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믿는 것은 진실인가... 왜곡하는 팩트 편집
당신이 믿는 것은 진실인가... 왜곡하는 팩트 편집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11.30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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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진실> 헥터 맥도널드 지음 |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가짜 뉴스의 교묘함은 팩트를 바탕으로 하는 데 있다.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진 진실’이 되기도 한다. 글루텐이 없는 식품인 퀴노아를 두고 벌어진 왜곡된 진실 사례는 팩트 편집이 일상에서 어떻게 벌어지고 소비되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세계적인 슈퍼 푸드로 부상했던 퀴노아가 오히려 현지 지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는 엉뚱한 결론에 이른 사건이다.

퀴노아는 철분, 마그네슘, 온갖 필수 아미노산, 단백질의 함유량이 뛰어나다. 미국항공우주국 나사는 퀴노아를 두고 가장 완벽하게 균형 잡힌 식품이자 우주 비행사들을 위한 이상적인 식량으로 평가했고, 유명 세프의 극찬도 이어졌다. 채식주의자나 만성 소화 장애를 겪는 이들에게도 글루텐이 없는 씨앗 식품인 퀴노아의 발견은 기적과 다름없었다. 국제연합 유엔에서까지 인정받으며 2013년은 ‘세계 퀴노아의 해’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퀴노아 가격은 몇 년 사이 세 배로 급등했다.

그러나 난감한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퀴노아 가격이 급등해 안데스 산지 가난한 농부들의 생활수준을 높여주었지만, 북미와 유럽의 수요가 급증하며 정작 지역민들이 전통 식품을 사먹을 수 없다는 루머였다. 거기에 뉴욕타임스는 퀴노아 재배 지역 아동 영양실조가 증가 추세라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어떤 매체는 ‘국제적 수요 증가로 퀴노아 가격 급등이 오히려 볼리비아나 페루 지역 주민들을 힘들게 한다’는 논지를 펼쳤고. 광범위하게 팩트로 받아들여지며 퀴노아 소비를 멈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경제학자들은 설문 조사를 했다. 이들이 발견한 내용은 우려와는 딴판이었다. 현지 지역민의 생활 수준은 모두 높아졌다. 페루 가구의 소비 지출 중에 퀴노아에 쓰는 돈은 겨우 0.5% 남짓이었다. 애당초 퀴노아 소비는 현지에서 서서히 줄고 있었고 가격 추세와 소비 추세 사이에는 어떤 관련도 없었다. 그저 지역민들의 취향이 다양한 먹거리로 옮겨졌다고 보는 편이 나았다.

퀴노아 가격이 세 배로 급등했고, 지역민의 생활도 나아졌으며 지역민의 퀴노아 소비가 줄었다. 모두 ‘진실’이다. 하지만 진실은 편집됐고 맥락을 잘못 이해하며 퀴노아를 먹는 행위가 부도덕한 일이 되는 이상한 결론이 도출됐다. <만들어진 진실>(흐름출판.2018)은 이처럼 진실은 99개의 얼굴을 가졌으며 편집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편집된 진실은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며 하나의 사건, 사물을 구성하는 다양한 진실들을 ‘경합하는 진실’로 규정한다. 진실에 다가가는 다양한 접근법 중 각자가 어떤 경합하는 진실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진실을 편집하는 것이 꼭 나쁜 용도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사람들을 통합하고 용기를 주거나, 적절한 진실을 골라 구성원을 단결하고 지지자들을 결집하게 만드는 등 세상을 바꾸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부분적인 진실, 주관적인 진실, 인위적인 진실 등 총 4가지 진실 유형을 통해 가짜가 가득한 세상에서 진실을 구별해내는 방법을 전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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