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 강세에 쪼그라든 국산맥주 시장, 돌파구 역시 '시장'?
수입맥주 강세에 쪼그라든 국산맥주 시장, 돌파구 역시 '시장'?
  • 이재정 기자
  • 승인 2019.02.07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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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맥주 수입액 2015년 대비 94% 증가
국산맥주 업체들 종량세 도입 촉구와 '늦은감' 있는 국내시장 잡기 고군분투
국내 주요 주류 업체들이 쪼그라드는 국산 맥주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OB맥주, 하이트진로 등 국내 주류 대기업들의 국산 맥주 판매량이 수입맥주와 수제맥주 등에 밀려 줄고 있는 추세다. 특히 수입맥주와의 가격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해당 업체들이 정부에 주류세 개정을 요구하는 한편 달라진 시장과 돌아선 소비자 잡기에 사활을 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롯데주류,하이트진로,OB맥주)
국내 주요 주류 업체들이 수입 맥주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가격 경쟁을 어떻게 이겨낼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롯데주류,하이트진로,OB맥주)

[화이트페이퍼=이재정 기자] 국내 주요 주류 업체들이 쪼그라드는 국산맥주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OB맥주, 하이트진로 등 국내 주류 대기업들의 국산맥주 판매량이 수입맥주와 수제맥주 등에 밀려 줄고 있는 추세다. 특히 수입맥주와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해당 업체들이 정부에 주류세 개정을 요구하는 한편 달라진 시장과 돌아선 소비자 잡기에 사활을 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잡아야...국산맥주 주류세 역차별 논란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3사(OB맥주·하이트진로·롯데주류)의 국산맥주 시장 점유율은 2013년 95.1%에서 2017년 82.8%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수입맥주 시장 점유율은 4.9%에서 16.7%로 늘어났다.

무역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맥주 수입액은 2015년 대비 94% 증가해 3억968만달러(약 4,452억원)를 기록했다.

국내 맥주 업체들은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세금 역차별'에 따른 불공평한 가격 경쟁을 지목하고 있다. 수입맥주들이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4~5캔 묶음을 1만원 가량의 저렴한 가격에 팔 수 있는 이유는 국산맥주에 비해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행 주류세법인 종가세가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탓에 수입맥주의 경우 수입 업체가 신고한 가격에 관세만 붙는 정도다. 이에 업체들이 신고가를 낮춰서 세금부담을 더는 만큼 고스란히 판매가 인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국산맥주는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와 이윤을 더해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제조원가가 낮아도 판매가가 훌쩍 높아진다. 이에 국내 맥주 업계는 정부에 종가세를 종량세로 전환해달라고 수차례 촉구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는 이런 난항을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대안이었다. 발포주는 맥아량 함량이 10% 미만이어서 기타주류로 분류돼 맥주와 달리 세금 부담이 적다. 필라이트가 1만원에 12캔 마케팅을 펼쳐 약 1년 반만에 3억캔 판매고를 울릴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알코올 도수나 술의 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가 도입되면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가 모두 같은 리터당 주세를 적용받게 돼 국산맥주도 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된다. 반면 수입맥주 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커서 적어도 가격 면에서는 국내맥주와 수입맥주의 출발선이 동등해진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수입맥주업체인 하이네켄코리아가 맥주를 수입할 때 신고가격을 고의로 낮춰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국세청의 조사를 받으면서 종량세 전환 논의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산맥주 부진 이유, 주세법 아닌 제품력?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세법 형평성 논란에 대해 시장 일각에서는 국산 맥주 시장 점유율 축소가 '국산맥주 제품력의 한계'에 따른 결과라며 일침을 가하고 있다.

몇몇 맥주 동호회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과 댓글을 확인한 결과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일부 회원은 국산맥주에 대해 "맛이 밍밍하다", "수입맥주에 비해 맛과 향의 선택 폭이 좁다"고 지적하며 자신들이 애용하는 수입맥주 브랜드를 소개했다. 반면 다른 회원들은 "우연히 맛보고 국산맥주 OO만 마시게 됐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실상 국내산과 수입맥주를 구분하지 못한다. 편견이다"라고 반응했다.

