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무는 '예금이 3000천만 원'
그 나무는 '예금이 3000천만 원'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2.12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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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서려있는 이야기와 삶의 흔적 찾아

[북데일리] 지구상에서 가장 크게 자라나는 생명체가 무엇일까. 바로 나무다. 도심에서는 가로수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종의 나무가 하나로 통칭된다. 나무가 우리 곁에서 살아간다는 걸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건 어쩌면 무관심에서 비롯됐을지 모른다.

나무와 우리의 관계는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무의 중요성은 고대 로마의 신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휴머니스트.2012)에 따르면 인간 최초의 거주지인 아테나가 만들어질 당시의 일이다. 아테나를 놓고 포세이돈과 아테나가 다툼을 벌인다. 다툼이 오래가자 이를 본 제우스가 경합을 제안한다.

땅위에서 살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가져오는 자에게 땅을 주겠다는 조건의 경합이었다. 이에 포세이돈은 하늘을 나는 말(교통이나 통신을 상징)을 가져오고, 아테나는 나무를 가져왔다. 제우스의 판정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나무를 가져온 아테나의 승리였다.

이처럼 나무의 존재는 인류와 뗄 수 없는 관계다. 책은 우리나라 곳곳에 수백 년을 견디며 살아온 나무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60년 만에 꽃을 피운 화성의 물푸레나무나 800년 된 나무들이 군집해 있는 제주의 비자림 숲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토지와 재산세를 납부하는 나무가 있다는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책에 실린 ‘재산세를 납부하는 부자 나무’는 예천 천향리의 ‘석송령’이 그 주인공이다. 이 나무는 지금의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호적번호도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사람취급을 받는 다는 것. 게다가 석송령은 자기 이름으로 등기한 재산도 있고 예금통장에 토지세도 꼬박꼬박 내는 성실한 납세자다.

책에 따르면 석송령이 이런 대우를 받기 시작한 건 일제 식민지 시대 1987년 8월의 일이었다. 당시 이 마을에 이수목이라는 노인이 살았다. 넉넉한 살림에도 후사가 없다는 큰 걱정거리가 있었는데 한날 석송령 아래에서 낮잠을 즐기다 꿈을 꿨다.

어디선가 ‘걱정하지 말아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노인은 그 목소리가 석송령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라 생각하고 한 가지 결심을 했는데 바로 자신의 제산을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지켜온 이 소나무에게 모두 물려주기로 한 것이다. 그 후 이수목 노인은 군청에 찾아가 자신의 전 재산인 땅 2000평을 나무에게 이전했다. 2012년 현재 석송령의 예금통장에는 약 3000만 원의 예금이 갈무리돼 있다고 한다.

책은 이 같은 나무 이야기와 함께 140여 컷 사진이 함께 수록됐다. 저자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여정을 이어갔다. 책이 소개하는 이 땅의 고목들을 통해 우리의 삶과 지난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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