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로 만나는 박범신 터키 여행
에세이로 만나는 박범신 터키 여행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3.02.05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간보다 더 힘 있는 조각가도 없다"

[북데일리] <은교>로 화제를 일으켰던 소설가 박범신이 에세이 <그리운 내가 온다>(맹그로브숲.2013)를 냈다. 책은 작가가 터키를 여행하면서 담은 역사 이야기와 에세이, 사진으로 구성됐다. 책의 서문에서 밝힌 그의 여행에 대한 정의가 남다르다.

‘단지 한 스푼의 추억만이 여행의 선물이랄 수는 없다.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떠나간 이역의 길에서 만난 바람, 햇빛, 그리고 사람, 말씀은 우리의 핏속에 축적된다. 알게 모르게 우리를 변화시킨다. (중략) 여행이 주는 경이로운 선물이 그것이다.’

여행의 모든 것을 핏속에 축적시킬 정도로 이번 여행기는 그에게 남달랐던 것일까. 터키의 어떤 모습이 그를 매료시켰는지 궁금하다. 또 여행을 통해 그가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터키의 심장 이스탄불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터키에 도착해 느낀 첫 인상을 ‘아시아적이면서 아시아의 것이 아니고, 아시아적이면서 유럽이 아닌 그런 냄새’라고 표현했다. 터키의 다채로운 문명과 이색적인 풍경이 이런 느낌을 불러일으켰으리라.

책에 따르면 터키는 기원전 6세기에는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그리고 그리스 헬레니즘 문화권에 예속됐다가 로마에 병합된다. 이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동로마제국의 수도로 삼으면서 이스탄불은 세계의 중심이 되고, 투르크 유목민이 그곳을 차지한 것은 15세기경이었다. 오스만 제국이 완성된 것이다. 이때 그리스·로마 문명은 이슬람 문명으로 대체되었다.

이 때문인지 터키인들의 외모는 이국적이면서도 동양적이다. 작가도 터키에서는 긴장할 까닭이 없다고 정겨움을 표했다. 이어 터키의 대표적인 건축물과 특산품 양탄자를 소개했다. 아쉽게도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이를 대신할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날아 거대한 지하도시를 만났다.

저자는 수백만 년 전부터 연속적인 화산 폭발이 일어나 땅이 융기되고 협곡이 생긴 ‘카피도키아’의 장관을 보면서 다음과 같은 감상을 전했다.

“자연보다 더 위대한 조각가는 없습니다. 시간보다 더 힘 있는 조각가도 없습니다. 신은 위대한 자연과 힘 있는 시간의 전능한 결합인지 모릅니다. 나는 지금 신이 만든 조각천을 신이 만든 아침햇빛 속에서 내려다보고 있습니다.”-119쪽

작가는 터키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문화를 통해 다양한 단상들을 담아왔다. 특히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읽는 재미를 준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