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세운상가 재개발, 더 큰 논란만 키웠다
멈춰선 세운상가 재개발, 더 큰 논란만 키웠다
  • 김예솔 기자
  • 승인 2019.01.24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을지면옥 철거 안한다...서울시, 세운재개발 전면 재검토"
"오히려 비판 쏟아져...'뒷북 처방', '오락가락 행정' 불만 제기"
서울시는 현재 진행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노포의 보존 측면에서 재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는 현재 진행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노포의 보존 측면에서 재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김예솔 기자] 서울시가 오래된 노포(老鋪)의 보존을 이유로 을지로 일대 재개발 사업에 제동을 걸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3일 도심전통산업과 노포 보존 측면에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갑작스런 ‘재검토’ 발언에 오락가락 행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한편, 재개발을 둘러싼 찬반 이해관계자들의 대립이 더욱 팽팽히 맞서고 있다.

■ 13년 달려온 세운상가 재개발, 하루아침에 뒤엎어져

지난 13년간 진행해온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 사업이 하루아침에 보류됐다.

당초 서울시는 낙후된 세운상가를 전면 철거하고 주변을 대규모 주상복합 지구로 통합 개발할 계획이었다. 이 일대 지역은 오세훈 전 시장 재임 당시인 2006년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이후 재개발을 13년간 진행해왔다.

그러나 갑작스레 서울시가 재개발 사업을 번복한 것은 세운3구역의 철거가 본격화되면서 일부 노포와 공구상가 등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서울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을지면옥’이 철거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최근에서야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됐다. 오래된 유산을 허물고 주상복합건물을 짓는 '철거식 재개발'보단 보존이 우선돼야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게 된 것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15년 30년 전통 평양냉면 집인 을지면옥을 비롯해 양미옥, 조선옥, 우래옥 등 세운상가 내 13곳을 보존 가치가 있는 ‘생활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

결국 서울시는 철거 논란에 이들 생활유산을 철거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고, 이를 반영한 종합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모든 행정절차를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우게 됐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이와 관련해 "그간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도와 시민 인식이 많이 높아지고 사회적 분위기도 달라졌다"며 "이제라도 인식 변화를 정비계획에 반영해 일부는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논란 잠재우려다 후폭풍만...상인 간 갈등까지 키워

서울시의 세운상가 재개발 재검토 결정에 오히려 ‘뒷북 처방’, ‘오락가락 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적법하게 진행돼온 재개발 사업을 갑자기 중단시키는 것은 독단적인 결정일 뿐더러 갑작스레 ‘매스’를 들이댄 것은 행정적인 일관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재개발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모습이다. 오히려 서울시의 결단이 재개발 계획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면서 상인들 간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됐다.

서울시의 재검토 계획 발표 당일 오후 시청 앞에는 재개발 찬성과 반대 측의 집회가 나란히 열렸다.

이날 모인 '세운 3구역 영세토지주' 100여명은 예정대로 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박 시장이 일부 공구상인과 시민단체 말만 듣고 급작스레 계획을 뒤집었는데, 심지어 양미옥, 을지면옥은 보호받아야 할 영세 상인도 아니다"면서 "기준도 원칙도 없이 이렇게 재산권을 마구잡이로 침해해도 되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같은 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30여명은 서울시의 재검토 발표에 환영입장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보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서울시 발표를 환영하지만, 세운3구역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어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