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옥은 디자인의 진수
우리 한옥은 디자인의 진수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2.18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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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4곳 한옥 돌며 매력과 가치 담아

[북데일리] 한옥은 생활하기 불편하다는 선입견은 현대인들의 보편화된 인식이다. 전통 건축 양식은 사라지고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면서 이제는 문화재로 취급받고 있다. 한옥에 배어 있는 삶의 지혜와 공간의 미학을 알게 된다면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신간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시공아트.2012)은 이런 조심스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책이다. 한옥연구가인 저자 이상현은 지난 2년간 전국을 다니며 24곳의 한옥의 매력과 이야기를 담아냈다. 책은 한옥이야말로 디자인의 진수라 말하며 소설 <태백산맥>의 주 무대인 보성으로 향한다. 저자가 그곳에서 만난 한옥은 비대칭의 멋을 안고 있는 이용욱가옥이다.

물론 사찰의 대웅전이나 궁궐의 근정전 같은 특정 목적을 가진 한옥은 대칭을 이룬다. 하지만 한옥이 사람이 머무는 공간의 의미를 가질 때, 대칭은 비대칭으로 전환된다. 책에 따르면 건축 디자인의 기본은 대칭이지만 한옥은 이를 과감하게 뿌리친 건축이다. 이를테면 건축에 쓰인 부재의 모양이 그렇다. 집을 받치는 주춧돌도 네모와 둥근 것을 같이 썼고, 칸살도 좌우가 다르다.

한옥은 건물마다 독특한 특성을 살려 대칭을 꾸준히 무너뜨려 지루함을 없앴다. 이어 ‘한옥은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다’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옥이 비슷비슷하다는 말은 세상의 모든 여성이 다 비슷하다는 말만큼이나 건조하게 들립니다. 아마도 사랑에 빠지지 못하는 이의 징후 정도가 아닐까요? 사람이 다 다른 것처럼 한옥도 모두 다릅니다.(중략) 여인처럼 새침한 한옥도 있지만, 사내처럼 무뚝뚝한 한옥도 있습니다. 한옥 이야기도 결국은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8~9쪽

사람 사는 이야기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양동마을로 이어진다. ‘양반’마을임에도 산자락에 놓여 층층을 이룬 생경한 마을모습을 하고 있다. 책은 양동마을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데에는 민속 마을이라는 돈벌이의 테마로 이용하지 않고 지켜 온 마을의 전통이 있다는 훈훈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들의 값진 노력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라는 영광으로 돌아왔다.

특히 이곳에 있는 ‘향단(香壇)’이라는 한옥에는 전해지는 이야기는 한층 더 따뜻하다.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숨겨져 있는 이야기는 이렇다. 향단은 동방 4현으로 추앙받았던 이언적이 경상 감사로 있던 1540년경, 동생을 위해 지은 집이다. 동생은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관직조차 마다하고 어머니 곁을 지킨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한옥의 위용 안에 서린 이야기는 어머니에 대한 효심과 동생에 대한 우애였다.

이어 형제의 우애의 절절함을 알 수 있는 시가 남아 있는데 책이 일부를 전했다. 이 시는 이언적이 귀양살이를 떠날 때 형의 뒷모습을 보며 동생이 남긴 것이다. ‘새벽은 밝아오고 재 오르긴 더디구나/ 외로운 충정을 누가 있어 알아줄까/ 가는 길 삼천 리에 한스러움 굽이진다’

책은 한옥으로 떠나는 ‘1박 2일 추천 코스’라는 테마로 한옥과 인근의 여행지를 엮어, 실용적인 여행안내도 도모했다. 한옥의 매력과 가치에 대해 낯선 독자들은 책을 통해 우리 건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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