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5일 '길위의 나날들'
1825일 '길위의 나날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2.06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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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흔적 찾아...발로 뛴 여행기록

[북데일리] 사람의 흔적을 따라 1825일 동안 긴 여행을 떠났다. 서울 북촌과 전주 한옥마을 같은 관광지부터 허름한 이발소와 쓰러져가는 골목길을 누볐다. 사람의 자취가 있는 곳을 렌즈에 담아 올린 <너1825일의 기록>(21세기북스.2012)은 여행 작가 이동근 씨의 에세이다.

책을 통해 밝힌 그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여전히 내가 어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직도 프라모델을 좋아하고, 혼자 심야영화 보기를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혼자 걷기를 좋아하고, 한적한 카페 2층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사람이 소통의 기쁨을 알았다. 독자들과 소통하며 교감하는 ‘힐링아카이브’ 팀을 꾸려 수익 전부를 이웃에게 기부할 목적이라고 한다. 고마운 생각이다. 마음 씀씀이가 넉넉한 그의 사진 속 앵글에 잡힌 ‘찰나의 시간과 장소’가 궁금해진다.

여행 에세이니만큼 사진과 작가의 사유들이 만나 삶의 소소함을 전한다. 책에는 특정한 단어가 등장한다. 바로 ‘당신’이라는 단어다. 이는 비단 사람만 지칭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책 구석구석 등장하는 낡은 물건들과 풀들 버려진 추억거리와 길을 떠도는 들고양이들마저 ‘당신’에 속한다.

한 마디로 작가의 눈과 사진에 담은 모든 것이 ‘당신’이다. 작가는 그들과 1825일의 여행을 함께 했다. 그가 영도다리라는 곳의 공간을 통해 삶에 접근하는 사유는 인상적이었다.

‘영도다리는 갖가지 사연과 눈물이 넘쳐흐른 시대의 상징이다. 시대가 바뀌고 영도다리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이 사라져 간다. 기억에서 잊혀 가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 그 많던 점집은 이제 대부분 사라졌고, 이제는 두세 군데만이 남아있다. 영도다리는 기록을 통해 영원히 존재하겠지만 여기에 얽힌 장면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sence #15.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사람과 사람의 인연으로 기억된다)75쪽~76쪽

작가는 길은 곧 사람의 역사이자, 사람이 남긴 흔적이라 정의했다. 이처럼 그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순간과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삶의 진리를 앵글로 담아 우리에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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