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와인, 멋대로 즐겨라’
박찬일 ‘와인, 멋대로 즐겨라’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2.05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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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신봉하는 우리 잘못된 상식 짚어

 

[북데일리] 살만하게 되면서 유행처럼 번진 것들 중 하나가 ‘와인’이다. 헌데 이 와인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는 ‘고급스러움’을 벗어나 ‘고풍스러운?’ 고품격을 강요하게 됐다. 와인의 종류와 마시는 법을 소개하는 책들과 강좌가 이를 대변한다.

이런 세태를 속 시원하게 뒤집어주는 책이 나왔다. 글 잘 쓰기로 널리 알려진 박찬일 셰프의 신간 <보통날의 와인>(나무[수:].2012)이다. 책은 한 마디로 역시 ‘그’ 다웠다. 와인을 신처럼 받들고 갖가지 제약을 두고 마시는 이들을 통쾌하게 꼬집는다. 이를테면 이런 대목이 대표적이다.

“와인잔은 그저 편하게 잡고 마시면 된다. 그런데 어디서 와인 교육을 받거나 책 한 줄 읽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잔 다리를 잡고 마신다. 영 어색하다. 프랑스 수상이나 유럽의 고급 관료가 나오는 뉴스 화면을 봐도 그들은 몸통을 잡는다.(중략) 다리나 잡으면 다행이다. 어떤 이는 다리 밑의 받침을 들고 마신다. 정말 위태롭고 안쓰럽기 짝이 없다. 받침을 들고 마시면 테이블에 내려놓을 때는 어떻게 하나?” -21쪽~22쪽

박 셰프는 이 같은 방법들은 와인 품평하는 전문가들이 가치를 매길 때나 와인 전문가가 되기 위해 시음을 할 때나 쓰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아무 와인에나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오버’스럽다는 것. 생각해보니 레스토랑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책은 이어 와인 동네에도 교조주의가 있다고 전했다. 근거도 없는 이야기를 ‘원전’처럼 숭배하는 이들의 모습은 잘 못된 와인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말이다. 와인은 꼭 다리를 잡고 마셔야 한다거나 비싼 와인은 무조건 디켄딩 해야 한다는 선입견은 낯 붉어질 만한 일이다.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와인의 99퍼센트는 굳이 디캔딩을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디캔딩이 필요한 와인은 아주 어리고 싼 와인이다. 풋내가 나서 먹기 힘든 와인일수록 공기 접촉을 늘려 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게 좋기 때문이다.

책이 담은 와인에 대한 적절한 조언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을 한 꺼풀 벗을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와인은 멋대로 즐기는 게 맞다’는 저자의 격려는 당장이라도 와인바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자신감을 준다. 남들이 말하는 격식을 귀동냥으로 듣고 따라하지 않으면 불안했을 일반인들에게 환영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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