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품 인정받은 상어 83억에 미국행
예술품 인정받은 상어 83억에 미국행
  • 북데일리
  • 승인 2005.07.13 0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월 영국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데미안 허스트(40. Damien Hirst)의 91년 작품 `상어`가 무려 800만달러(약 83억원)에 미국의 헤지펀드 매니저에게 팔려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기증될 당시 `자연보호`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길이 14피드(약 4.3m)의 실물 타이거 상어를 포름알데히드 용액으로 채운 대형어항에 담가 `절임 상어`로 불리는 허스트의 대표작품으로 원제는 `살아 있는 자 마음속의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BBC등 영국 방송보도에 따르면 작품마다 화제를 몰고오면서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로 인정받고 있는 허스트는, 지난달 살인사건 희생자를 작품의 대상으로 삼아 사진기자가 찍은 법의학수사팀의 현장감식 장면을 그리려다가 영국 경찰로부터 `아무 생각없는 짓`이라는 비난을 받고 포기한 일도 있다고 전해졌다.

허스트가 화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 92년 영국 현대미술의 요람으로 불리는 사치갤러리에 `상어`를 처음 선보이면서부터. 사치갤러리는 영국의 괴짜 미술수집가 찰스 사치가 82년 설립한 현대미술 컬렉션으로 허스트를 비롯 트레이시 에민, 마크 퀸 등 현재 세계 미술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젊은 영국 작가들의 실험적 작품을 대거 선보여 현대미술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스트는 사치의 후원으로 자신의 독특한 실험정신이 담긴 작품들을 선보였고 특별 기획전 형식으로 꾸며진 그의 독립섹션과 갤러리 곳곳에 자리잡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명실상부한 `사치 아티스트` 이름을 날렸다.

작품 `상어` 뿐 아니라 대형 어항 구조물 안에 의료 기기들과 살아 있는 물고기들을 설치한 `잃어버린 사랑(Love Lost)`, 어린이 과학교재용 인체해부 모형을 5m 높이의 브론즈 조각으로 탈바꿈시켜 원본을 만든 과학교재 회사가 소송을 하게 만든 `찬송가(Hymn)`, 영국산 자동차 미니에 특유의 동그란 색점을 그려 넣은 `미니 점찍기(Spot a Mini)` 등 그의 작품들은 평단은 물론 관객들의 찬사를 받아왔다.

허스트는 자신의 책 `작가의 길`(2002. 유니버스. 원제:On the Way to Work)에서 후견인이던 사치를 `돈으로 예술품을 평가하는 사람`이라며 신랄한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사치의 예술적 안목을 높이 사서 그를 옹호하는 미술비평가들도 있는 반면 허스트는 그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 책은 허스트의 친구이자 작가인 고든 번이 92년부터 8년간 12번에 걸쳐 인터뷰한 내용. 허스트의 삶과 예술 그리고 부와 명성을 쌓아 온 과정을 상세히 기술하면서 술과 마약에 빠져 지내던 방황시절도 담았다. 후견인이던 사치에 대한 애증과 함께 죽음에 대한 병적 집착을 벗어던지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증명해 보이며 현대 미술계를 이끌어가는 젊은 예술가의 인생을 잘 그려냈다.[북데일리 노수진 기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