영조 사장을 앉혔다. 그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거친 신사업 분야의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던 인물로, 지난 2017년 초 현대차그룹에 영입돼 지난해 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ICT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ICT본부에는 KT 출신의 서정식 전무를 배치했다. 네이버랩스 리더를 맡았던 김정희 이사를 영입해 전략기술본부 산하이자 AI 전담 조직인 '에어 랩(AIR LAB)' 총괄로 임명했으며, KT에서 클라우드 업무를 맡았던 김지윤 상무에게는 ICT본부 산하 ICT기술사업부장 자리를 맡겼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ICT기업처럼 복장자율화를 도입한 것은 자동차산업이 전통제조업에서 ICT가 접목된 융·복합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보수적인 조직문화로는 협업과 아이디어가 중요해진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따라잡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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