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전쟁영웅 "난 이순신 발끝도 못미친다"
일제 전쟁영웅 "난 이순신 발끝도 못미친다"
  • 북데일리
  • 승인 2005.05.25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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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국 해군연합함대 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 1848~1934) 제독은 1905년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 지노비 페트로비치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이 이끄는 발틱함대 37척과 병력 3천명을 거제 앞바다 송진포 일대에서 전멸시킨 일본의 명장이다.

그는 군령부장(軍令部長)을 거쳐 1913년 원수에 올랐으며, 동궁학문소(東宮學問所) 총재를 지냈지만 정계의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죽을때까지 순수한 무인의 길을 걸어 일본에서 영웅대접을 받고 있다.

젊은 시절 7년간 영국 유학 경험이 있는 도고 제독은 "나를 영국의 넬슨과 견주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조선의 이순신과 견주지 말아달라. 나는 그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물이다."라고 존경심을 나타내며 생전에는 매년 이순신 장군의 기일에 부하들과 현충사를 찾아 추모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고 제독의 겸손한 비교는 차치하더라도 이순신 장군과 넬슨 제독의 우위를 논하기 전에,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은 `바다의 영웅`이자 판이한 인생역정을 걸었다.

`생각의 나무`가 트라팔가르 해전 200주년과 넬슨 서거 200주년을 기념해 5월 출간한 `넬슨`(2005, 앤드루 램버트 저)이 바라 본 그의 최후는 이순신 장군과 너무 닮아있다. 이 책은 지난 2003년 발간돼 이순신 열풍을 몰고왔던 소설 `칼의 노래(김훈 저)`의 연장선 상에 있는 같은 출판사의 기획물.

영국 왕립역사학회원이자 해전사 전문가인 저자에 따르면 넬슨 제독은 1805년 10월 21일 프랑스-스페인 연합함대와 맞선 트라팔가르 해전을 승리로 장식하지만 프랑스 저격병이 쏜 총탄에 맞아 숨을 거두면서 마지막 유언을 남긴다.

"신에게 감사드린다. 나는 내 의무를 다했노라"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순신 장군은 노량 앞바다에서 500여척의 왜군함대를 맞아 450척을 격침시키고 패주하는 왜군을 쫓다가 유탄에 맞아 전사하면서 "싸움이 한창이다. 내 죽었다는 말을 내지 말라(戰方急 愼勿言我死)"며 함상에서 최후를 맞는다.

책에서는 전투에서 한쪽 눈과 한쪽 팔을 잃은 넬슨의 인간적인 약점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넬슨이 나폴리에서 만난 유부녀 해밀턴부인 엠마와 사랑에 빠져 아내와 헤어지고 새 아이를 낳게 된다는 사실도 밝혔다. 하지만 영국은 국익을 위해 넬슨 제독의 사생활을 감싸주고 대영제국의 함대를 이끌게 하면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영광을 지켜나가게 만들었다.

이에 반해 이순신 장군은 3번의 관직박탈과 두 번의 백의종군에도 불구하고 왜군과의 7년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지난 주말 방송된 KBS1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통해 보듯 선조에 대한 `괘씸죄`와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조정의 분란에 희생양이 됐던 이순신 장군은 오로지 순수한 무인의 피가 흘렀던 탓에 정치가로서 `권모술수`의 자질은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되자 경상도와 전라도 해안의 내륙 지역을 2,000여리나 행군하며 우선 민심을 다독였고, 결국 백성은 장군의 편에 섰던 것이다.

한편, `생각의 나무`는 조선과 대영제국의 두 영웅에 관한 책 출간을 계기로 5월31일까지 서울 강남 교보문고, 종로 영풍문고, 종로 반디앤루니스에서 `이순신 vs 넬슨, 역사와 인간 특별전시회`를 개최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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