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색 드러낸 정용진ㆍ정유경 남매, 저울에 오른 '공격적 초저가vs신중한 프리미엄'
경영색 드러낸 정용진ㆍ정유경 남매, 저울에 오른 '공격적 초저가vs신중한 프리미엄'
  • 이재정 기자
  • 승인 2019.02.12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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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의 '프리미엄' 신중한 경영 전략 vs 정용진의 '초저가' 공격적 경영 전략, 올해 연말, 미소는 누가 지을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 남매가 본격 분리 경영에 돌입한지 3년째에 접어들면서 이마트와 백화점의 실적이 저울에 오르내리고 있다. 소비 양극화에 따른 '초저가'와 '프리미엄' 정책이 엇갈린 실적을 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 남매가 본격 분리 경영에 돌입한지 3년째에 접어들면서 이마트와 백화점의 실적이 저울에 오르내리고 있다. 소비 양극화에 따른 '초저가'와 '프리미엄' 정책이 엇갈린 실적을 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이재정 기자] 소비시장이 양극화된 가운데 정용진의 '초저가' 정책과 정유경의 '프리미엄' 카드가 엇갈린 실적을 내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 남매가 지분 상속과 맞교환으로 본격 분리 경영에 돌입한지 3년째에 접어들면서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ㆍ면세점의 실적이 저울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마트는 초저가 정책을 앞세워 공격적 행보로 서민들의 주머니를 파고드는 반면 신세계백화점과 면세점은 프리미엄 정책에 따라 신중한 행보로 손 큰 고객들의 지갑을 겨냥하고 있다. 

아직 만족스런 실적을 내지 못한 정용진의 이마트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정유경의 백화점ㆍ면세점이 시장의 불안정성이 짙은 가운데 올해는 어떤 실적을 낼지 관련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웃은 동생, 아직 쓴웃음 짓는 오빠

정 부회장과 정 사장은 지난 2016년 각자 보유 중이던 신세계·이마트 지분을 교환해 분리 경영 체제에 가속패달을 밟아왔다. 

이로써 정 부회장은 이마트와 편의점, 푸드, 호텔 사업을, 정 사장은 백화점과 면세점, 패션 사업을 전담하는 식으로 경영 분리 작업이 한창이다.

이중 대표 유통채널인 마트와 백화점면세점의 경우 정 남매의 경영색이 확연하게 드러나 두 경영자의 실적 비교로 이어지고 있다. 사업실적이 정 남매의 지분률 변화로 이어져 승계구도를 향해 세간의 이목이 더 집중되는 형상이다. 

이런 가운데 정유경이 2015년 말 총괄사장으로 승진해 경영 전면에 나선 뒤로 신세계는 가파른 성장을 지속해 매출이 2015년 2조6천억 원에서 2017년 3조9천억 원으로 2년 동안 50% 이상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시장 점유율도 2년 동안 5%포인트 가까이 늘어 2017년 25.3%를 기록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2년 사이 빠르게 성장하며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과 함께 3대 강자로 부상했다. 신세계면세점은 2016년 12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으로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딴 지 1년 반 만인 2018년 7월에 시내면세점을 한곳 더 늘려 강남점을 개장했다. 

또 2018년 6월에는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던 인천공항면세점 여객터미널 DF1구역과 DF5구역 사업권을 모두 따내 점유율을 19%까지 올렸다. 

2018년 4월에는 정 사장이 아버지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21%를 증여받으면서 신세계인터내셔날 2대주주에 올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7년 화장품사업에서 매출 627억 원, 영업이익 57억 원을 내며 흑자를 낸 뒤 빠르게 성장하며 정 사장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화장품사업은 중국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면서 면세사업 호조로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는 2019년 1월 면세점 누계 매출이 100억 원을 넘어섰고 2018년 10월 내놓은 한방화장품 브랜드 ‘연작’도 LG생건의 '후'의 경쟁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정용진 부회장은 주력사업인 이마트와 숙원사업인 이마트24의 부진으로 아직 웃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트는 2016년 5686억 원, 2017년 5669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계속 줄고 있고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 영업이익도 7.8% 감소한 4014억 원에 그쳤다. 

