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훈, 소설로 현실을 꼬집다
배명훈, 소설로 현실을 꼬집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12.10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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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그 이상의 소설

 

[북데일리] 대선이 열흘도 남지 않았다. 우리는 새로운 지도자를 원한다. 좀 더 나은 세상, 사람답게 사는 삶을 꿈꿀 수 있는 세상 말이다. 배명훈의 <총통각하>(2012. 북하우스)는 그런 바람과 동시에 이 시대의 현실을 재미있게 꼬집은 소설집이다.

 “각하, 양랑주에는 항구가 없지 않습니까?”
 “그대가 만들라.”
 “하지만 각하, 양랑주에는 해안선이 없습니다.”
 “그것도 만들라.”
 “예?” (「위대한 수습」, 162쪽)
 
 이런 대화가 가능한 시절이 우리에게 존재하다니, 정말 부끄럽지 않은가. 권력이 있으면 모든 게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 그는 총통각하다. 제목 때문에 특정 시절, 특정 인물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소설은 지난 5년의 우리 사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낙하산 인사, 4대강과 대운하, 정권에 맞서 촛불로 시위하는 현장을 비롯해 가깝고도 먼 미래 속 우리 일상을 담은 10편의 소설은 저마다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모두 인상적이지만 신선한 즐거움와 메세지를 던지는 단편은 「바이센테니얼챈슬러」,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내년」이다.
 
 새로 바뀐 총통이 싫어서 동면에 들어갔지만 깨어나도 여전히 그 총통이 존재하는 「바이센테니얼챈슬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정권의 실태를 비꼰다.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또 같은 지도자를 선택하는 소설의 인물들은 우리와 닮았다. 어쩌면 우리는 소설 속 천재과학자 부부처럼 총통이 사라질 때까지 동면에 들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 말은 총통이 앞으로도 수만 년은 더 살아 있을 거라는 거군.”
 “응. 총통각하는 영원히 살아계시는 거야. 우리 마음속에 언제까지나.” (「「바이센테니얼챈슬러」, 34쪽)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는 고양이와 소를 숭배하는 나라 등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면서 용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온 방문자의 시선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공존에 대해 말한다. 공권력을 휘두르는 사람, 그들과 다른 뜻을 품은 사람, 사람을 섬기고 지키겠다고 말했던 많은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럼 말이에요, 실제로는 어떻게 생각하든 최소한 그 데모가 길거리에 나와 있다고 해서 발로 차고 물을 뿌려서 쫓아내버리면 안되는 거 아닌가요? 물론 정치하는 사람 누군가는 마음속으로야 그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건 불가능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냐하면, 사람이 지배하는 나라라고 자기 입으로도 열심히 떠들고 다녔을 거니까.”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 79쪽)
 
 과거를 부정할 수 없지만 같은 과거 반복해서 미래에게 물려줘서는 안 될 것이다. 배명훈은 그걸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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