이와 관련해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맥주 맛이나 품질에 대한 평가는 제품 자체보다 개개인의 취향이 절대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산맥주는 수출 규모가 매년 성장세를 그리며 해외 제품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제품력을 과시하고 있다.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온 맥주 수출액이 지난해엔 더 큰 폭으로 올라 전년 대비 37.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맥주 수출량의 80%를 차지하는 오비맥주는 현재 전 세계 30여개국에 30여개 브랜드를 수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러시아에서 최근 3년 간(2016~2018년) 264%, 연 평균 90% 이상 성장률을 기록했다. 롯데주류도 맥주 수출량은 연 평균 약 110%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수출 국가는 중국과 홍콩, 몽골 등의 아시아를 비롯해 동남아, 미국, 맥주 종주국인 유럽까지 분포도 다양하다.

이처럼 국산맥주의 침체 원인이 제품력이 아니라면 수입맥주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어 주류세 개정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일은 필수적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정적 돌파구는 '달라진 시장'에 대한 적응력

주요 맥주 업체들의 치열한 고민은 실상 주세 개혁보다 '달라진 시장 환경과 소비자'를 향하고 있다. 다년간 외식업 경기가 주춤하면서 국산 맥주의 일명 '유흥시장' 판로는 축소된 반면 홈술, 혼술족이 늘고 음주문화도 달라졌다. 가정용 시장의 국산맥주 비중은 2013년 95%에서 2018년 74%까지 떨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18년 주류소비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한 번 음주 시 평균 음주량'은 4년 연속 줄어 지난해 6.3잔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고서는 "1인 가구가 늘고 혼술, 가성비 좋은 술이 주목받는 가운데 취하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술이 꾸준히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제맥주와 전통주, 와인류 등 기타 주류도 속속 세를 키우고 있는데다 개인의 브랜드 취향도 다양해져 주류 시장의 춘추전국시대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2018년에 소확행, 가심비 등을 소개한 데 이어 올해에는 자신만의 콘셉을 잡고 그에 맞는 아이템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 소비하는 '컨셉러'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코리아 2019의 공동저자인 최지혜 박사는 주류 소비 트렌드에 대해 "소비자들이 각자가 설정한 컨셉에 따라 소비하게 되면서 제품 취향도 점점 세분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기존에 명품이나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던 소비자들이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소비자를 파악하는 데 점점 더 애를 먹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주류 대기업들도 늦은감은 있지만 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을 감지하고 마트와 편의점 매대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고군분투중이다.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가 '가볍게 즐기는 음주 문화' 트렌드와 제대로 맞아 떨어져 열풍을 일으키자 OB맥주도 수출에만 주력하던 발포주를 국내시장에도 '필굿'이라는 제품으로 2월 출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포주는 마진율이 크지 않은데다 경쟁사와의 시장 점유 전쟁은 물론 자사 맥주 제품의 매출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오랜 맥주사업 부진으로 리스크가 따르는 상황에서도 새 맥주브랜드를 론칭하기로 했다. ‘하이트’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난 제품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어필한다는 방침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4일 PI(프로세스혁신)를 통해 경영체질을 바꿔 미래형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힌바 있다. 시스템기반의 신속한 의사 결정, 빅데이터 기반의 수요 예측과 판매 계획, 생산의 유연화 등으로 시장 불투명성을 극복하겠다는 취지다. 이밖에도 하이트진로 관계자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마케팅 인력의 평균 연령이 지속적으로 낮아졌으며 경직된 기업 문화도 유연해지고 있는 추세다.

롯데주류는 김태환 대표 선임 후 맥주 시장 선점을 위해 맥주부문을 신설하고 팀을 세분화했다.

기업들마다 젊고 개성이 강한 소비층을 유치하고 참신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문화 마케팅도 치열하다.

외국기업인 AB인베브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OB맥주도 국산맥주 시장 비중이 90%에 달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입장이다. OB는 카스 등 국산 브랜드를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2015년부터 매년 힙합·EDM 뮤직 페스티벌인 ‘카스 블루 플레이그라운드’를 개최해왔다. 참가자들이 화제의 랩 배틀인 ‘쇼미더머니777’의 슈퍼 스타로 부상해 마케팅 효과를 보기도 했다.

롯데주류는 롯데시네마와 손잡고 '클라우드 시네마 라운지'를 열었다. 잠실 월드타워관, 김포공항관, 건대입구점 3곳을 운영하며 고객들에게 독일식 클라우드 생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대표 제품인 클라우드 마케팅을 위해 '클라우드와 함께 도심 속에서 감상하는 영화와 음악'을 주제로 루프탑 파티도 연 바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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