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 몸을 통해 본 인문학
고미숙, 몸을 통해 본 인문학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3.01.28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안’에 갇힌 채 내면은 붕괴하고...

[북데일리]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북드라망.2013)은 ‘몸, 교육, 정치·사회, 가족, 여성, 사랑, 운명 총 8개의 카테고리 안에 사회비평을 새로운 시각으로 담은 책이다. 또한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을 더해 사회비평적 에세이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이를테면 동안 열풍을 넘어 멘탈 붕괴에 이르는 사회 현상에 대한 고찰이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모든 이들이 젊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어려졌다는 표현이 걸맞을지도 모른다. 책은 성형이 보편화 되면서 ‘동안’이 범국민적 현상이 되었다고 봤다. 이러한 현상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외모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안’의 의미가 얼굴만 앳된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비롯해 몸 전체가 미성숙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정신연령이 낮은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는 저자의 탄식은 문제의 근원을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로 간주했다.

자본주의 사회는 오직 ‘청춘’만을 삶의 정점으로 간주하며 진정한 성숙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성숙이란 ‘삶을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밀고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존재와 세계를 통찰하는 힘을 뜻한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동안’에 갇힌 채 내면은 붕괴를 향해 달려간다. 예컨대 30재 여성이 10대들과 젊음과 미모를 경쟁하거나 40~50대 여성이 사춘기 때의 정서를 고스란히 반복하는 현상을 말한다. 저자는 이에 대한 조언을 키케로의 책<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를 통해 전했다.

“소년은 허약하고 청년은 저돌적이고, 장년은 위엄이 있으며, 노년은 원숙한데, 이런 자질들은 제철이 되어야만 거두어들일 수 있는 자연의 결실과도 같은 것이라네” -38쪽

이어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의 외모를 예로 들며 다양성에 대한 견해를 내놓았다.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들은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리얼리티를 살린다. 다들 ‘제각각’일뿐더러 변신 또한 자유롭다는 맥락에서 차이와 변용을 통해 ‘유머와 역설’이 탄생된다는 해석이다.

저자는 성형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믿는 사회 풍토는 외모를 특권화 하는 권력을 기꺼이 감내하겠다는 의견과 다를 바가 없다고 역설했다. 자신 안의 차이와 개성을 살릴 때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조성된다는 말이 아닐까.

책은 이밖에 ‘여성과 그림자 노동’, ‘양생과 정치’, ‘안정이라는 화두’ 등 이분법적인 사고의 틀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비평을 선보인다. 저자는 21세기 인문학의 화두를 ‘몸’으로 규정지었다. 삶을 살아가는 것은 몸이라는 것을 볼 대 몸이야말로 삶의 현장이자 유일한 리얼리티라 말하며 이를 인지해 소외와 억압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길 권고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