온라인시장 공세와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오프라인 할인점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규제 강화와 대형마트 시장 포화로 신규 출점은 제한되는 가운데 지난해엔 실적이 부진한 인천 부평점과 대구 시지점을 폐점하고 올해엔 고양 덕이점을 폐점한다.

편의점업계 3위에 머물고 있는 이마트24도 지난해에 가까스로 적자폭을 줄였지만 2017년까지 손실이 확대돼 왔다. 미니스톱 인수 여부도 불분명해 편의점 시장에서 이마트24의 도태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두 남매 올라선 저울의 결정적인 추 '소비 양극화에 따른 '프리미엄' vs '초저가' 전략

정유경 총괄사장은 디자인을 전공한데다 패션감각과 글로벌 트렌드 파악 능력까지 탁월해 신세계백화점 명품 브랜드 유치, 매장 고급화는 물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패션, 화장품사업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정 사장은 올해도 이러한 경영 능력과 프리미엄 정책에 따라 명품 패션과 잡화, 화장품을 백화점과 면세점의 주력 사업으로 이어갈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연초부터 명품 할인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신규점 출점에 있어서는 공격적인 출점 대신 각 점포의 내실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백화점은 2016년 대구점까지 출점해 안착시키고 2조원을 투자해 주력 점포들을 리뉴얼 오픈한 뒤로 신규 출점에 신중을 기해왔다.

현재 진행중인 출점은 2021년 오픈 예정인 대전점 1곳으로 집객률이 확실히 보장되는 노른자위 지역에만 출점한다는 전략이다.    

면세점 사업 또한 2호 시내 면세점인 강남점에 명품 브랜드를 추가 입점시키고 인천공항 면세점 제품군을 차별화하는 등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 단체관광객과 다이공 의존적인 고객층을 외국인 자유 관광객 등 명품 충성 고객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반면 정용진 부회장은 초저가 정책을 앞세워 대도시는 물론 전국 중소도시까지 공격적인 신사업 개척 행보를 지속해나갈 방침이다.

주력 할인점인 이마트에서는 연초부터 '국민가격' 프로젝트를 통해 신선식품과 생활필수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의 부진에 따라 주력해온 노브랜드, 일렉트로마트 등 전문점과 트레이더스 등 창고형 할인점 확장도 지속할 방침이다. 트레이더스 점포수는 2014년 9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 15개로 증가했다. 

자체 PB 브랜드 '노브랜드'도 가맹사업에도 지속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노브랜드 상생마트의 경우 '상생' 이슈로 갈등을 빚어온 전통시장까지 파고들면서 신사업에 대한 실험정신과 도전 정신이 투철하기로 정평난 정 부회장의 전략을 표면으로 드러냈다.

삐에로쑈핑은 ‘만물 잡화점’ 콘셉트가 젊은 층의 호응을 이끌어 내면서 론칭 6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에만 3개의 점포를 오픈, 총 6호점까지 확장했다. 

정 부회장의 공격적 기조는 올해도 이어져 트레이더스는 월계점과 이마트타운 부산명지점, 스타필드시티 부천옥길점 등에 추가 오픈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단순 할인마트보다는 자사 전문점 브랜드와 연계한 대형 쇼핑몰 형태의 매장 등 이마트의 ‘대형화’와 ‘복합화’도 추진한다. 

지난해 노브랜드 전문점과 이마트24, 신세계L&B의 와인전문점 등을 모은 미니 이마트타운을 대치동에서 선보였고 일렉트로마트와 삐에로쑈핑을 합친 매장을 논현동에 오픈했다.

정 부회장은 국내 사업의 실험적인 차별화와 더불어 해외 시장 개척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11일 정용진 부회장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인스타그램에 거대 유통 업체인 월마트의 미국 법인 최고경영자(CEO) 그렉 포란(Foran)과 매장에서 만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월마트 회장으로부터 점포 운영 방식을 배우는 중. 대단하신 분'이라는 글도 올렸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미국 LA에 예정된 PK마켓 오픈 등 미국 시장 진출의 포석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의 실험적인 행보에 대해 수익성 우려 등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올해는 가시적인 실적을 냄으로써 이를 해결하는 것이 선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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