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놀면 그림자가 된다?
그림자와 놀면 그림자가 된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12.31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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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문제 다뤄...요즘 아이들의 자화상

 

[북데일리] 제 10회 푸른문학상 청소년소설집 <열다섯, 비밀의 방>(2012.푸른책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책이다. 그러니까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말하지 못하는 고민들을 들을 수 있다.

 학교에서 가장 심각한 왕따 문제를 다룬 조규미의 「음성 메시지가 있습니다」, 비밀을 이야기하고 싶은 누군가와 나만의 공간이 필요한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인 장 미의「열다섯, 비밀의 방」,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김한아의「안녕하세요, 그에게 인사했다」, 아이들의 꿈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만날 수 있는 심은경의 「마마보이와 바리스타」까지 우리 아이들이 어떤 시간을, 어떤 마음을 경험하고 견디고 있는지 고스란히 담았다. 특별하게 다가온 건 가장 피부에 와 닿은 소재를 다룬「음성 메시지가 있습니다」와 「열다섯, 비밀의 방」이다.

 ‘그림자와 놀면 그림자가 된다. 그래서 아무도 그림자와 놀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뿐 아니라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그냥 그것이 아이들 사이의 규칙이었다. 학교에 들어갈 때 운동화를 실내화로 갈아 신듯이. -「음성 메시지가 있습니다」, 16쪽’

 친하게 지낸 친구를 자신도 모르게 따돌리고 그 일을 후회하지만 용서를 구할 기회를 놓친 주인공 진수의 마음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본다. 모든 것은 사소하게 시작된다. 아이들 간의 문제도 그렇다. 진수가 친구와 일부러 거리를 둔 게 아니듯 말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기가 온다는 걸 우리 어른들은 믿고 기다려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하는 말은 쉽게 내뱉는 것 같아도 겉과 다른 무거운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고, 때로는 완전히 빈껍데기처럼 그저 내뱉고 나면 연기처럼 사라지기도 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걸 알고 나자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는 것이 토론 시간에 발표를 하는 것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워졌다. 「열다섯, 비밀의 방」, 45쪽’

 소심하고 내성적이라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며 성적도 좋지 않은 주인공 화진이는 언제나 혼자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지만 표현하지 못한다. 학교가 아닌 구립 도서관 책 읽기 모임에서 자신과 닮은 연아를 발견한다.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성격과 행동은 정 반대다. 활발한 연아는 화진이 바라던 모습이다. 둘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안타깝게도 연아는 화진의 마음 속 친구였다. 내내 가슴이 아팠던 이야기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마음 속 친구가 아니라 화진에게 진짜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네 편 모두 현재 아이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잘 보여준다. 어떤 일로 아파하는지, 어떤 일로 고민하는지 알려주는 반갑고 고마운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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