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단어라고?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단어라고?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9.01.16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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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줄다리기> 신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단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아무 생각 없이 관습적으로 사용해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을 터다. 언어 표현들 사이에 숨은 이데올로기를 톺아보는 <언어의 줄다리기>(21세기북스.2018)에 상세한 설명이 실렸다.

대통령은 한자어로 클 대(大), 거느릴 통(統), 거느릴 령(領) 자를 쓴다. 령(領)은 거느린다는 뜻과 함께 다스린다는 뜻도 있다. 거느린다는 말은 ‘부양해야 할 손아랫사람을 데리고 있다’, ‘부하나 군대 따위에서 통솔하여 이끌다’는 뜻을 가진다. 다스린다는 ‘국가나 사회, 단체, 집안일을 보살펴 관리하고 통제한다’는 뜻의 단어다.

저자는 이는 민주주의적인 이데올로기와 거리가 먼 봉건군주제의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는 표현이라 일갈한다. 이런 함의가 담긴 단어로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불러왔기 때문에 주권자인 국민은 대통령을 손윗사람으로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를 손윗사람의 부양을 받으며 그 아래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위험에 노출된다고 전한다.

대통령이라는 말이 처음 소개된 것은 1881년 이헌영이 저술한 <일사집략>이다. 고종의 명을 받아 신사유람단의 일원으로 일본에 파견되어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책으로 대통령이 ‘곧 국왕을 가리키는 말이다’는 주석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president는 미국이 새로운 정치제도를 만들면서 대표자를 어떻게 부를 것인가를 고민한 끝에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경칭 없이 ‘프레지던트’라 하고 경칭 없이 ‘Mr. President’라 의견을 모아 탄생했다.

몇몇 문헌에서 볼 수 있듯 한·중·일 공통으로 president의 번역으로 ‘통(統)’자를 쓰며 매우 수직적이고 서열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차이가 분명하다. 저자는 우리는 백성이 통치의 대상이 되었던 봉건군주제에 의문을 던지며 백성에서 국민이 되었으며, 군주제를 없애고 민주공화국을 이룬 만큼 국민은 더 이상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강조한다. 그저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국정을 운영하는 국민의 대표자일 뿐이다.

이처럼 대통령이란 단어에는 ‘국민을 주권자라 생각하지 않고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비민주적이며 권위주의적인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까. 이런 고민은 이전에도 제기됐다. 군림하지 않고 그저 대표하는 호칭으로 ‘민장(民長)’, 회의를 주재한다는 president 본연의 뜻을 살려 ‘국가의장’ 혹은 국가의 장이라는 뜻에서 ‘국장(國長)’, 위계가 드러나지 않는 ‘대표’ 등이 대안으로 언급됐다. 민주주의적 가치에 근접한 또 다른 단어는 없을까 고민스러워지는 대목이다.

이 밖에 극단적 차별의 언어로 ‘미망인과 과부’ ‘장애인’을 예로 들고,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쓰레기 분리수거’ ‘사은품’에 숨은 이야기를 전한다. 또 '청년'이라는 언어표현에 담긴 특정 페르소나로 비롯되는 의식의 편향성 등을 파고든다. 언어 속에 투영된 정치, 사회, 권력의 이야기를 통해 언어의 감수성을 높여준다는 면에서 이 책의 가치는 남다르다. 하지만 그만큼 언어 사용에 강박적 자기검열이 생기는 부작용도 존재한다는 점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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