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앞에서 벽에 머리 찧는 아이
엄마 앞에서 벽에 머리 찧는 아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2.24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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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문제행동은 부모의 상처로부터

[북데일리]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상처가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에게 당하는 폭력만큼 치욕스럽고 아픈 것이 또 있을까. <아이는 부모 대신 마음의 병을 앓는다>(시루.2012)는 갈수록 폭력성향이 짙어지는 아이들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책의 저자는 27년의 임상경험을 통해 아이의 문제행동을 부모의 심리치유 관점에서 분석했다. 문제행동은 아이가 하고 있는데 치료는 왜 부모가 받아야 하는 걸까. 저자는 책을 통해 이렇게 주장한다. 상처투성이인 부모들의 과거가 아이들에게 ‘마음의 병’이라는 형태로 대물림되기 때문이라는 것. 이를 설명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레이코 씨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남편과 친정어머니 대학생 딸과 중학교 2학년 아들과 함께 산다. 평범해 보이는 이 가족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벌써 열 달째 등교거부를 한데다가 최근에는 폭력까지 휘두르기 때문이다.

아이가 늘 별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고 물건을 던지고 심지어 부엌에서 칼까지 빼들고 자살기도를 했다. 그 과정에 말리는 엄마의 허벅지를 찔러 피를 보게 됐다. 자라면서 한 번도 엄마의 말을 거스른 적이 없던 아들이라 부모는 더 혼란스러워 했다. 늘 스스로 알아서 잘 하던 아들의 이상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상담이 거듭되자 그 원인의 조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레이코 씨의 어린 시절 그녀는 ‘너는 착한 아이야’, ‘착하게 굴어야지’, ‘착한 애는 혼자 할 수 있어’ 등의 말을 듣고 자랐다. 이런 암묵적인 강요는 또래 어린이들과 다르게 철난 행동을 하게 했고, 자라면서 늘 스스로 잘 해야 한다는 강박에 어리광을 부리지 못했다.

레이코 씨도 아들을 그렇게 대했다. 문제는 아들이 철없는 어리광을 부릴 때 불거졌다. 아들이 사소한 것에 어리광을 부리면 레이코 씨는 이내 마음이 굳어져 받아주지 않았고, 그러면서 아들은 그런 엄마를 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책에 따르면 레이코 씨는 어린 시절 자신은 잘 참았는데 사소한 것조차 참지 못하고 아들이 어리광을 부리는 것에 짜증을 느꼈고 냉담하게 대했던 것이다.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강요는 이미 그녀의 어린 시절의 상처였고,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 레이코 씨는 아이에게 이를 고스란히 대물림 해준 것이다.

책은 엄마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던 아들이 성장하면서 갖게 되는 자립하고 싶은 욕구와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기 두려운 마음이 충돌해 나타나는 현상이라 말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에게 ‘부모를 위해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왜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거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책은 이와 상반되는 한 여성의 이야기도 실었다. 28살의 유키 씨는 3살 된 딸 나나와 단둘이 사는 싱글맘이다. 책에 따르면 유키 씨는 아이를 야단치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어 손찌검까지 한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아이 얼굴이며 몸이 멍투성이라는 것.

어느 날은 아이가 ‘엄마 말은 안 들을 거야. 나쁜 애니까 계속 할 거야’라고 말해 흥분한 엄마는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아이는 ‘응, 알았어. 나나는 이제 없어’라며 벽에 머리를 쿵쿵 부딪기 시작했다. 세 살짜리 나나의 모습은 유키 씨의 유년 시절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맞고 자란 가정폭력이 고스란히 아이에게 대물림 되고 있었던 것이다.

책은 상처받은 부모들의 과거가 아이의 미래와 엉켜 있음을 강조했다. 아이들의 문제행동은 부모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신호라 역설하며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고 나아가 부모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것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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