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래전 잃어버린 '집'
우리가 오래전 잃어버린 '집'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2.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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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일깨우는 책

[북데일리] 언젠가부터 집은 재력의 척도가 됐다. 집을 보면 살림살이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양반들의 기와집을 보고 세도를 알 수 있었던 것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나는 어떤 집에 살아야 행복할까?>(철수와 영희.2012)는 집의 의미가 물리적인 측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책이 말하는 집이란 오랜 세월 동안 사람과 함께 살아왔고 사람의 몸과 마음을 감싸주는 삶의 보루다. 또한 당대 사람들의 생각이 깃들어 삶 그 자체이며 문화고 역사라는 점이다.

이처럼 집은 물리적인 의미를 넘어 역사적, 건축학적, 철학적,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책은 청소년인문학교실 강좌를 엮어 총 6강으로 구성했다.

생명과 평화를 향한 집짓기라는 제목으로 출발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행복과 삶의 기초설계에 대해 논한다. 나아가 집의 의미를 우주적 관점으로 바라봐 지구라는 거대한 개념의 확장을 꾀한다.

또한 우리가 살아온 집과 앞으로 살아갈 집에 대해 설명한다. 사람이 지은 최초의 집부터 신화와 건축의 상관관계를 제시하며 우리를 둘러싼 가족과 동네, 세계 모두가 집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집의 개념을 크게 넓혀 주변과의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카프카의 소설을 예로 들어 ‘집’에 대한 의미를 확장을 돕는다. 카프카의 소설 <성>의 주인공 K는 측량 기사다. 어느 날 일을 의로 받고 성을 찾아간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성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아무리 물어보고 찾아 봐도 입구가 없다. 결국 그는 성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문이 열려 있는데도, 들어갈 수가 없는 이상한 상황이다.

책은 측량기사가 처한 부조리한 상황이 삶의 도처에 있음을 상기시키고 ‘사람은 왜 태어나는가, 인생의 목표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다시 말해 인간은 목적지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인간은 무언가에 이끌려 어딘가로 향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바로 우리가 창조된 어머니의 품이다.

책은 ‘나는 어떤 집에서 살아야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축으로 그 의미를 따라간다. 결국 카프카의 성도,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도, 우리가 잉태된 어머니의 자궁도 상징성을 띤 ‘집’이다.

이를 서양의 에덴동산과 동양의 무릉도원으로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에덴동산은 인간의 근원이자 인류 최초의 집이고 무릉도원 또한 마찬가지다. 둘의 공통점은 태초에 우리가 상실한 곳이자 끊임없이 찾고자 하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인간에게 ‘집’은 근원적으로 ‘잃어버린 장소’다. 이 같은 결핍이 이상향에 대한 추구로 이어지고 사회와 문명을 키울 수 있었다. 책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 성장할 청소년들에게 ‘집’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우리의 미래가 될 청소년들이 소중한 가치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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