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 '33일의 기록' 놀라워라
실연 '33일의 기록' 놀라워라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2.14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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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소재 잘 풀어내...영화화 히트

[북데일리]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의 말이다. 헌데 멀리 떨어져 관망하려 해도 상황 나름이다. 여기 정신을 놓은 한 여자가 있다.

‘내 남자친구가 신광톈디백화점 향수코너에서 새 애인의 손목에 코를 가져다 대고 향을 맡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쇠몽둥이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얘졌다.(중략)나를 실연으로 몰고 간 이 코미디 영화의 내용은 너무 진부했고, 갑작스럽다 못해 심지어 예고편조차 없이 상영되었다.’ -12쪽~13쪽

<실연 33일>(시그마북스.2012)의 주인공 황샤오셴의 고백이다. 7년간 함께 사랑을 키워온 남자친구의 바람현장을 목격했다. 하지만 그녀가 진부하다 여긴 까닭은 바람난 대상에 있다. 바로 그녀의 단짝친구 샤오싼이었던 것.

책은 제목 그대로 주인공의 실연을 시작으로 33일 간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실연’이라는 지지부지 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동명의 영화는 개봉국가에서 3억 5천 명 이상의 관객을 사로잡았다. 도대체 어떻게 풀어냈기에 이런 반향을 일으켰을까. 호기심과 기대감이 생긴다.

소설은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를테면 실연 직후 그녀의 돌발 행동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궁금증을 더해가는 노련미가 그렇다. 남자친구의 바람현장을 목격한 후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남자친구거나 단짝 친구일 거라는 추측과 다르게 수화기 너머로 호통 치는 상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순간, 두 남녀에게 퍼부어야 할 욕이 쏟아져 나오고 만다. 주인공은 하루에 사랑하는 두 사람을 잃을 위기에 처하고 이제 밥그릇까지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과연 이후에 펼쳐질 난관을 그녀는 어떻게 해쳐나갈까.

책은 실연당한 주인공의 직업을 웨딩플래너로 설정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대거 등장시킨다. 이들이 주고받는 대사의 유쾌함도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금혼식을 앞두고 아내가 세상을 떠나는 상황에 놓인 노부부를 만나는 등 휴먼스토리의 맛도 가지고 있다.

책을 통해 작가는 실연을 당한 이들에게 위로를 주고,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다른 시선을 갖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실연이라는 지루한 소재를 재구성해 유치함을 비껴나간 영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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