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와 성(性)의 만남
오페라와 성(性)의 만남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3.01.1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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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하지만 외설스럽지 않은 성이야기

[북데일리] 야하긴 한데 외설스럽지 않다. <암컷 그리고 수컷>(세림출판.2013)의 추천사는 노골적인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놀랍다, 즐겁다, 말이 필요 없다’등 찬사로 가득하다.

책은 성(性)이야기를 오페라 카르멘으로 풀어나간 책이다. 아하, 이제야 무릎을 치는 사람이라면 이미 배경지식이 있다는 이야기다. 오페라 카르멘은 ‘관능’과 ‘유혹’ 혹은 ‘본능’으로 대표 될 수 있는 오페라다.

카르멘이 초연되었을 당시 철학자 니체, 작곡가 오펜바흐 그리고 문인 뒤마 2세 등 저명한 사람들이 극찬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냉담했던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전통적인 여성관이나 성도덕과는 상반되는 내용이 즐비하다는 것.

카르멘을 차지하기 위해 탈영을 하는 남성과 치정살인은 그야말로 자극적이다. 특히 카르멘이 호세를 유혹하는 장면은 관능미의 최고랄까. 인간의 본능을 표현한 가장 감각적인 오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성과 엮었다니 놀랍고 영리한 구성이다.

목차부터 당돌한 책은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유혹’, ‘남과 여’, ‘질투’, ‘권태’ 등 성과 사랑을 암시하는 단어들로 나뉘어 있다. 그래도 대분류는 낫다. ‘발기, 비아그라, 자위중독, 몇 번이 적당할까?, 정조대’에 이르면 성에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세대들에게는 당혹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킬만하다.

그럼 내용을 살짝 들춰보자. 호세가 담배공장 앞에서 카르멘과 운명적인 만남이 있었던 날 어머니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카르멘의 유혹의 주술에 빠졌음에도 잠시나마 이성을 찾을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는 내용이다. 책은 엄마의 사랑이야말로 본능이며 인류조상으로부터 면면히 이어온 우리 모두의 영원한 아키타입(Archetype)이라고 말한다.

이어 정자은행으로 옮겨간다. 요즘 정자은행을 찾는 여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는 양육에 있어 협동을 원했지만 번번이 좌절한 뼈저린 진화적 사실의 여진일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저자는 순수하게 어린 생명을 기르고 싶다는 좋은 취지가 오히려 생명경시와 인성의 황폐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걱정을 내비쳤다. 선한 동기가 썩어빠진 상흔과 실종된 윤리의식과 결탁하여 단지 우량종을 심겠다는 식으로 변질된다며 이런 품종개량의 사고는 결국 영재교육의 열풍이 정자에까지 열나게 불고 있다는 거침없는 표현을 쏟아낸다.

오페라 카르멘과 백과사전을 방불케 하는 성에 관한 지식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분명 노골적이고 당돌한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외설로 느껴지지 않는다던 감상평은 진지함과 웃음의 경계선을 절묘한 줄타기로 표현해내는 작가의 재치 때문이리라. 이 책이 성에관한 터부를 일시에 날려버릴 만한 것인지는 읽는 독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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